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G 이동통신 사용자들의 서비스 만족도는 약 27%로 LTE 대비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에서 5G 만족도가 LTE보다 낮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에릭슨엘지는 25일 '에릭슨 컨슈머랩 보고서: 더 나은 5G를 위한 다섯가지 방법'(이하 보고서)이란 소비자 보고서를 발간했다. 5G 속도와 가용성에 중점을 두는 일반적인 5G 조사 보고서와 달리 실제 사용자들의 시각과 평가를 중심으로 쓰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조사는 2020년 12월 말까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인도, 스위스, 영국 등 26개국 3만730명의 이동통신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전원은 스마트폰 보유자이며 4025명이 5G 서비스에 가입돼 있다.

▲ '더 나은 5G를 위한 다섯가지 방법' 조사 대상 26개 국가, 주황색은 올해 5G 상용화를 앞둔 국가들이다 (자료=에릭슨엘지)
▲ '더 나은 5G를 위한 다섯가지 방법' 조사 대상 26개 국가, 주황색은 올해 5G 상용화를 앞둔 국가들이다 (자료=에릭슨엘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의 5G 만족도는 27%로 조사됐다. 40~60% 사이를 나타내는 비교 국가들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박병성 에릭슨엘지 수석 네트워크 컨설턴트는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은 5G 커버리지나 품질 등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높지만 실제 수치를 따져보면 한국은 인구 대비 5G 커버리지 구축 수준이 90%를 넘는 선도 국가"라며 "다만 한국 사용자들은 이미 전국망 구축이 완료된 고품질 LTE망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5G 품질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5G vs LTE 네트워크 만족도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 (자료=에릭슨엘지)
▲ 5G vs LTE 네트워크 만족도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 (자료=에릭슨엘지)

▲ 한국 소비자의 연도별 LTE 만족도 (자료=에릭슨엘지)
▲ 한국 소비자의 연도별 LTE 만족도 (자료=에릭슨엘지)

또 보고서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과장된 5G 성능 홍보와 불만족스러운 5G 실내 커버리지, 합리적인 5G 요금제 부족도 한국 사용자들이 5G에 불만족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LTE와 마찬가지로 가정용 와이파이(Wi-Fi) 품질이 뛰어난 것도 비교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박 컨설턴트는 한국의 5G 구축 수준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에릭슨엘지 컨슈머랩이 LTE가 한국에 첫 출시됐던 2012년부터 2013년에 측정한 LTE 만족도는 26%로 현재 27%를 기록한 5G와 큰 차이가 없다. 즉, 한국 소비자들이 지난 10여년간 고품질 LTE 및 와이파이 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5G에서 월등한 퍼포먼스와 혁신적인 서비스 등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 지금의 5G 부정 평가가 더욱 도드라지게 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2019년 5G 상용화 초기 'LTE 대비 20배 빠른 5G'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최근 이를 위한 28기가헤르츠(GHz) 주파수의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시장 도입이 비현실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통사들은 더 큰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과 정반대의 상황을 보이는 국가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5G 소비자 만족도가 LTE 대비 약 2배 높은 59% 수준을 나타낸다. 이는 스위스의 5G 초기 보급 전략이 제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다. 스위스는 일반적으로 5G에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인 3.5GHz 미드밴드 외에도 더 낮은 대역의 로우밴드 주파수를 함께 활용함으로써 5G 상용화 시점과 전국망 구축 시점을 비슷하게 맞췄다. 5G 상용화와 함께 안정적인 5G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든 환경이 소비자 만족도 향상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미국도 LTE보다 5G에 대한 만족도가 14% 더 높게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는 다소 특수하다. 5G 상용화 시기는 2019년 4월로 한국과 같지만 미드밴드 주파수 보급이 늦어지면서 5G 이용이 원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기술에 대한 기대치와 수용도가 높고, 올해 5G 보급 본격화를 위한 미드밴드 주파수가 할당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치가 높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미국 5G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61% 증가한 4130만명이 될 전망이다. 또 2024년까지 총 2억2230만명의 미국인이 5G 이동통신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뿌리 박힌 5G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려면 어떤 점들이 보완돼야 할까? 에릭슨엘지는 이번 보고서에서 '5G 실내 커버지리 강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5G 이용자들이 실내에서 5G가 끊기거나 LTE로 전환되는 빈도를 줄이기 위해 이통사들이 외부 커버리지 확대와 더불어 인빌딩 5G(건물 내 5G) 품질 확대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 컨설턴트는 "실제 조사 결과 5G 이용자들은 5G 속도나 배터리 소모량보다 실내 커버리지가 충분히 확보되는 환경을 2배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통사가 5G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려면 사용자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부터 개선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5G 소비자 활용 사례 개발 로드맵, 왼쪽 '비즈니스 레디'에 포함된 서비스만이 현재 상용화 단계에 있다 (자료=에릭슨 엘지)
▲ 5G 소비자 활용 사례 개발 로드맵, 왼쪽 '비즈니스 레디'에 포함된 서비스만이 현재 상용화 단계에 있다 (자료=에릭슨 엘지)

5G 기반의 혁신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5G 초기 사용자들은 5G 속도에 35%의 만족도를, 5G 기반 혁신 서비스 만족도에는 이보다 훨씬 낮은 22%의 만족도를 보였다.

박 컨설턴트는 "유망 5G 기반 서비스의 3분의 2는 여전히 시범, 혹은 내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서비스 중 소비자 요구가 높은 서비스를 우선 더 공급함으로써 전반적인 5G 사용 경험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 2020년 말 기준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의 39%가 5G로 전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G 상용화 초기인 2019년 3월 대비 약 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에릭슨엘지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최소 3억명의 신규 5G 가입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말 기준 전세계 5G 가입자 수는 약 2억2000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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