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직썰]은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코너입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기업의 깊은 속을 외형적 수치가 아닌 직원들이 매긴 솔직한 평점과 적나라한 리뷰를 통해 파헤쳐봅니다.
▲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이지만 출범 이후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주주사인 KT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벌금형 선고로 대주주 적격성 원칙 위반 판결을 받은 것이 타격이었다.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고 대출영업이 중단되는 등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상승세다. 케이뱅크 가입자는 지난 1월 말 247만명에서 최근 500만명을 돌파했다. 1분기에만 172만개의 신규 계좌를 유치했다. 기존 은행보다 유리한 조건의 대출에 인기를 끌었고, 올해 초 업비트 계좌 연동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업비트에 원화 입출금 전용 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뱅크에 투자자가 몰린 것이다. 

케이뱅크로서는 국내 1위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의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금법(특정금융정보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화폐거래소는 9월까지 은행에서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한다. 이에 케이뱅크와 업비트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보조를 맞출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뱅크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KT나 2대 주주인 우리은행의 입장도 케이뱅크의 업비트 재계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업비트 재계약과 별개로 가상화폐 열풍에 기댄 성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투자 심리가 얼고 예금이 대거 빠져나가면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달 중순 8000만원을 돌파했으나 악재가 겹치면서 5월 말에는 한때 4000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변동성이 무척 큰 만큼 향후 추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움츠러들 여지도 적지 않다.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자본력 강화' 

▲ 국내 주요 은행 자본금/BIS 비율 현황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국내 주요 은행 자본금/BIS 비율 현황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그러나 현재까지 케이뱅크의 각종 지표는 긍정적이다. 케이뱅크의 수신잔액은 지난 3월 8조7200억원에서 최근 12조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영업 재개 직전인 지난해 6월 말 기준 수신잔액이 약 1조8500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아울러 케이뱅크는 올 1분기에 1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적자폭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24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영업수익은 지난해 1분기 190억원에서 388억원으로 늘었다. 각종 제휴와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도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케이뱅크는 26일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로부터 1조2499억원의 유상증자를 이루면서 날개를 달았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베인캐피탈(사모펀드), MG새마을금고 등이 케이뱅크의 새로운 주주가 됐다. 총 발행 신주 중 5249억원 규모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나머지 7250억원 규모는 제3자 배정으로 신규 투자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2017년에 자본금 2500억원으로 출범해 7번의 유상증자를 거친 케이뱅크는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납입 자본금이 9017억원에서 2조1515억원으로 폭증하게 된다. 확충된 자본력을 통해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 대형 플랫폼과의 협력 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케이뱅크 서호성 은행장은 “이번 대규모 자본확충은 케이뱅크의 혁신 역량과 미래 성장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은 결과”라며 “기본 사업인 예대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타 기업과의 제휴, 그룹사 시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해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가 연내 상장을 앞둔 가운데 케이뱅크는 2023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가 향후 중금리, 전·월세 대출 상품 확대를 통해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은 2022년, 예상 IPO 시점은 2023년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업만족도는 2점대로 낮은 편

▲ 케이뱅크 직원 평가 (자료=잡플래닛,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케이뱅크 직원 평가 (자료=잡플래닛,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케이뱅크 전·현직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올라온 리뷰를 통해 솔직한 이야기가 들어봤다.

전·현직자들이 평가한 케이뱅크의 올해 기업만족도는 5점 만점에 2.78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66점에 비교하면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 

다른 항목에 대한 평가 역시 하락세다. 직원들의 ‘기업 추천율’의 경우 2019년 43%에서 지난해 34%, 올해는 30%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CEO지지율’은 33%에서 22%까지 추락했다. ‘성장가능성’ 역시 19%에서 13%로 하락하며 부정적인 기운이 짙은 모습이다. 

‘연봉’ 의견은 긍정과 부정 엇갈려

▲ 케이뱅크 직원 만족도 (자료=잡플래닛,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케이뱅크 직원 만족도 (자료=잡플래닛,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케이뱅크의 ‘복지 및 급여’ 부문 평가는 비교적 낮았다. 2019년 3.48점, 지난해 3.03점에서 올해는 2.87점으로 내려가면서 낮아지고 있다. 케이뱅크 공시에 따르면 임직원 평균 보수는 2018년 7200만원, 2019년 8200만원, 2020년 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시중 은행 수준으로 대우해주는 경력직과 달리 신입 직원의 임금이 낮은 것이 개선사항으로 꼽혔다. 연봉과 관련된 잡플래닛 리뷰에는 긍정과 부정의 반응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리뷰 중에는 “개인차 있으나 그럭저럭 높은 연봉”, “연봉이 타 업종에 비해서 높고 복지도 나름 갖추고 있음”, “업계 평균의 연봉 수준”, “타 금융사 연봉에 맞춰줌”, “우리은행의 복지를 가져왔기 때문에 급여 수준과 복지 시스템이 좋음”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금융권치고 연봉이 그리 높지 않음”, “시중은행 대비 연봉이 낮고 복지가 적다”, “낮은 연봉인상률”, “직원들 급여체계를 더 강화해야” 등의 의견도 있었다. 

“워라밸이 중요? 이곳이 답”

▲ (케이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 (케이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케이뱅크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은 항목은 ‘일과 삶의 균형’이었다. 워라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점대 이상으로 유일하게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2019년 4.14점을 정점으로 지난해 4.06점에서 올해는 3.7점으로 내려가 하락세를 보였다.

직원들은 “워라밸이 목표인 사람들에겐 최고의 회사”, “6시 정시 퇴근하면 엘리베이터 줄 서서 타야 함”, “연차 쓰는 것도 크게 부담 주지 않음”, “워라밸이 너무 보장되어 있어서 믿기지 않을 정도”, “시중은행에 비해 전체적으로 워라밸이 좋다고 할 수 있음”, “워라밸이 완벽하게 보장이 되어서 저녁 있는 삶을 살 수 있음”, “고민 없이 생활해도 월급이 나온다”, “연차 쓸 때 눈치 안 봄”, “연차 및 복지는 최고”, “연차를 윗사람 눈치 안보고 쓸 수 있음”, “점심시간 넉넉함. 11시 30분부터 보통 식사” 등의 리뷰를 남겼다. 그러나 “얼마든지 무임승차 가능한 구조가 너무 아쉽다”, “요즘 들어 자꾸 주말 출근과 야근을 강요하는 팀장들이 늘어남” 등의 지적도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유지되길”

▲ (케이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 (케이뱅크 홈페이지 갈무리)

케이뱅크의 ‘사내 문화’ 평가는 3년 연속 하락했다. 2019년 3점에서 지난해 2.81점, 올해는 2.52점까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내부 분위기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았다. 

직원들은 “업무 체계가 자유로우며 호칭이 자유롭다”,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다”, “서로 ‘님’자 호칭을 쓰는 수평적 문화”, “업계에서 보기 힘든 수평적 문화를 지향하며 체계적임”, “고객 영업이 없어 기존은행과 달리 실적 압박이 없다”, “정치적인 사내문화, 조직문화가 있지만 차차 개선되는 듯”, “텃세 없는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함”, “사생활 노터치”, “고객을 직접 대면할 일이 없어서 고객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음” 등이 장점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공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문화가 섞여 있음”, “오픈 당시 강조하던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은 이제 ‘님’ 문화 말고 없음”,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사이의 애매한 느낌”, “처음 창립 시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점점 보수화되어감”, “자율적인 분위기는 좋으나 부서 간 이기주의가 심함”, “기존 은행권 인력들의 텃세와 나태함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 “조직문화가 팀별로 다름”, “수평적이고 혁신을 지향할 것처럼 보이지만 가서 본 모습으로는 은행 문화와 KT 문화가 섞인 회사” 등의 비판도 있었다. 

긴 터널 지나는 중…“변화와 도전 시도하자”

케이뱅크는 이르면 2023년 하반기에 IPO를 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관계자들은 예상 시가총액을 최소 8조원으로 보고 있다. 1조2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다는 소식도 호재다. 답답했던 자본금 문제의 해결과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답게 더 전진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전·현직 직원들은 “자본금 이슈로 인한 잦은 브레이크로 성장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움”, “혁신이 필요한 인터넷 전문은행이지만 혁신을 두려워하는 건 아닌지”, “너무 많은 주주 때문에 의사결정이 힘든 것이 문제”, “전략 방향을 잘 세워서 뚝심 있게 밀고 나가기 바람”, “경쟁자들은 1분 1초 생존을 위해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데 진짜 긴장해야 함”, “좋은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한 인사 정책을 좀 더 공정하게 개선하길”, “새로운 도전과 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면”, “일하는 직원과 일하지 않는 직원의 구분이 필요”, “은행 경험이 있는 관리자, 경영진이 많이 필요함”,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 등의 의견을 올렸다.

※[기업직썰]의 내용은 <잡플래닛>의 리뷰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사는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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