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노조.(사진=금속노조)
▲ 현대차 노조.(사진=금속노조)

현대자동차노조가 회사의 미국 시장 투자에 반대했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 등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 8조원 규모를 투자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팰리세이드 주문이 밀려들면서 해외공장으로 물량 이전을 추진했지만, 노조 반발에 막혔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톱티어'로 부상하기 위해 약 100조원을 투자한다. 전기차 차종을 최소 12종까지 늘리고, 연 56만대를 판매하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는 글로벌 3위의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를 직접 생산할 계획인데 노조 반대로 첫 삽도 못 뜰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는 17일 "회사가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발표한 건 5만여명의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회사의 투자 계획은 '중장기 전략 2025'에도 없는 내용으로 4차산업 시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려면 투자계획부터 생산 과정까지 노조와 함께 해야한다"며 "노조의 경고를 무시하다가는 2025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언급한 '중장기 전략 2025'는 현대차가 '2020년 신년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그룹 총투자를 연 20조원씩 100조원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20조원을 투자하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41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이 '중장기 전략 2025'에 담겼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 8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방문하는 21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발표한 투자계획을 고려하면 미국 시장에 전체 투자금의 13% 가량이 배정된다.

노조는 현대차의 이번 투자가 '미래차의 중심축이 국내가 아닌 해외'일 수 있다는데서 반발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면 기존 내연기관 설비를 전기차 전용인 'E-GMP'로 바꿔야 한다. E-GMP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설계로 높은 효율과 친환경성을 확보하고 있다.

▲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사진=현대차)
▲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사진=현대차)

휠베이스(앞, 뒤 차축 사이의 길이)를 최대한 늘리고, PE 시스템(전기차의 구동 시스템)을 탑재해 실내 공간을 최대로 확보했다.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룸이 적잖은 공간을 차지하는데 전기차는 별도의 엔진룸이 필요없다. 전기차가 보다 멀리 주행하려면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배터리를 층층이 쌓아야 한다. E-GMP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내연기관의 시대는 종언을 앞두고 있고 전기차가 글로벌한 트렌드로 부상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할 경우 생산직 노동자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보다 30% 가량 부품이 덜 들어간다. 이를 조립할 생산직 노동자도 그만큼 덜 필요해져 유휴 인력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 노조에 전기차 시대를 맞아 고용안정이 최대 현안인 셈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6년 동안 현대차 생산직 1만2937명의 정년이 도래한다. 2030년까지 2만1746명의 정년을 맞을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는 '시니어 촉탁직'을 도입해 정년 퇴직자가 1년 더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노조를 찾았다.(자료=금속노조)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노조를 찾았다.(자료=금속노조)

하지만 노조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정년 연장 외에도 유휴인력의 고용 안정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 노조는 최대한 국내 공장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게 목표인 반면 현대차는 전기차의 수요를 고려해 인력을 조정하길 희망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8조원의 투자를 추진하면서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시작도 하기 전에 '강대 강'으로 부딪힐 전망이다. 노조는 "지금은 해외공장을 확대하기 보다 품질력을 기반으로 한 국내 공장에 투자해야 할 때"라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해외 투자를 강행한다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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