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기기, 특히 ‘게이밍’이라 명명된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습니다. PC에 비해 성능이 안 나와 고성능 게임 타이틀을 돌리기엔 부적합하다던가, 또 발열이나 소음이 너무 심해서 노트북은 게임용으로 부적합하는 평 등이 있죠. 과연 맞을까요?

그런데, 인터넷 PC 커뮤니티를 보면 의외로 데스크탑 없이 게임을 노트북으로만 돌린다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발열도 심하지 않고 소음도 크지 않다는 게 그분들의 주된 평입니다.

▲ (영상디자인=김진영)
▲ (영상디자인=김진영)

물론 열이나 소리는 감각이고 상대적인 부분이다 보니 사람마다 느끼는 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다만 2010년대 초중반의 노트북과 비교하자면, 최근 3~4년 새 노트북으로 게임을 돌릴 만한 조건이 충족된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합니다.

왜 그런가 하니, 일단 노트북용 하드웨어의 성능이 대폭 개선된 게 먼저입니다. 과거엔 수백만원은 들여야 겨우 고사양 타이틀이 돌아가고, 그마저도 데스크탑에 비해 사용자 경험이 쾌적하지 않았다면, 이젠 100만원대 중반 가격의 노트북으로도 고사양 타이틀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게 된 것이죠.

물론 성능 개선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를 통해 성능이 올라간 부분이 있는 반면, 하드웨어에 전압을 더 가할 수도 있죠. 이 경우 열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실제로 사양별로 타이틀을 돌려보면서 체감상 얼마나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지를 확인해봤습니다.

노트북 사용성 체크에 사용된 제품은 에이수스(ASUS) 사의 게이밍용 노트북인 ‘제피러스 ROG G14’입니다. 이 제품은 1.6kg이란 경량화 제품임에도 RTX3060 그래픽카드를 통해 게임 환경에서 충분한 성능을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조사로부터의 대여 없이 보유 중인 제품을 활용했습니다.

▲ LoL은 최고사양으로 300프레임 안팎까지도 나온다. 물론 저사양 게임이니 큰 의미가 없긴 하다.
▲ LoL은 최고사양으로 300프레임 안팎까지도 나온다. 물론 저사양 게임이니 큰 의미가 없긴 하다.

게임 타이틀은 저사양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중사양에선 오버워치, 고사양에선 검은사막 순으로 돌려봤습니다. 타이틀별 최고사양 기준으로 몇 프레임이 나오는지, 노트북 내장 키보드의 온도는 어떤지, 소음은 얼마나 큰지 등이 저희의 평가 요소였습니다.

LoL은 사실 따질 것도 없이 잘 돌아갑니다. 최고사양 기준으로 300프레임까지 뽑아냈는데, 사실 이 정도의 성능이 요구되는 게임이 아닙니다. 대략 100프레임 기준이라면 약간의 소음이 있는 수준으로 즐길 수 있고요. 60프레임 정도면 거의 소음 없이 플레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혹시나 프로게이머 분들께서 보실 수도 있는 만큼, 프레임 제한 없이 돌려보니 300프레임 안팎이 나옵니다. CPU는 70도 중반, GPU는 60도 중반까지 유지됐고요. 이 경우 키보드 부분에 발열이 있긴 했으나 게임을 즐기기에 큰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 노트북의 단점으론 WASD키 주변에서 느껴지는 발열감이 거론된다.
▲ 노트북의 단점으론 WASD키 주변에서 느껴지는 발열감이 거론된다.

중사양 게임인 오버워치는 인게임 최고옵션(120프레임) 기준으로 측정해봤습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WASD 주변의 온도는 37~38도 선이 유지됐고, 가장 온도가 높은 우상단 부분은 50도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게임 제조사들도 설계 시 WASD 주변은 의도적으로 온도를 낮춘다고 하네요.

소음은 약 55데시벨 안팎으로, 실제로 노트북 주변에서 팬이 강하게 부는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노트북 자체로는 중간 성능 모드를 활용했는데, 만약 소음을 더 감당할 수 있다면 ‘터보’ 모드로 구동할 경우 약 10~20프레임 정도 더 나올 듯합니다. 물론 오버워치 정도의 게임이라면 120프레임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중사양 게임인 오버워치는 120프레임 기준 WASD키 주변 37~38도, 소음은 55데시벨 안팎이 기록됐다.
▲ 중사양 게임인 오버워치는 120프레임 기준 WASD키 주변 37~38도, 소음은 55데시벨 안팎이 기록됐다.

고사양 게임인 검은사막도 돌려봤습니다. 노트북 옵션은 중간 성능 모드로 두고 인게임 내에선 최고 그래픽의 바로 직전인 ‘리마스터 모드’로 돌렸는데요. 프레임은 약 70~80프레임 수준이 유지됐네요. 통상의 중저가 모니터가 60프레임 수준이니, 70~80이면 게임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온도와 소음은 어땠을까요? 온도는 WASD키 주변은 약 40도 수준이 유지됐고, 소음은 오버워치와 비슷한 53~55데시벨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온도는 확실히 오버워치 때보다 올라간 수준이긴 합니다만, 대략 키보드 부분이 따뜻하다는 느낌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될 듯합니다.

▲ 고사양 게임인 검은사막의 경우 WASD키 주변부 온도는 44도까지 올라갔지만 소음은 53~55데시벨 수준으로 억제됐다.
▲ 고사양 게임인 검은사막의 경우 WASD키 주변부 온도는 44도까지 올라갔지만 소음은 53~55데시벨 수준으로 억제됐다.
 
여러 타이틀을 돌리면서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온도는 뜨겁지는 않지만 따뜻하다. 소음은 어느 정도 거슬릴 수준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요 부품들과 입출력장치가 동시에 붙어있는 노트북의 물리적 특성상 감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데스크탑과 비교할 때 당연히 감안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만약 키보드 발열이 불편하다면 별도의 키보드를 연결해 쓰면 된다는 점은 명백하고요, 그리고 소음의 경우 데스크탑 PC도 비슷한 타이틀을 돌릴 때 유사한 수준의 데시벨을 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성능 수준의 데스크탑으로 검은 사막을 돌렸을 때 약 50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냈습니다. 노트북의 경우 팬이 작아 좀 더 고음의 소리가 났다면, 데스크탑은 상대적으로 저음의 소리가 났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 노트북의 발열감이 우려된다면 별도의 키보드를 연결해 쓸 수도 있다.
▲ 노트북의 발열감이 우려된다면 별도의 키보드를 연결해 쓸 수도 있다.

노트북의 게임 사용성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최근의 PC 하드웨어 시장 상황때문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품귀 현상 때문에 디램 가격이 실제로 큰 폭으로 올랐고, 여기에 최신 GPU인 엔비디아의 RTX30 시리즈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데스크탑 본체에 각종 입출력장치를 맞출 돈으로 노트북을 사는 게 더 가성비 있다고 판단할 상황이 된 겁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GPU 기준 RTX3060~3070까지의 이야기긴 합니다. 그보다 더 고성능이 요구되는 게임을 하신다면, 저희 또한 데스크탑을 사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노트북에선 그만큼의 성능을 뽑아내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 가능하다 해도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니까요.


▲ 이젠 노트북은 휴대성을 갖춘 미니PC로도 쓸 수 있는 시대. 게이밍 노트북이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은 여러분의 몫으로.
▲ 이젠 노트북은 휴대성을 갖춘 미니PC로도 쓸 수 있는 시대. 게이밍 노트북이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은 여러분의 몫으로.

다만 검은사막 수준의 게임까지 돌리는 걸 요구한다면, 어떤 걸 고민할지는 사람마다 다를 게 확실합니다. 같은 가격대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이라면 데스크탑이 상대적으로 성능은 좀 더 나올 수 있지만, 노트북은 휴대성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이번에 보여드린 경량화 게이밍 노트북이라면 더 그렇죠.

저희 기사와 영상을 보셨다면 판단은 여러분의 몫인 듯합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자유롭게 댓글, 피드백, 반박 등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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