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이후 시중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DT)을 위한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면 미래도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 주요 은행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신한은행은 지난 5년간 영업점 40곳을 줄였다. 경쟁은행(KB국민·하나·우리)이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581곳의 점포를 축소한 것과는 엇박자 행보다. 상당수 은행이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경영 효율화를 달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비용 효율성에서 최고 수준을 달성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객 편의를 지키고 비용관리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3303개로 2015년 대비 621개 줄었다. 최근 5년간 하나은행은 283개, KB국민은행 163개, 우리은행 135개, 신한은행은 40개의 점포를 줄였다. 금융사마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점포 폐쇄 속도가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줄어든 점포 수만 222개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추세에 발맞춰 점포 폐쇄에 나선다는 설명이지만, 초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에 비용관리에 나선 측면도 있다.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50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조2710억원) 대비 11% 증가한 실적이지만 웃을 수만은 없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연간 실적 상승률이 1%에 그치는 등 실적 진통을 겪은 뒤 나온 성적이라 성장률이 높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역대급 초저금리로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거두는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 1분기 판매관리비는 3조3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하면서 비용 관리 중요성이 커졌다. 급여와 임차료 등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판매관리비 통제를 통한 허리띠 졸라매기로 영업이익경비율(CIR) 관리에 나설 수 있는데, 한계론도 부각된다. 

시중은행들이 몸집을 줄이는 방향으로 CIR 개선에 나서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은 큰 구조조정 없이도 경영 효율화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 CIR은 44.4%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49.4%, 하나은행은 49.5%, 우리은행은 50.4%를 나타냈다. CIR은 버는 돈에 비해 판매관리비로 얼마나 쓰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경영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IR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이자이익과 비이자수익의 고른 성장이다"며 "이 외 판관비 관리, 비효율적 업무의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경영 효율화가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요 금융사 수장들은 한 해 사업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CIR 개선을 천명한 바 있다. 리딩금융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경영진으로서는 최근의 비우호적 영업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출구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선진 금융회사는 물론 국내 다른 금융그룹들에 비해서도 우리금융의 CIR은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라며 "CIB, 자산관리 등 그룹의 주요 사업 시너지를 강화해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디지털 기반의 경영체계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점포를 없애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업무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 인공지능 도입, 조직 변신을 꾀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마다 전방위적인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신한은행은 행장 직속 '디지털혁신단'을 신설했고, 우리은행은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던 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격상했다. KB국민은행은 사업조직(Biz)과 기술조직(Tech)이 함께 일하는 25개 플랫폼 조직을 8개 사업그룹 내에 신설했으며, 하나금융그룹은 플랫폼 금융에 대한 그룹 혁신 역량 집중을 위해 ‘디지털부회장’ 등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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