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안랩 사옥. (사진=안랩)
▲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안랩 사옥. (사진=안랩)
안랩은 국내 대표 정보보안 기업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995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로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20년 이상 업력을 쌓으며 국내 정보보안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창업 당시에는 PC 백신 프로그램인 V3로 시작했지만 현재 안랩은 정보보안 관련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안랩의 주요 사업 분야는 △보안 소프트웨어 △보안 관제 서비스 △보안 SI(시스템 통합) △정보보호 컨설팅 등 입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보안에 대한 투자에 대해 보수적이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보니 비용으로만 생각을 하고 보안에 대한 투자를 꺼렸죠. 하지만 해킹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이 다루는 데이터의 양도 늘어나면서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소비자들도 보안에 대해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기 시작했죠. 때문에 기업들은 정보보안에 대해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안랩에게는 다양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안랩의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안랩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19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20.3% 증가했습니다. 2017년 1분부터의 추이를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도 피해가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간 셈이죠. 매출의 급격한 성장은 없었지만 이는 정보보안 산업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단기간에 급격히 정보보안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늘지는 않기 때문이죠.

▲ 자료=안랩 실적발표
▲ 자료=안랩 실적발표

재무구조도 안정적입니다. 1분기보고서의 연결 현금흐름표를 보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 101억원입니다. 지난해 1분기(85억원)에 이어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해당 기간동안 기업으로 유입되거나 유출된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플러스라면 유입된 현금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마이너스라면 그 반대입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들쭉날쭉해 플러스라고 항상 좋은 의미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랩은 1분기에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이 99억원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대부분을 차지해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많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안랩의 1분기 부채비율도 32.9%로 직전 분기(29.2%)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안정적인 편입니다. 부채비율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자기자본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합니다. 보통 기업 재무구조의 건전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입니다.
▲ 안랩 클라우드 소개 화면. (사진=안랩 클라우드 홈페이지)
▲ 안랩 클라우드 소개 화면. (사진=안랩 클라우드 홈페이지)
이처럼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가던 안랩이 올해초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바로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안랩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MSP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보안 외에 떠오르는 클라우드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것이 MSP 사업에 뛰어든 이유로 보입니다. 

MSP는 Managed Service Provider의 약자로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를 뜻합니다. 기존 업무 시스템과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고 싶어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적절한 방법을 제시하고 클라우드로의 업무 데이터 이관과 이관 후의 유지보수까지 하는 것이 MSP의 역할입니다. MSP가 있다면 CSP도 있습니다. CSP는 Cloud Service Provider의 약자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말합니다. 이들은 데이터가 실제로 저장될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주요 CSP는 아마존웹서비스(AWS)·맥아피·마이크로스프트(MS)·KT·네이버클라우드 등이 있습니다. MSP 입장에서는 다양한 CSP의 제품을 다룰 줄 아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랩은 여기에 보안 경쟁력을 더했다고 강조합니다. 기업의 클라우드 설계·구축·운영·보안관제 등으로 이어지는 클라우드 전환 과정에서 보안에 중점을 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기존 MSP들은 클라우드 구축과 운영에는 강점이 있지만 보안은 이와 차별화된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안랩의 설명입니다. 기업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보안 문제점이 발생했을 경우 무조건 우수한 보안 솔루션을 통합 적용하기보다 해당 고객에게 필요한 보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맞춤형 보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안랩은 이를 위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것이죠.

안랩이 보안 역량을 갖춘 MSP를 내세웠지만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습니다. 베스핀글로벌과 메가존을 비롯해 안랩과 같은 보안 전문 기업인 ADT캡스와 윈스도 MSP입니다. 안랩과 클라우드 사업에서 손을 잡은 LG CNS도 MSP로 클라우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안랩이 전통적인 보안 사업 외에 새로운 클라우드 시장에서 다양한 기업들과 경쟁을 펼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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