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삼성과 경쟁사의 현재 구도, 그리고 흔들리는 1등 삼성의 지위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 CE부문 수익성 개선엔 비스포크의 영향이 컸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유튜브 갈무리) 
▲ CE부문 수익성 개선엔 비스포크의 영향이 컸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은 한때 ‘미운오리’로 불렸다. IT·모바일(IM)과 디바이스솔루션(DS)에 수익성이 밀려 존재감이 작았기 때문이다. 연말 인사에서 CE부문에선 부사장 승진자가 단 한 명도 안 나오기도 하고, IM과 DS에 비해 직원들의 성과급이 낮게 책정되기도 했다.

위축됐던 CE부문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적이 개선됐고 사업부 전체에서 차지하는 수익 비중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에서 사업부를 크게 4개(CE, IM, DS, Harman)로 분류한다. 지난해 말 기준 CE부문이 차지하는 삼성전자 내 영업익 비중은 9.9%다. 2년 전(3.2%)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가 CE, IM 등 사업부를 구체화한 건 2012년이다. 이후 CE부문 영업익 비중이 10%에 육박했던 해는 작년이 유일하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CE부문 영업익 비중은 11.9%로 집계됐다. 

▲ 삼성전자 CE부문 수익성 비중. (출처=삼성전자 사업보고서)
▲ 삼성전자 CE부문 수익성 비중. (출처=삼성전자 사업보고서)


CE부문 수익성 개선 이끈 ‘비스포크’

CE부문은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으로 나뉜다. CE부문에서 생활가전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비스포크(BESPOKE)‘ 출시로 흐름이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말 기준 ‘비스포크(BESPOKE)’ 누적 출하량이 1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6월 자유로운 색상 조합이 가능한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 선보였다. 단순 계산으로 출시 이후 월 평균 5만대씩 팔렸다. 

비스포크의 성공은 CE부문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 IR북에 따르면 4조원대에 그치던 생활가전 매출액은 비스포크가 국내 시장에 자리 잡은 올해부터 안정적으로 5조원대 매출액을 내고 있다. 

▲ 삼성전자 CE부문 분기별 수익성 추이. (출처=삼성전자 IR북)
▲ 삼성전자 CE부문 분기별 수익성 추이. (출처=삼성전자 IR북)

수익성 변화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CE부문 영업이익만 공개할 뿐 VD와 생활가전의 세세한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증권사들은 생활가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IBK투자증권이 추정한 VD와 생활가전 영업이익을 보면 지난해 2분기엔 생활가전 영업이익(4130억원)이 VD(3190억원)를 넘어섰다. CE부문 매출에서 생활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VD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 수익성이 큰 폭으로 늘었음에도 여전히 ‘LG전자’의 벽은 높다. LG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활가전(H&A) 매출액은 6조7081억원, 영업이익은 9199억원이다. 비스포크 출시에도 ‘가전은 LG’ 공식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공식을 깨기 위해 비스포크의 무대를 해외시장으로 넓힐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글로벌 미디어 대상 '비스포크 홈 2021' 행사를 열고 비스포크 가전의 본격적인 해외 시장 확대를 선언했다. 업계가 비스포크의 해외시장 성패 여부에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 능력 시험대 오른 이재승 사장

CE부문 승부수로 꼽히는 ‘비스포크 해외시장 공략’은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맡는다. 업계에선 이 사장의 해외시장 공략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자신감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비스포크 해외시장 공략은 이 사장의 경영 능력을 선보일 첫 무대다. 이 사장의 이력은 경영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전 전문가에 가까웠다. 이 사장은 1986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냉동공조연구실에 입사했다. 이후 35년 동안 가전 사업 외길을 걸었다. 지난해 초 생활가전사업부장에 임명됐고 올해 초 생활가전 출신으로는 첫 사장 승진자가 됐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 해외시장 공략 거점으로 미국과 유럽을 택했다. 반면 LG전자는 올해 오브제 컬렉션을 중국 시장부터 순차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브제 컬렉션은 비스포크와 유사한 LG전자 맞춤형 가전 전략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미국과 유럽을 택한 것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가전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 반응을 살필 일종의 테스트 시장이 필요하다. 중국 시장은 미국·유럽에 비해 오버헤드가 낮다. 쉽게 말하면 반응이 안 좋아도 큰 손해 없이 빠져나올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미국과 유럽을 공략 거점으로 삼은 건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를 위함으로 보이는데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당장 글로벌 가전 시장의 비스포크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삼성 비스포크홈 2021 행사’를 열었다. 

▲ 비스포크홈 2021 행사를 진행하는 이재승 사장. (사진=삼성전자)
▲ 비스포크홈 2021 행사를 진행하는 이재승 사장. (사진=삼성전자)

비스포크홈 2021 행사의 유튜브 기준 라이브 시청자는 3000~4000명에 그쳤다. 누적 조회 수도 18일 기준 9만6000회로 적은 편이다. 라이브 시청자만 5000만명을 넘어선 갤럭시 언팩은 물론이고 TV판 언팩 퍼스트룩과도 차이가 크다. 18일 기준 퍼스트룩 누적 조회 수는 1700만회다.

가전은 각 지역마다 자리 잡고 있는 크고 작은 브랜드가 많아 해외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부문 중 하나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도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생활가전을 두고 “전 세계 각 지역마다 브랜드가 많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고객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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