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LG의 로봇·인공지능 투자 행보를 정리하고 이러한 변화가 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를 정리해봤다.
▲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의 변화는 뚜렷하다. (사진=LG AI연구원)
▲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의 변화는 뚜렷하다. (사진=LG AI연구원)

구광모 회장 이후 LG그룹의 변화는 뚜렷하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구 회장이 2018년 취임 이후 사장단 워크숍에서 언급한 “위기극복을 위한 체질 변화”가 하나 둘 실현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엔 'LG AI연구원'이 있다. AI연구원은 지난해 12월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해 LG경영개발원 산하에 설립됐다. LG그룹은 사업보고서에서 AI연구원의 역할을 “그룹 내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인화원 및 인공지능(AI) 역량 강화 및 혁신을 위한 연구용역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누가 변화를 이끌고 있나

AI연구원은 홈페이지 ‘LG AI 리더십’ 카테고리에 5명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인물은 배경훈 AI연구원 원장이다. AI연구원은 배 원장을 “LG그룹 중장기 AI 전략을 수립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맡고 있다”고 소개한다.

배 원장의 프로젝트를 보면 크게 2가지(로봇·배터리)로 나뉜다. 배 원장은 삼성 선임 연구원 출신으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 LG사이언스파크 AI 부문 책임자를 거쳐 AI연구원 원장으로 선임됐다.

LG그룹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로봇’ 중심의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삼성에선 2006년과 2007년 각각 자율 로봇 지형 인식, 지능형 로봇 대상 획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SK텔레콤에서도 2015년 AI기반 동반 로봇 프로젝트를 맡았다. LG그룹에 합류한 뒤에는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수명 예측·방전 용량 예측·이상 감지)에 집중했다.

▲ (왼쪽부터) 배경훈 AI연구원 원장, 이홍락 미시건 대학교 교수. (사진=LG AI연구원)
▲ (왼쪽부터) 배경훈 AI연구원 원장, 이홍락 미시건 대학교 교수. (사진=LG AI연구원)

배 원장과 AI연구원을 이끄는 또 다른 인물은 이홍락 미시건 대학교 교수다.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 브레인’ 출신인 이 교수는 AI연구원에서 AI 사이언티스트 직책을 맡고 있다. AI연구원은 이 교수를 “머신러닝, 특히 딥러닝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한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이용해 데이터의 특성과 패턴을 학습·예측하는 인공지능 실현 수단이다. 딥러닝은 사람의 뇌(신경망)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방해 문제를 풀어내는 인공지능 실현 수단이다.

이 교수는 LG그룹의 초거대 AI 개발 계획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LG그룹은 하반기 초거대 AI 개발 계획을 전하며 “딥러닝 기술의 진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역할이 막중하다. 

배 원장과 이 교수를 제외한 3명의 리더로는 LG 사이언스파크 연구원 출신 임우형 데이터 인텔리전스 랩장, LG전자 최고 연구 엔지니어 출신 최종규 AI랩 언어연구소장,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거쳐 LG유플러스 AI테크유닛 원장을 역임한 김승환 비전랩 리더다.

뒤늦은 출발 AI연구원, 인력 확보 어떻게 할까

LG그룹은 AI·로봇 투자 후발주자다. 당장 국내 기업과 비교해도 관련 연구를 통합·관리할 AI연구소 설립 시점이 늦은 편이다.

삼성은 2017년 세트(완제품) 부문 연구를 담당했던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삼성리서치를 설립했다. 현재 삼성리서치에선 AI, 데이터 인텔리전스, 로봇 연구 등이 진행된다.

네이버는 2013년 설립된 내부 기술연구조직을 2017년 별도 분사했다. 법인명은 네이버랩스다. 네이버랩스는 네이버의 소프트웨어부터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홍콩 등 해외에도 연구소를 두고 있다. 

AI연구원은 이들보다 늦게 AI·로봇 분야에 뛰어들었다. 당장 삼성과 네이버를 따라잡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인력 수급이 시급하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LG AI연구원을 설립하면서 “2021년까지 핵심 연구 인력 규모를 100명으로 확대하고 2023년까지 그룹 내 AI 전문가 1000명을 키워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AI연구원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기업의 AI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중국 IT업체 텐센트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재 백서’에 따르면 세계 AI 인력 수요는 100만 명에 달하지만 공급은 30만 명에 불과하다. 업계는 현재 AI 인력 수요는 4년 전보다 급증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 올해 1분기 기준 LG AI연구원 인력 현황. (출처=LG 분기보고서)
▲ 올해 1분기 기준 LG AI연구원 인력 현황. (출처=LG 분기보고서)

LG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AI연구원 인력은 94명이다. 지난해 인력은 80명으로 3개월 동안 14명을 신규 충원했다. 연구원 모두가 핵심 인재가 돼야 설립 초기 LG그룹 계획인 ‘핵심 연구 인력 규모 100명’을 달성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IT업계에서 핵심 인재는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인력을 의미한다.

공급이 적다 보니 구글, 아마존 등 선두 기업이 다른 기업 인재들에게 이직 제안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선두 기업을 좇는 LG그룹 입장에선 AI·로봇 부문 인력 확보와 인력 지키기에 큰돈을 쓸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력 확보를 위한 LG그룹의 전략은 ‘실력 중심 급여 책정’이다. AI연구원은 연공서열을 폐지하고 7단계 ‘역량 등급’으로 연봉과 성과급을 지급한다. 실력에 맞는 급여 수준을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배 원장은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AI연구원을 “대리 과장급 연구원이 임원급 연봉을 받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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