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오닉 일렉트릭.(사진=현대차)
▲ 아이오닉 일렉트릭.(사진=현대차)

전북 익산에서 현대자동차의 구형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이 서행 중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음에도 최대 시속 90km까지 급가속한 급발진 의심 사례가 나왔다. 차주는 6개월 째 부정기적으로 급발진 의심 증상이 이어지고 있어 사고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전북서비스센터는 급발진 원인으로 '전자기파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을 꼽았다.

올해부터 전기차 시장이 '초호황'을 맞으면서 신차 구매를 계획한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전기차로 쏠리고 있다. 전기차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전장 장비가 탑재된다. 전자기기가 내뿜는 전자기파로 인해 차량이 급발진을 하거나 오작동을 할 경우 안전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오작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블로터>는 지난 28일 전북 익산에서 현대차 아이오닉 차주인 A씨를 만나 급발진 의심 정황과 제조사인 현대차의 대응, A씨의 문제제기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자동차 급발진이란 차량이 운전자의 제어를 벗어나 의지와 관계없이 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 A씨가 <블로터></div> 취재진을 만나 아이오닉 일렉트릭 급발진 의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블로터)
▲ A씨가 <블로터> 취재진을 만나 아이오닉 일렉트릭 급발진 의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블로터)

A씨는 2017년 9월 장거리 출퇴근용으로 현대차의 더 뉴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을 구입했다. 전주로 출퇴근하는 그는 하루 평균 약 80km를 운전한다. 그는 전기차의 전비(내연기관 차의 경우 연비)에 끌려 아이오닉을 구매했다.

전기차는 2019년 기준 공용충전소에서 1kWh를 충전할 때 충전비용으로 약 173.8원이 들었다. 이를 환산하면 아이오닉 EV의 100km당 연료비는 2206원이다. 아반테 1.6 가솔린의 경우 100km당 8342원이다. A씨는 평일 기준 80km를 운행하는데, 연료비를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63만원(월 평균 근무일 24일 * 12달) 가량이다. 아반테 1.6의 경우 연간 240만원(월 평균 근무일 24일 * 12달)이 든다. 연간 연료비로 약 177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었다.

A씨는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만큼 전기차를 운행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그는 "16만 km 정도 타면 찻값은 뽑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이오닉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 A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 차량.(사진=블로터)
▲ A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 차량.(사진=블로터)

급발진 의심 증상이 처음 나타난 건 지난해 11월경이다. 주행거리는 10만 km를 넘었을 때였다. 당시 그는 30~40km로 서행하고 있었다. 도로에 차량은 많지 않았다. A씨는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차량이 가속되지 않았다. A씨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았지만 차량에 반응이 없었다. A씨가 차량에 문제가 있나 생각할 무렵 차량이 빠르게 가속되면서 치고 나갔다. 그는 놀라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이후 차량은 가속을 멈췄다.

A씨는 "엑셀을 밟았는데도 차가 안 나갔다. 왜 그러지 하는 찰나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니 차가 쭈욱 나갔다"며 "갑자기 차량이 가속해 아찔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급발진 증상은 차량이 시속 90km까지 가속된 후 멈췄다"고 덧붙였다.

A씨 차량의 급발진 의심 증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급발진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이렇다. 가속 페달의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가속 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없는 경우 이따금씩 급발진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 A씨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가 올라가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가속을 멈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증상이 반복되자 지난해 12월 긴급출동 서비스를 요청했다. 렉카 기사는 스캐너를 통해 점검한 후 차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일주일에 한번은 급발진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며 "엑셀을 밟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치고 나가는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A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급발진 의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블로터)
▲ A씨가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급발진 의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블로터)

A씨는 현대차 고객센터에 이 같은 증상을 말했고, 올해 2월 현대차 전주서비스센터에서 한차례 점검받았다. 이번에도 차량에서 급발진을 야기할 결함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럼에도 급발진 의심 증상은 부정기적으로 계속됐다. A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차량이 급발진하는 영상을 담은 게시물을 '보배드림' 게시판과 네이버 카페 '전기차 동호회'(회원수 23만명)에 게재했다.

해당 영상은 A씨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직접 주행 중 촬영한 것이다. A씨는 현대차 전주서비스센터와 정비업체가 정비 과정에서 급발진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자 직접 촬영했다.

                         

A씨는 "영상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두고 운전했다"며 "급발진 증상이 나타나도 주변에 차가 있어 몇 번 촬영에 실패했다가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여러번 돌려보고 생각했는데, (급발진 의심 증상이) 문제인 거 같아 인터넷에 올렸다"고 말했다.

A씨가 급발진 의심 영상을 담아 올린 게시물은 조회수가 2383회에 달했다. 38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카페 회원은 "(현대차는) 블랙박스 설치로 인한 전기적 요인 때문이라고 하려나"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회원은 "전기차도 급발진 시작"이라며 "빨리 공론화해 리콜해야 사고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현대차 전주서비스센터가 먼저 A씨에게 연락했다. 전주센터는 차량에 엔진정보 기록장치를 장착한 후 데이터를 분석해보자고 제안했다. 김씨는 현대차의 요청에 따라 지난 5월10일 장치를 부착했다.

▲ 현대차 전주센터가 급발진 의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A씨의 차에 부착한 장치 사진.(사진=블로터)
▲ 현대차 전주센터가 급발진 의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A씨의 차에 부착한 장치 사진.(사진=블로터)

A씨는 "(현대차가) 증상이 나타나면 버튼을 누르라고 했는데, 완벽하게 한차례 증상이 나왔고 비슷하게 3번 증상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급발진 의심 증상 전후의 정황이 장치에 기록됐을 것으로 판단한 후 지난 24일, 장치를 부착한 지 14일만에 기록장치를 탈거했다. 현대차 전주센터는 장치 반납 이틀 후인 지난 26일 전화통화를 통해 장치 분석 결과를 A씨에게 전달했다. 현대차는 블랙박스와 시거잭 등 전자기기의 노이즈(전자기파) 현상이 급발진의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로터>가 입수한 전주센터 관계자와 A씨의 녹취록에 따르면 현대차 전주센터는 "분석 결과 전자장비 노이즈의 전파 때문일 수 있다는 연락을 (본사에서) 받았다"며 "그 순간 노이즈를 타면 인식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에 "노이즈 때문에 급발진이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블랙박스 등 전자장치를 달면 노이즈가 생겨 급발진을 하는게 현대차의 공식적인 답변이냐"고 물었다. 이에 전주센터는 "공식적인 답변은 아니다"라며 "추가적인 접지 작업을 통해 운행을 해보고 모니터링해보겠다"고 말했다.

<블로터>는 A씨의 급발진 의심 사례와 관련해 차주의 운전 미숙이나 차주의 진술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행습관 등을 확인했다. A씨는 2003년부터 자차를 운행해 운전경력이 18년 가량이다. A씨가 소유한 아이오닉 EV의 현재 주행거리는 11만5000km이다.

A씨는 한발(오른발)로 주행하는 운전자다. 그렇지만 '원페달 드라이빙'을 하지는 않는다. 감속할 경우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일정 속도를 유지한 채 달리는 '스마트 크루즈' 기능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A씨는 "급발진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도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A씨는 과속 외에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 김씨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전방 및 후방 추돌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사고는 경미한 수준이었다. 차량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A씨는 또 차량 구입한 해에 원인불명의 소리로 감속기를 교체한 적이 있다. 만일 감속기가 이번 급발진 의심 사례의 원인이었다면 현대차 센터에서 모를리 없지만 감속기가 문제라는 답은 없었다.

티맵을 통해 확인해 본 A씨의 운전습관 점수는 72점으로 티맵 회원 평균(59점)보다 13점 높다. 티맵 이용자 기준 운전습관으로 상위 41%에 속한다.

현대차 전주센터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들어보니 블랙박스나 전자기기로 인한 노이즈 현상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공식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온 결과인가, 아니면 엔지니어가 그렇게 말을 한건가"라는 <블로터>의 질문에 "노이즈가 찼을 때 가속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저도 잘 내용을 확실히 들었어야 하는데, 노이즈(전자파)가 타면 잡음이 생겼기 때문에 데이터를 읽을 수가 없다고 한다. 노이즈와 관련된 접지 보강 작업을 한 후에 그 점검을 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차주분에게 한 말과 다르다"는 <블로터> 질의에 대해 "잡음이 생겼기 때문에 데이터를 읽을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객에게 얘기했다. 접지 작업을 한 후에 데이터를 다시 읽을 수 있는 작업을 하자고 했더니 장착하고 봅시다고 말 하더라"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9일 현대차 전주센터에서 예정돼 있던 추가 접지 작업을 전기모터에 했다.

현대차 본사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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