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LG CNS 마곡 사옥.(사진=LG CNS)
▲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LG CNS 마곡 사옥.(사진=LG CNS)
올해 1분기에 역대 1분기 중 최대 실적을 낸 LG 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 LG CNS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전환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말합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라면 해당 기간동안 기업으로 유입된 현금이 유출된 것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마이너스라면 그 반대에 해당됩니다.

물론 기업의 현금흐름은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합니다.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현금흐름이 플러스라고 그 분기동안 회사의 자금 사정이 반드시 좋았다고 보기 어렵고 마이너스라고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단언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좋은 실적을 냈고 계속 플러스 현금흐름을 이어오던 기업의 현금흐름이 갑자기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에 대해서는 이유를 따져보는 것이 그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자료=LG CNS 사업보고서
▲ 자료=LG CNS 사업보고서
LG CNS의 1분기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5억원입니다. LG CNS는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7544억원, 영업이익 543억원으로 역대 1분기 중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금융 IT시스템 구축·클라우드 전환 사업 등이 1분기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이처럼 1분기에 실적이 좋았는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왜 마이너스로 전환했을까요?

우선 회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해말 들어온 현금을 함께 일했던 협력 기업들에게 분배하는 작업을 1분기에 진행하면서 현금의 유출이 많았던 것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힙니다. LG CNS가 지난해 수행했던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에 대한 대가를 4분기에 집중적으로 받다보니 4분기 현금보유량이 늘어났습니다. LG CNS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 4316억원입니다. 2018년말(1985억원), 2017년말(1589억원)에 비해 대폭 늘었죠. LG CNS와 같은 IT서비스 기업들은 공공·금융 및 기업들의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유지보수해주고 그 대가를 받습니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완료까지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이렇다보니 프로젝트 대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나눠서 받습니다. 나눠서 받다가 프로젝트 말기나 완성 후에 나머지 대금을 한 번에 받는 구조입니다. 특히 공공공기관은 대금 집행을 하반기에 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G CNS도 지난해 4분기에 현금 유입량이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IT서비스 프로젝트는 한 기업이 다 할 수가 없죠. 특히 LG CNS같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 발주기관으로부터 대금을 주 사업자인 LG CNS가 받고 이 중 일부를 함께 일했던 파트너 기업들에게 나눠줘야겠죠. 그 나눠주는 작업을 올해 1분기에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현금 유출량이 늘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매년 1분기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거나 플러스더라도 규모가 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근 5년간의 1분기 현금흐름을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2016~2020년 1분기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모두 플러스입니다. 이에 대해 LG CNS는 "사업 수주 규모나 현금을 받는 시기가 매년 조금씩 다르다보니 매년마다 같은 흐름을 이어갈 수는 없다"며 "지난해말에 특히 대금 정산이 많이 이뤄졌고 이를 올해 초에 협력사들에게 나눠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자료=LG CNS 사업보고서
▲ 자료=LG CNS 사업보고서
또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준 원인을 찾아보면 재고자산의 영향도 있어보입니다. 재고자산이란 기업의 유동자산 중 상품이나 제품 등 재고조사에 의해 현재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합니다. LG CNS의 1분기 재고자산은 약 522억원으로 지난해말(348억원)에 비해 약 50% 증가했습니다. LG CNS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에 대해 1분기에 '어떤' 상품을 약 510억원에 취득했다고 나와있습니다. 회사에 필요한 자산을 대규모로 들이는 과정에서 현금이 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LG CNS의 1분기 매입채무 규모가 줄어든 것도 현금 유출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힙니다. 매입채무는 외상매입금과 지급어음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재화나 용역을 외상으로 구입함으로써 발생한 부채로, 쉽게 말해 갚아야 할 외상값입니다. LG CNS의 1분기 연결재무상태표를 보면 매입채무는 3174억원으로 지난해말(4735억원)에 비해 약 1588억원 줄었습니다. 그만큼 1분기에 외상값을 갚는 과정에서 현금이 유출된 것이죠.

1분기에 이런 사정들로 인해 LG CNS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향후 현금흐름은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LG CNS는 세종시와 부산시가 추진중인 스마트시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에서 LG CNS는 컨소시엄의 주 사업자로 참여해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협상을 거쳐 구축 작업의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3조1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입니다.

LG CNS는 부산시의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부산 스마트시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에너지가 주관하는 더그랜드컨소시엄을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했지만 계약을 맺지 못했습니다. 협상 권한은 후순위 사업자였던 한국수력원자력의 컨소시엄으로 가게 됐습니다. LG CNS는 주 사업자는 아니지만 이 컨소시엄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형 국책 사업을 잇달아 맡게 되면 회사의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죠. 대형 사업의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힘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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