[블록먼데이]일관성 제로...머스크의 비트코인 말장난

발행일 2021-05-17 06:46:30
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지난 13일 비트코인 시장에 대형 폭탄이 터졌습니다. 기폭자는 일론 머스크, 널리 알려진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죠. 그는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량 결제를 중단한다"고 선언하며 가격 폭락을 주도했습니다. 테슬라에 비트코인 구매 옵션이 생긴 지 불과 50일만입니다. 투자자들은 머스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개했습니다. 적어도 그는 올해 초만 해도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발언들을 내놓으며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테슬라)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애초에 믿을 만한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보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적어도 지난해부터 그가 비트코인에 대해 이런저런 '말 바꾸기'를 해왔단 사실을 안다면 말이죠.

시계를 2020년 1월 10일로 돌려보겠습니다. 그날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은 내게 안전한 단어가 아니다(Bitcoin is *not* my safe word)"라는 트윗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2019년 "가상자산(암호화폐)은 내게 안전한 단어"라고 말했던 것과 상반되는 말이었죠.
비트코인은 내게 안전한 단어가 아니다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같은 달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머스크는 "비트코인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은 없다"면서도 "가상자산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며 다만 가상자산이 현금을 일부 대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가상자산과 비트코인에 대한 머스크의 태도는 중립에 가까워 보입니다.

석 달 뒤 5월,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이번에는 트위터에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낮다"고 쓴 건데요. 이날은 머스크가 "테슬라 주가는 너무 높다"고 말한 날이기도 합니다. 같은 날 한 사람에게 나온 정반대의 발언으로 테슬라 주가는 폭락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죠.

비트코인의 낮은(?) 가격을 걱정했던 머스크. 연말에 돌연 태도를 바꿉니다. 비트코인이 한창 상승세에 올랐던 지난해 12월 그는 "비트코인은 법정화폐 만큼이나 사기"라는 트윗을 올려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이날은 그가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에게 비트코인으로 대규모 거래가 가능한지 문의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날입니다. 이에 머스크가 테슬라 자산 목록에 비트코인을 추가할 거란 기대가 나왔으나 그는 이 같은 트윗으로 추측을 잠재웠죠.
비트코인은 사기(bs =사기, 말도 안되는 말 등의 의미를 담은 비속어,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그의 발언이 어떤 의미를 내포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의 가상자산 관련 트윗은 대개 짧고, 배경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열린 결말'처럼 대중의 자의적 해석을 노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그의 말, 트윗 하나에 열렬하게 반응합니다. 비트코인 사기라던 그는 올해 1월 말 이번에는 트위터 자기소개에 '#비트코인(#bitcoin)'이란 태그를 홀연히 추가했는데요. 이를 비트코인 매수 신호로 받아들인 시장 내 비트코인 거래가 순간적으로 급증, 그의 트윗 게시 한 시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6천달러(약 680만원)나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됐죠. 이는 공매도 세력을 싫어하는 머스크가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유도해 그들을 골탕 먹인 거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같은 달 그는 '비트코인 억만장자'의 작가인 벤 메즈리치가 트위터에 "나는 연봉을 비트코인으로 받는 것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올리자 "나도 마찬가지"라고 올렸습니다. 마치 완전한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돌아선 것처럼 보이죠. 이후 테슬라는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의 비트코인 매수 사실을 발표합니다.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될 거란 소식도 전했습니다. 시기상 지난 연말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에게 대규모 비트코인 거래에 대해 문의한 뒤 부정적인 트윗을 올렸지만 물밑으론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거나 비트코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영향력이 막대한 그가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이 상승하니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 것입니다. 특히 '도지코인' 커뮤니티에서 일론 머스크는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머스크는 유독 도지코인에 대해서는 한결같은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올해 도지코인 가격이 수백배나 높아진 데에는 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죠.

반면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입니다. 조 단위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던 테슬라는 1분기에 일부를 청산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고, 비트코인을 활용한 테슬라 차량 판매는 불과 50일만에 중단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습니다.
테슬라 차량에 대한 비트코인 결제 중단 선언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복잡한 암호화 문제를 먼저 풀어내면 성공 보상으로 비트코인이 분배되는 전자적 시스템을 '채굴'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이 과정에는 천문학적인 컴퓨팅 자원이 필요해 채굴 시 막대한 전력이 소모됩니다. 또한 이 전력은 보통 화석 연료를 태워 만들어지는 것이니 친환경 전기차 사업자를 표방하는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얼추 그럴듯해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채굴에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지금 문제를 삼는 건 새삼스럽다는 거죠.

게다가 머스크가 "비트코인 채굴이나 거래에 사용되는 에너지 1% 이하를 사용하는 대체 가상자산을 찾고 있다"고 못 박은 만큼 그와 테슬라, 비트코인은 당분간 관계가 멀어질 전망입니다.

이처럼 그는 약 1년 반 안팎의 짧은 기간 동안 비트코인에 대한 태도를 수차례 바꿔왔습니다. 다만 어떤 맥락이나 일관성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몇몇 전문가들의 추측 중 그나마 주목해볼 만한 해석은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가상자산의 영향력, 한계 등을 시험하거나 공론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동안 수면 아래에 머물던 비트코인 채굴의 막대한 에너지 소모 문제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포기 사건을 계기로 크게 부각될 여지가 생겼습니다. 특히 세계 비트코인 채굴장의 대부분이 모인 중국에서도 정부가 이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입니다.

그동안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에 정말 진지한 계획을 갖고 있었는지, 단순한 여론몰이나 시세 차익을 노린 사업가의 마음으로 접근했는지, 혹은 괴짜스러운 그의 캐릭터 그대로 단순한 '말장난'을 이어온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그가 언제까지나 긍정적 발언이나 태도를 이어갈 거란 기대는 버리는 게 낫다는 겁니다. 심지어 그것이 도지코인이라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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