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의 탱커선.(사진=HMM)
▲ HMM의 탱커선.(사진=HMM)

포스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롯데그룹 등이 수소 경제 도약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맺었다. 이들 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수소 생산에 필요한 암모니아를 유통하기 위해 각자 단계별로 역할을 수행한다. 포스코는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생산을,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을 만든다. HMM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암모니아를 해상에서 운송한다.

△포스코 △한국조선해양 △HMM △롯데정밀화학 △롯데글로벌로지스 △한국선급 등 6개사는 25일 오전 서울 잠실 시그니엘호텔에서 '친환경 선박·해운시장 선도를 위한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 컨소시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6개사는 수소 경제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거나, 암모니아 공급사슬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는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가 협력에 나설 경우 각자 잘하는 일을 나눠서 수행해 서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 포스코 등 6개사의 암모니아 활용 관련 협력 방안.(사진=HMM)
▲ 포스코 등 6개사의 암모니아 활용 관련 협력 방안.(사진=HMM)

특히 수소는 생산부터 저장·유통, 활용에 이르기까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쉽지 않은 에너지원이다.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할 만큼 풍부한 자원이다. 연소시켜도 산소와 결합해 다시 물로 변해 환경오염의 염려가 없다.

부생가스 또는 암모니아를 포집해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를 얻을 수 있고,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수소는 미래의 유망 에너지원으로 꼽히지만 화석연료와 비교해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기업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야 하는 만큼 보다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게 과제다.

이번 MOU는 기업들이 각자 비교우위에 있는 사업들을 바탕으로 협력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암모니아 공급사슬의 하위 단계는 포스코가 맡는다.

▲ 수소 생산을 위한 자원 및 수소 수요 지역(자료=맥킨지)
▲ 수소 생산을 위한 자원 및 수소 수요 지역(자료=맥킨지)

포스코는 호주 철광석 회사인 FMG와 호주 에너지 업체인 오리진 에너지로부터 암모니아를 공급받는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수소 생산에 필요한 암모니아를 도입하기 위해 오리진사와 MOU를 체결했고, 지난해 12월 FMG와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생산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기체 상태인 수소를 운송하기 위해선 영하 253도로 액화시키거나 압축해 부피를 줄여야 한다. 이는 비용이 많이 들어 채산성이 떨어진다. 수소를 질소와 합성해 암모니아로 바꾸면 저렴하게 수소를 운송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에 비해 1.5배의 밀도를 갖고 있고, 영하 33도 이하에서 액화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포스코는 오리진사와 FMG가 생산한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바꾼 후 국내로 들여와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하는 기술은 상용화됐지만,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대량으로 추출하는 기술은 초기 단계다. 포스코는 KIST와 RIST와 함께 이 기술을 개발 중이다.

HMM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암모니아 운송을 맡는다. 두 회사가 보유한 탱커선을 활용하면 호주 등에서 암모니아를 실어나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사와 정유사에서 부생가스를 활용해 그레이수소를 만든다. 이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식인 데다 수소 생산량 또한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호주 등 자원부국에서 수소 생산에 필요한 암모니아를 들여와야 한다. 수소의 경제성이 높아질 수록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암모니아 수입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해운사가 장기운송계약(CVC)을 맺고 암모니아를 조달해야 하는 이유다.

암모니아 유통은 롯데정밀화학이 맡는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암모니아 유통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다. 롯데암모니아의 탱크와 파이프를 활용할 경우 해외에서 들여온 암모니아를 보다 효율적으로 암모니아 생산공장으로 유통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를 연료로 운항하는 선박 개발에 나선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추진선에 대한 선급 인증서를 획득했다. 암모니아는 친환경 연료로 연소 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암모니아 추진선이 상용화되면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70%까지 저감해야 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에 나선다.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공급사슬의 상위 단계인 '활용 및 소비' 부문을 맡게 됐다. 이는 이번 협력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이다. 이번 협력의 취지는 수소 경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암모니아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에 있다. 암모니아를 보다 효율적으로 들여와 수소를 생산하는 것인데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추진선을 개발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그룹 역량을 총동원해 수소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플랜트 기술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수소 운반선과 수소 연료전지 사업, 수소 충전소 사업에 나선다.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참여하는 수준에서 진행돼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이다.

업계는 6개사의 협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두산그룹은 수소 경제를 미래 성장의 한축으로 삼았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대그룹들의 협력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들어와 수소로 만들어도 수요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수소 밸류체인에 있는 기업들이 함께 참여해야 수소 경제를 조기에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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