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반도체 ‘특수가스’ 전문 SK머티리얼즈, 부담 커지는 재무구조

발행일 2021-05-19 09:22:46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SK머티리얼즈 회사 건물 외관.(사진=SK머티리얼즈.)


SK머티리얼즈가 SK그룹에 편입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닙니다. 약 5년 전인 지난 2016년 그룹 지주사 SK㈜가 화학업체인 OCI로부터 지분 49.1%를 인수하며 품에 안았죠.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려던 SK와 태양광 투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하던 OCI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SK머티리얼즈는 짧은 시간 동안 몸집을 엄청나게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SKC 자회사였던 SKC에어가스 지분을 인수해 종속회사로 뒀구요. 전구체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트리케미칼과 합작해 SK트리켐을 세웠습니다. 또 2017년에는 일본의 쇼와덴코와 합작해 SK쇼와덴코를 만들었죠.

이후에도 투자는 계속됐습니다. 2019년에는 한유케미칼(현 SK머티리얼즈리뉴텍) 인수했고, 2020년2월에는 금호석유화학의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인수해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설립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일본 JNC와 손잡고 ‘SK머티리얼즈 JNC‘를 세웠죠.

SK머티리얼즈는 5년 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숨가쁘게 투자를 벌여왔는데요. SK머티리얼즈가 투자한 업체들은 모두 특수가스 제조업체들입니다. 반도체, OLED 제조에 필요한 가스들이죠. SK머티리얼즈가 만드는 삼불화질소(NF3)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제조 공정에서 내부 잔류물을 제거하기 위한 세정용도로 쓰이고요. 육불화텅스텐(WF6), 모노실란(SiH4), 디실란(SizH6) 등은 증착에 사용됩니다.  

SK머티리얼즈가 만드는 증착가스 종류.(출처=SK머티리얼즈 홈페이지.)


반도체는 웨이퍼, 산화, 포토, 에칭, 확산, 박막증착 등 다양하고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데, 이 공정 과정에서 필요한 특수가스와 관련해선 SK머티리얼즈가 그룹 내 총책임자 역할을 하는 것이죠.

실적만 놓고 보면 SK머티리얼즈의 사업확장은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의 실적 추이를 보면 안정적이면서도 확실한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SK머티리얼즈 실적 추이.(출처=SK머티리얼즈 사업보고서.)


2015년 3400억 수준에 불과하던 매출규모는 2020년 1조원 수준으로 늘어났고요. 같은 기간 1100억원의 영업이익은 두 배 넘게 늘어나 23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무엇보다 매해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려나간 게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확실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는 쉽지 않죠. 아무래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 및 LCD 제조업들을 주요 거래처로 확보한 덕분으로 분석됩니다.

실적이 이렇게 '쭉쭉' 좋아지다 보니 재무부담이 늘어나도 업계에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가 퍼져 있습니다. 2015년 2000억원 수준의 총차입금은 2020년 1조3200억원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76.7%에서 300%를 초과했지만, 사업이 워낙 탄탄하니 돈을 벌어 빚을 갚으면 된다는 것이죠. 실제 SK머티리얼즈의 행보를 지켜보면 이러한 사업 철학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SK머티리얼즈 재무지표 추이.(출처=SK머티리얼즈 사업보고서.)


그런데 아무리 돈이 잘 벌린다 하더라도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선 것은 확실히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시그널이긴 합니다. 올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 규모만 1조3000억원 가까이 됩니다.

SK머티리얼즈도 좀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까요. 올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연결재무상태표 매각예정자산에 480억원이 잡혀있는 것이 보입니다.

연결재무제표 주석 내 ‘8. 유형자산’을 보면 어떤 자산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주석 내용에 따르면 이천 소재 일부 산업가스 설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SK머티리얼즈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장부상 잔존가치는 크지 않지만 경쟁사에서 매각 제의가 들어와 현재 협상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장부가는 480억원 수준이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받고 팔 수도 있겠죠.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재무부담을 확 낮출 정도의 대규모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SK머티리얼즈의 재무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는 될 수 있겠죠. 아니면 향후 추가 투자를 위한 자금 마련일 수도 있고요.

과거 다른 많은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재무부담이 커지고서는 성장을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SK머티리얼즈도 늘어나는 재무부담이 점점 신경쓰이는 것 같고요. SK머티리얼즈가 어떤 해법을 보여 줄 지 지켜볼 일입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지속해 온 성장은 필요하지만 지속가능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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