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광역시 가좌동 주거형 오피스텔 공사 현장.(촬영=박유진 기자)
▲ 인천광역시 가좌동 주거형 오피스텔 공사 현장.(촬영=박유진 기자)

지난 19일 오후 인천광역시 가좌동 일대에 위치한 주거형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을 찾았다. 중고차 매매단지와 공업단지를 마주 보고 있는 현장은 개인간대출(P2P) 소액 투자자들의 돈이 묶여있는 곳이다. P2P 업체인 테라펀딩, 우리자산신탁 등이 사업에 참여했지만, 투자자들은 상환 예정일 5개월을 넘기도록 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원리금 손실 0건' 진위를 찾아서

기자도 역대급 초저금리로 인해 시중의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 해당 건축물에 소액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간편송금 서비스로 유명한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디지털 금융플랫폼이 중개자로 나서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P2P 투자가 주목받던 시기였다. 이들 플랫폼은 투자 위험이 큰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해 '원금 손실 0건, 은행이 투자한 P2P' 등의 광고 문구를 앞세워 투자자 유입에 나선 바 있다.

▲ 투자를 진행할 당시 모바일 앱 토스(toss)에 소개된 부동산 투자상품 화면
▲ 투자를 진행할 당시 모바일 앱 토스(toss)에 소개된 부동산 투자상품 화면

2019년 6월을 시작으로 P2P에 투자한 돈은 소액으로 110만 원, 건수로는 7건이다. 금융 중개 플랫폼으로는 카카오페이와 토스를 이용했고, P2P 업체인 피플펀드와 테라펀딩에 각각 투자했다. 투자했던 상품의 최고 수익률이 13%에 달해 P2P 이자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제법 짭짤했다. 당시 기준금리는 1.50%로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줄줄이 하락해 은행 예·적금 상품의 최고 이율은 1% 후반대를 나타내던 시기였다.

상환예정일 넘겨 날아온 연체 소식

투자 상품의 연체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해 9월의 일이다. 제주도 내 타운하우스 신축사업 리파이낸싱 상품이었다. 사업의 자금은 무궁화신탁이 관리하고 테라펀딩 등이 개인 투자자를 모아 PF에 참여했다. 이 상품은 돈을 빌린 채무자가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환대출을 추진하던 중 담보물에 가압류가 들어오면서 전체 투자금의 71.85%만 상환됐다. 총 10만 원을 투자해 돌려받은 돈은 7만1850원. 이어 인천광역시 일대에 주거형 오피스텔을 짓는 상품에서 상환 지연이 안내됐다. 상환예정일에 받은 돈은 원금의 13.6%인 1만3570원이다. 이후 아파트를 담보로 대환대출을 진행하는 부동산 담보 대출 또한 상환 예정일을 넘기도록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안전하다던 투자상품은 왜 연체됐나

투자 상품이 연체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리형토지신탁(책임준공확약)의 수익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땅에 오피스텔을 조성해 임대 수익을 얻고자 한다. 건축 자금이 충분하지 않고 개발 노하우가 없다고 판단해 신탁사를 찾아가 건설부터 분양계약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개발 사업을 맡긴다. 이렇게 의뢰를 받은 신탁사는 건물의 공사를 진행할 시공사를 찾아 공사도급계약을 맺는다. 시공사·시행사는 대출 계약의 주체가 되고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책임준공확약을 바탕으로 은행이나 P2P 업체에 대출을 요청한다. 이후 P2P 업체는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조달받아 부동산 개발에 자금을 대준다. 준공이 끝나면 신탁사는 분양 계약과 소유권이전 등을 진행하고 토지 소유자에게 수익을, 대출자에게 대출 원리금을 배당하는 구조다.

투자 계획대로라면 대출의 원리금은 모두 상환됐어야 한다. 하지만 자금 조달 과정에서 P2P 업체가 시공사의 채무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참여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시공사가 다른 사업장에서 공사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그 여파로 나머지 현장까지 압류가 들어온 상황이다.

또 다른 상품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시행사가 제주도에 준공된 타운하우스 건물을 토대로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 상환에 나섰어야 했지만, 담보물에 가압류 등이 이어지면서 상환이 지연됐다. 이후 대환대출에 성공해 120억 원이 변제가 됐지만, 보존등기 비용과 추가 공사비 등 각종 비용을 떼고 나니 원금을 갚을 돈이 부족했고 상환 지연으로 이어졌다.

내 돈 전액 받을 수 있나

상환 지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P2P 업체 측은 타운하우스 건에 대해 분양을 통해 돈을 갚아나갈 것을 약속하고 있으나 장기간 연체에 따른 손실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는 "토지 관련 문제로 인해 해당 물건을 취급하는 사람은 없다"며 "시행사 측에서 당분간 분양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뒤를 이어 연체된 상품 또한 수의계약에 성공했지만 이렇게 받은 계약금의 90% 이상을 선순위 채권자들이 가져가면서 결국 피해는 최초 자금 조달에 나서준 P2P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신탁사 관계자는 "은행 빚과 공사 대금 등 모든 돈을 갚은 뒤 남은 수익을 얻는 곳이 시행사이고, P2P 업체는 그 수익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곳이서 투자 위험이 크다"며 "P2P 회사가 소액 투자자에게 잘못된 물건을 소개한 셈"라고 말했다.

은행도 손 안 대는 고위험 대출…간편함에 묻힌 투자 위험성

최근 P2P 업계 자산 부실화가 심화되면서 업체를 대상으로 한 투자자들의 소송과 집단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해당 P2P 업체와 제휴해 광고 대행에 나선 금융 플랫폼을 통해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P2P 대출의 장점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 강조, 상품의 원금 손실이 없었던 사실을 강조해왔던 상황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P2P 대출이 취급하는 건축자금대출은 수익성이 없고 위험 리스크가 높아 은행도 취급하지 않을 만큼 복잡한 사업 구조"라며 "투자금 조달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 자본력이 부족한 영세한 차주가 주로 이곳에서 고금리를 부담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고위험 상품군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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