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신세계아이앤씨의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신세계아이앤씨)
▲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신세계아이앤씨의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는 유통하면 떠오르는 국내 대표 기업 중 한 곳입니다. 유통 기업들에게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면서 함께 주목받는 곳이 신세계의 IT서비스 전문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I&C)입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 1997년 신세계의 전산실 조직이 분리돼 그룹의 IT서비스 전문 계열사로 설립됐습니다. 이후 20년 이상 유통 분야에 특화된 IT서비스 사업을 수행했습니다. 태생이 그룹 내 IT서비스 기업이다보니 주요 고객은 신세계의 대표 유통 채널인 이마트입니다. 같은 신세계 관계사가 고객사이다보니 꾸준한 매출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는 반대로 보면 관계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 자료=신세계아이앤씨 분기보고서
▲ 자료=신세계아이앤씨 분기보고서
신세계아이앤씨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나와있는 주요 프로젝트의 수주현황을 보면 회사의 높은 계열사 의존도를 알 수 있습니다. 3월말 기준 신세계아이앤씨의 시스템 구축 사업 수주총액은 약 369억원입니다. 시스템 구축이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대가를 받는 사업을 말합니다. 신세계아이앤씨의 시스템 구축 사업 수주총액 중 약 85%인 314억원이 신세계 그룹 관계사의 물량입니다. 신세계 그룹사가 아닌 대외 고객사의 물량은 55억원에 불과합니다.

시스템 구축 사업과 별도인 IBS 공사 물량은 약 258억원이지만 이중 대외 고객의 물량은 없습니다. 모두 신세계 관계사죠. IBS 공사란 지능형 빌딩을 구축할 때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에너지 제어 기술이나 전자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주로 이마트나 이마트24 등의 신규 매장이 들어설 때 IBS 공사 사업을 수주해 ICT가 도입된 첨단 매장으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분기보고서의 수주현황에 대해 신세계아이앤씨는 1분기 매출이 모두 반영된 것이 아니며 솔루션·클라우드·IDC(데이터센터) 등 다른 대외 사업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다른 사업까지 모두 더하면 내부 거래 비중은 60%대이며 이 또한 줄여나가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입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홈페이지에서 '글로벌 리테일테크 전문 기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유통 전문 ICT 역량을 보유한 IT서비스 기업이라는 의미겠죠. 하지만 분기보고서의 수주현황에서 보듯 아직은 글로벌 리테일테크 전문 기업이라고 할 정도로 고객을 다양하게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같은 탄탄한 그룹 관계사 고객을 대상으로 수행한 각종 시스템 구축 사업을 기반으로 사례를 확보한 후 대외 시장에 도전해야겠죠.

신세계아이앤씨는 리테일테크 통합 브랜드 '스파로스(Spharos)'를 출시하고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스마트리테일 등의 솔루션을 선보이며 대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분야는 POS(판매관리시스템)와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인 가운데 외부 파트너들과도 손잡았습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하시코프와 손잡고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인프라 자동화 솔루션 사업에 나섰습니다. 양사는 오픈소스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 자동화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입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구글 클라우드와도 손잡았습니다. 리테일 산업에 특화된 기술력과 클라우드 운영 노하우를 인정받은 신세계아이앤씨는 구글 클라우드 파트너 자격 인증을 취득했죠. 회사는 향후 구글 클라우드와 기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통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입니다.

인공지능(AI)도 새로운 사업분야입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챗봇·개인화추천·수요예측·비전기술 등을 내세워 AI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셀프계산대·스마트선반·셀프서비스 스토어 등 스마트리테일 분야는 신세계아이앤씨의 전문 분야죠. 스마트리테일은 신세계 그룹 관계사가 아닌 다양한 유통망이 타깃이 될 것입니다.

▲ 자료=신세계아이앤씨 실적발표
▲ 자료=신세계아이앤씨 실적발표
신세계아이앤씨는 탄탄한 그룹 관계사 매출을 기반으로 대외 고객을 늘려가며 실적은 우상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신세계아이앤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167억원, 영업이익 7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30.5% 증가했습니다. IT서비스 부문에서 시스템 구축 및 SM(시스템 유지보수), IDC(데이터센터) 매출이 늘었으며 IT유통 부문에서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5 등 게임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습니다. 플랫폼 부문에서는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 사업을 SSG닷컴에 양도한 여파로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 약 16억원으로 플러스 79억원이었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증가폭이 줄었습니다. 이는 회사에 필요한 솔루션을 연납으로 구매하면서 현금이 한 번에 많이 빠져나간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주전공인 리테일테크분야뿐만 아니라 클라우드와 AI에서도 대외 고객을 확대하려면 클라우드 및 AI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외 ICT 기업들과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유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대외 고객을 확대해 종합 ICT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