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분석]‘디지털 ABCD’ 사활건 우리은행, 권광석의 '논스톱' 행보

발행일 2021-05-24 17:38:18
IT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이후 시중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DT)을 위한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면 미래도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 주요 은행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우리은행은 올해 ‘디지털 퍼스트, 디지털 이니셔티브(Digital First, Digital Initiative)’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디지털 금융시장 선도를 목표로 AI(인공지능), Blockchain(블록체인), Cloud(클라우드), Data(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ABCD’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은행권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서겠다는 계획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에 열린 2021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회의, 보고, 의사결정 등에서 새롭게 생각하는 디지털 사고방식을 갖춰 디지털 혁신의 가속도를 더욱 높이자”고 말했다.

주요 시중 은행장 중 유일한 공대 출신인 권 행장은 디지털 전환과 채널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권 행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에 따라 금융과 디지털을 하나로 묶는 고도화 작업에 나섰다. 이를 통해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미래 금융시장의 경쟁력도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외부 인사 수혈·조직 개편 단행

우리은행 조직도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디지털은행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우리은행은 이달 초 외부 전문가 영입과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지난 3월 25일 권광석 행장의 연임이 확정된 후, 2개월 만에 나타난 변화다. 디지털 금융의 선두에 서겠다는 권 행장의 목표가 뚜렷하게 보인다. 

우선 디지털그룹 DI추진단장(본부장)에는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부장이 영입됐다. 김 본부장은 삼성화재 인터넷전략팀 및 UX&애널리틱스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다방면의 디지털 사업을 총괄했다. ‘순혈주의’ 전통이 강한 은행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외부 인사 영입은 큰 변화가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 등에서 순혈주의를 깨려는 외부인사 영입이 있었고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다"며 "순혈주의는 은행의 전통으로 자리잡았으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벽이 깨지고 있다"고 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에 발맞춰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전략 수립과 디지털 마케팅·채널을 총괄하던 기존의 ‘DT추진단’은 ‘디지털그룹’으로 격상됐다. 황원철 부행장을 그룹장으로 삼아 힘을 실었으며, 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디지털전략부를 비롯해 프로세스혁신부, 스마트고객부, 고객센터 등을 뒀다. 

디지털그룹에는 기존 디지털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디지털금융단’과 신기술 영역을 맡을 ‘DI추진단’을 신설했다. 디지털금융단은 황원철 부행장이 단장을 겸하며 비대면 채널 관련 기획, 개발 및 마케팅 추진 등을 담당한다. 

DI추진단은 새로 영입한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부장을 단장으로 삼고, 인공지능(AI)을 연계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통한 고객 요구 충족을 목표로 한다. 

조직개편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외부 전문가 영입과 조직개편을 통해 신속한 디지털 전환, 차별화된 디지털 고객경험 제공 및 디지털 신기술 경쟁우위 확보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에 푹 빠지다 

(우리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우리은행은 AI 관련 기술 도입에 다른 어느 은행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 주요업무 전 부문에 AI기술을 적용해 ‘AI가 강한 은행’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에는 영상합성 스타트업인 라이언로켓과 ‘AI뱅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I뱅커’의 경우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가상 은행원으로 상담하는 고객의 음성을 분석하고 이해해 실제 은행원이 상담하는 것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AI 기반 시장예측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AI를 통한 △시장 전망분석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구성 △상품 평가 및 선정 △상품 리밸런싱 등 자산 관리에 필요한 전 과정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AI 상담 통합 플랫폼’도 올해 중 구축한다. AI상담봇은 비대면 금융거래에 불안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예적금 만기, 대출 연체 등 각종 금융 업무에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며, 챗봇 고도화를 통해 이용객의 질문 의도를 정확히 파악, 최적의 답변을 전달할 계획이다. 구축이 완료되면 고객 대기시간 단축으로 고객만족도 증대와 상담직원의 업무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KT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대표 산학연이 참여 중인 ‘AI원팀’에 합류했다. 향후 AI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혁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 행장은 “AI 기술 발달로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국내 최고의 기업 및 기관들과 협업해 고객에게 그동안 없었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국내 금융산업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생활편의서비스 확대

우리WON뱅킹 (우리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우리은행은 디지털 서비스의 핵심채널인 ‘우리WON뱅킹’에 생활편의서비스 기능을 더하고 있다. 앱에서 금융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고객 유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더욱 다양한 생활형 연계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5월부터 100여 명 개발·운영 인력이 투입돼 상시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출시한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의 경우 진단서 등 종이서류 없이도 우리WON뱅킹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 출시 4개월 만에 신청 건수가 1만건을 돌파한 바 있다. 또한 우리WON뱅킹에서 이용 가능한 ‘우리 아이 계좌조회 서비스’는 만 14세 미만 자녀의 계좌를 간단한 동의절차 만으로 이용내역을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연내에는 우리WON뱅킹에서 우리카드, 우리페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MZ세대 확보 차원에서 우리WON뱅킹에 미술품 소액 투자, 개인 택배 배달 및 픽업 서비스 등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새로운 ‘마이데이터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용객의 신용정보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합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 생활플랫폼 연계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 속도 높여라”

권광석(오른쪽) 우리은행장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 (우리은행 제공)

빅테크와의 경쟁 대신 상생을 택한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 2월에는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상환 능력이 충분한 온라인 사업자에게 1금융권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어 지난 4월 우리은행은 네이버와 손을 잡고 금융과 플랫폼 서비스를 연계한 콘텐츠 개발 등 디지털 혁신사업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양사는 △MZ세대를 위한 금융과 플랫폼 서비스를 연계한 콘텐츠 개발 및 공동 마케팅 △우리은행과 네이버 인증서 이용 확대 협력 △네이버 전자문서·자격증 서비스 연계한 이용자 혜택 강화 △B2B2C(기업 간, 소비자 간 거래) 대상 금융과 플랫폼 융합 서비스 패키지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모든 것은 디지털 금융 선두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우리은행의 노력이다. ‘흐름에 뒤처지면 끝’이라는 위기의식도 배경이 됐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은행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권 행장은 2021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122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위기극복 DNA에 혁신 D(디지털혁신).N(지속가능 성장).A(수익기반 확대)’를 더해 미래 디지털 금융시대를 주도해 나가자”며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디지털 사고방식’을 갖춰 디지털 혁신의 가속도를 더욱 높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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