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 픽업트럭 F-150.(사진=포드)
▲ 포드 픽업트럭 F-150.(사진=포드)

SK이노베이션과 픽업 트럭의 대명사 미국 포드가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미국 내 폭스바겐과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을 대체할 '대타'로 포드와 손잡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측면에서는 파트너로서는 무게감이 낮다는 평이다. 포드는 전기차 판매량 기준 10위권 밖의 업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조만간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생산하기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JV가 배터리 합작공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영업비밀 침해(Trade Secret)' 소송을 마무리하면서 합작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 합작사를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수직 계열화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기업인 EVE 에너지와 소재기업인 BTR과 양극재 생산을 위한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 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등에서 양극재를 조달받았는데 적어도 중국 현지 물량은 합작사를 통해 조달한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사 논의가 순항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미국 3공장은 합작 공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 캐파는 21.5GWh이다. 1공장은 9.8GWh, 2공장은 11.7GWh 규모이다. 포드가 자사의 배터리 공장을 갖고 있지 않는 만큼 합작 공장을 지을 경우 최소 30GWh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는 픽업 트럭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F-150과 레인저 등 다수의 인기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픽업 트럭의 인기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국토가 가장 넓은 나라다. 미국인은 물 쓰듯이 기름을 쓰고 있어 '석유 중독증'에 걸린 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미국인은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걸 선호하고, 레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미국에서 픽업 트럭의 인기가 높은 이유다.

순수 전기차로 제작된 픽업 트럭은 일반 전기차와 비교해 1.5배 이상 배터리가 더 들어간다. 테슬라가 공개한 사이버트럭의 배터리 용량은 100kWh로 추정된다. 아이오닉의 배터리 용량은 72.6kWh, 테슬라 모델Y는 75kWh이다. 사이버트럭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최소 25kWh 이상 많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배터리 동맹'이 기대되는 이유다.

▲ 업체별 미국 내 판매량 추이.(자료=SNE 리서치)
▲ 업체별 미국 내 판매량 추이.(자료=SNE 리서치)

다만 전기차 시장에서 포드의 브랜드 파워가 크지 않은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SNE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포드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70만대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26만대를 팔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는 같은해 153만대의 전기차를 팔 것으로 예상되는데, 포드 판매량은 현대차의 절반 수준이다.

포드의 전기차 판매량은 GM과 비교해 크게 밀린다. GM은 2025년 약 98만대의 전기차를 팔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약 35만대가 팔릴 전망이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했다.

포드는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가 GM에 밀린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JV 설립이 전기차 시장의 밸류체인에 큰 파급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배터리 업체는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동맹'을 확대해 납품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배터리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이 배터리 직접 생산계획을 밝히면서 VIP 납품사를 잃게 됐다. 현대·기아차를 주고객으로 두고 있지만, 고객사 확대가 중요한 상황이다. 포드와의 '배터리 동맹'이 SK이노베이션에 이득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점유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포드와 배터리 동맹은 SK이노베이션의 발전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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