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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KT, LGU+,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동통신 3사죠. 이들 회사는 뭘로 돈을 벌까요? 당연히 통신이 아니겠느냐, 라고 말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방송국도 만들고, 콘텐츠에도 투자하고, 택시도 몰고, 인공지능 투자도 하고, 우리 집 보안 관리도 해줍니다. 다시 말해 통신사는 사실 통신만 하는 게 아닌 겁니다.

근데 재미있는 건, 통신사가 진행 중인 탈통신이 사실 요즘 이야기가 아니란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옛날부터 탈통신을 해왔고, 지금도 탈통신을 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탈통신을 할 게 너무나 자명합니다. 왜일까요?

▲ (영상디자인=박수혁)
▲ (영상디자인=박수혁)

오늘날 통신사들의 실적을 보면 재미있는 데이터들이 꽤 잡힙니다. SKT와 KT, LGU+로 대표되는 그들인데요. 사실 통신으로만 따지면, 이들은 그저 ‘돈을 잘 벌고 있다’는 것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니, 통신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4:3:2가 너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고요, 이미 가입자들도 포화상태거든요. 갑자기 떨어질 일도, 그렇다고 갑자기 클 일도 없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요즘 이들 회사는 다른 걸로 돈을 벌려고 합니다. 기사를 보면 실제로 ‘탈통신’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데요. 쉽게 말해 통신 사업 말고 다른 걸로 돈을 벌겠다, 이겁니다. 그럼 이들은 과연 어떤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요.

▲ 4:3:2라는 고착화된 통신시장 점유율, 포화된 시장 구조는 통신사가 '탈통신' 전략을 지속하는 주된 요인이다.
▲ 4:3:2라는 고착화된 통신시장 점유율, 포화된 시장 구조는 통신사가 '탈통신' 전략을 지속하는 주된 요인이다.

공통적으로는 미디어 사업과 인터넷 판매를 합니다. 지금 보시는 시청자분들 중에서도 SK브로드밴드나 올레TV, KT스카이라이프, 유플러스 TV에 가입돼있거나, 또는 이들 회사가 파는 인터넷에 가입되신 분들이 꽤 많을 겁니다. 또 지니나 플로, 멜론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된 분들도 많을 거고요. 사실 이런 건 그들의 통신망으로 이뤄지니, 크게 보면 통신 사업의 일환으로 봐도 무방하긴 합니다.

관련해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바로 OTT 콘텐츠 투자인데요. SK텔레콤이 ‘웨이브’를 통해 쏟아붓는다는 돈이 무려 1조원입니다. 2025년까지 오리지널 타이틀 100개를 만든다고 하고요. ‘시즌’을 운영하는 KT도 ‘스튜디오지니’에 5000억원을 부어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죠. OTT가 없는 LG유플러스는 아예 넷플릭스와 단독으로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투자를 벌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사 콘텐츠 판매도 하면서 자사 케이블 TV나 통신의 가입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탈하는 걸 막으려는 거죠.

반면 통신 같지 않아 보이는 사업도 보입니다. 바로 ‘경비’입니다. 주변 상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문 옆에 보안 스티커가 붙은 걸 쉽게 보실 수 있을 텐데요. 이 가운데 점유율 2위인 ADT캡스와 3위 KT텔레캅이 SK텔레콤과 KT의 자회사입니다. 통신사가 물리 보안 사업은 왜 할까요? 이들 회사는 보안 시장이 변화하면서 탄생한 융합 보안이 통신이 잘 맞물린다는 걸 이유로 꼽았습니다.

SK텔레콤은 택시 사업도 하고 있죠. 얼마전 분사한 티맵 모빌리티가 바로 그것입니다. 통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티맵,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자주 쓰는 택시가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건 확실해보입니다.

반면 아예 통신과 상관없어 보이는 사업도 나옵니다. SK텔레콤이 이커머스 업체 11번가도 운영하는 게 대표적이죠. 이커머스와 통신은, 인터넷으로 뭔가 연결된다는 것 외에 사실 특별한 접점이 없습니다. KT는 금융업으로 비씨카드를 자회사로, 케이뱅크는 관계사로 두고 있고요. 광고를 만드는 나스미디어와 플레이디, 부동산 사업을 하는 KT에스테이트, 해저 케이블을 까는 KT서브마린의 모회사이기도 합니다. LG유플러스도 LG헬로비전을 통해 광고사업을 하는 한편 벤처기업 투자회사도 차렸죠.

▲ (디자인=박진화)
▲ (디자인=박진화)

이런 행보는 숫자로 보면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사업별 매출 비중을 봤는데요. SK텔레콤은 매출의 33.8%, LG유플러스는 매출의 36.8%가 비통신에서 나오고요. 일찌감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KT는 매출의 69.7%가 비통신입니다. 이들 회사가 다른 비즈니스를 할수록, 앞으로는 더 이상 통신3사라 부르기 어려워질 날이 올 겁니다.


서두에 말했듯, 통신사는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 탈통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통신사들의 탈통신은 2000년대부터 있어 왔습니다. 예컨대 SK텔레콤의 경우 과거 검색포탈 네이트와 메신저 네이트온, SNS인 싸이월드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역사가 있습니다. KT도 렌탈 사업과 캐피탈, 학원 사업을 벌였었고요. LG유플러스의 경우 2010년 LG텔레콤에서 유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한 주된 이유가 탈통신 때문이기도 합니다. 

▲ 통신 3사가 통신이란 '캐시카우'를 갖고 있는 한, 통신 3사의 탈통신 행보는 지속될 전망이다.
▲ 통신 3사가 통신이란 '캐시카우'를 갖고 있는 한, 통신 3사의 탈통신 행보는 지속될 전망이다.

통신사들이 통신이 아닌 것에 투자할 수 있는 건, 그만큼 통신이 든든한 수입원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SK텔레콤이 과거 하이닉스를 인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게 바로 그 이유죠. 이들이 다른 비즈니스에서 더 많은 성공을 할수록, 통신사들은 더 이상 통신사가 아닌 ICT서비스 회사로 바뀌게 될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조류 속에서 이들이 탈통신을 오랫동안 준비해온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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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KT #LGU+ #탈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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