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전기차 늘리는 SK렌터카, 줄줄 새는 '영업현금' 이유는?

발행일 2021-05-17 17:43:31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SK렌터카 홈페이지 내 이미지 갈무리.(이미지=SK렌터카.)

SK렌터카의 실적을 보면 눈에 띄게 이상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현금흐름인데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010년대 들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줄곧 적자만 기록하고 있죠.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말 그대로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드나든 기록을 뜻하는데, 영업을 했는데도 현금이 계속 줄줄 새어 나가기만 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2012년부터 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계속 마이너스(-)를 유지해왔습니다. 2016년에는 720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했고, 또 2018년에는 250억원으로 줄어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항상 적자였습니다.

SK렌터카 영업활동 현금흐름 추이.(출처=SK렌터카 사업보고서 종합.)

2020년에는 1200억원의 적자를 내 사상 처음으로 적자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적자 확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됐습니다. 지난 14일 공시된 2021년 1분기 보고서를 보면 무려 92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동기 850억원과 비교해 70억원 늘어난 수치죠.

SK렌터카의 영업현금 흐름이 이상하다고 먼저 언급한 이유는 영업실적과의 간극에 있습니다. 현금흐름이 적자를 유지하는 기간 동안 영업손익은 반대로 항상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2012년 4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20년 8600억원으로 두배 넘게 증가했구요. 영업이익은 400억원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2020년 매출 급증과 함께 710억원을 거뒀습니다.

SK렌터카 실적 추이.(출처=SK렌터카 사업보고서 종합.)

그렇다면 이러한 호실적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계속 적자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SK렌터카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렌탈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사실 현금흐름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렌탈사업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빌려주고 그 이득을 매월 쪼개서 받는 사업구조를 취하고 있죠.

대표적인 렌탈사업자인 코웨이를 한 번 보겠습니다. ‘코웨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아무 정수기나 한 번 골라보면 확인이 쉽습니다. ‘아이콘 정수기 IoCare(냉온정)’란 제품을 클릭하니 크게 ‘렌탈’과 ‘일시불’ 두 개의 선택란이 나옵니다.

코웨이 홈페이지 내 정수기 렌탈 선택 화면.(출처=코웨이 홈페이지.)

일시불로 구매하면 148만2000원이고, 렌탈을 선택하면(6년 자가관리) 월 2만7900원을 내면 됩니다. 6년을 사용하는 동안 내는 총 비용은 210만8800원이고 소유권은 이전됩니다. 요즘 정수기를 일시불로 계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죠. 대부분 렌탈로 사용할 겁니다. 이는 곧 렌탈업체들이 부담하는 초기 비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SK렌터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 하나 당 가격에 차이가 있을 뿐이죠. SK렌터카는 현재 전기차 테슬라 모델3 렌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48개월 계약을 할 경우 월 렌탈료는 75만3000원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36개월 계약도 가능한데 이 경우에는 월 렌탈료가 더 높아집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질수록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싶은 거겠죠.


SK렌터카가 장기렌터카로 제공하는 테슬라 모델 3.(출처=SK렌터카 홈페이지.)


소비자가 48개월의 렌탈계약을 맺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정확한 모델명은 ‘TESLA MODEL 3 LONG RANGE’구요. 차량 금액은 5999만원이라고 합니다.

SK렌터카에 전화해 신차 상담을 받아본 결과 주행거리를 연간 2만㎞로 설정하고 운전자 범위, 사고 시 차량대여, 정비 서비스 등 모든 옵션들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의 월 렌탈료는 82만1000원이라고 합니다. 48개월 계약이니 총 렌탈료는 3940만8000원으로 계산됩니다. 4년 동안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SK렌터카 입장에서는 약 2000만원의 수익을 더 거둬야 본전치기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정도 수익성만 보고 렌탈사업을 벌일 업체는 없겠죠. 렌탈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 소비자가 차량 인수를 원하면 2579만6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총 수익이 6520만4000원이 되니 차량 금액(5999만원)을 빼면 약 52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죠. 만약 소비자가 인수하지 않더라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중고차량으로 빌려주면 되니까요. 물론 실제 수익모델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SK렌터카가 과연 얼마를 주고 테슬라 모델3를 구매했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SK렌터카의 현금흐름은 코웨이와 달리 왜 줄곧 마이너스(-)일까요. 코웨이는 이미 국내 렌탈업체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을 갖췄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죠. 이미 사업이 확실히 자리를 잡아 오래 전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SK렌터카는 코웨이와는 다소 시장 포지션이 다르긴 합니다. 코웨이가 대략 4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 업계 1위에 위치해 있는 것과 달리 SK렌터카는 도전자 입장에 있습니다.

SK렌터카 시장 점유율 추이.(출처=SK렌터카 2021년 1분기 사업보고서.)


올 1분기 SK렌터카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국내 렌터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시죠. SK렌터카의 올 1분기 시장 점유율은 12.5%로 롯데렌탈 21.8%에 9.3% 포인트 뒤쳐져 있습니다. 순위로 보면 2위에 올라있지만 경쟁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3위 현대캐피탈이 12.0%의 점유율을 차지해 사실상 SK렌터카와의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SK렌터카는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초기 투자비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렌터카 업체에게 투자란 차량 구매와 다름없습니다.

SK렌터카 연결 현금흐름표.(출처=SK렌터카 2021년 1분기 보고서.)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자를 낸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본 조정’ 항목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 1분기 운전자본 조정 항목에서만 약 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SK렌터카 연결 현금흐름표 운전자본 조정.(출처=SK렌터카 2021년 1분기 보고서.)

운전자본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자산과 부채의 변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요. 연결재무제표 주석 ’21. 현금흐름표에 관한 정보 (2) 운전자본 조정’에는 좀 더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운전자본 조정에는 주로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 등의 주요 운전자본이 있습니다만, SK렌터카의 운전자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유형자산(렌탈자산)’입니다. 이 항목에서만 올 1분기 무려 약 2300억원의 현금 유출이 있었습니다.

SK렌터카 유형자산 변동 내역.(출처=SK렌터카 2021년 1분기 보고서.)

주석 내 ‘7. 유형자산’ 항목을 한 번 볼까요. 렌탈자산이 보입니다. 괄호 안에는 자동차라고 적혀있는데요. 현금흐름표 내 자본조정에 영향을 미친 유형자산이 자동차라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나는 것이죠. 표를 보면 ‘렌탈자산(자동차)’은 올 1분기 2300억원 취득을 통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SK렌터카는 2019년 IT기기 렌탈 업체인 AJ네트웍스에서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확실히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10년 동안 영엽활동 현금흐름이 적자인 것은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어쨌든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요. 실제로 2018년 8000억원 수준의 총차입금은 올 1분기 1조2000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지난해 1월과 9월 두 차례 유상증자를 걸쳐 약 2600억원을 조달했는데요. 유상증자가 없었다면 재무부담은 더욱 늘어났을 것입니다.

SK렌터카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 단순히 사업확대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생각만큼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뜻일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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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9 08:59:00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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