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이 하룻밤 사이 폭락한 이른바 '검은 수요일(5월 19일)'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투자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산정하는 '공포-탐욕' 지수도 '공포'와 '매우 공포'를 오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중·일 정부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침체된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공포-탐욕 지수'는 31일 오전 현재 21.13으로 공포 단계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금요일과 주말에 기록한 16점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공포와 매우 공포 단계 언저리를 오가고 있다. 공포-탐욕 지수는 두나무가 지난 1월 선보인 디지털자산 심리지수로, 시장 상황을 가격 변동성과 거래량에 따라 '매우 탐욕'부터 '탐욕', '중립', '공포’, '매우 공포' 등 5단계로 구분한다. 이 수치가 매우 탐욕에 가까워질수록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기가 과열된 것을 의미하며 매우 공포는 가상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시장이 얼어붙는 상태를 뜻한다.

▲ 31일 기준 두나무 공포-탐욕 지수 (자료=두나무)
▲ 31일 기준 두나무 공포-탐욕 지수 (자료=두나무)

공포-탐욕 지수는 실제 거래 데이터 기반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시장의 특정 시점 분위기를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데 참고할 수 있다. 두나무의 경우 매일 오전 9시부터 이전 24시간 동안 업비트의 디지털 자산 가격과 거래량 지표를 수집해 5분 단위로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말 비트코인이 3년 만에 2000만원 고지에 재입성했던 당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며 수치는 '중립'에서 '탐욕'으로 올라섰다. 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5% 이상씩 급등한 올해 1월 초 수치는 최대 91.03을 나타내며 '매우 탐욕'을 기록했다.

▲ 얼터너티브의 31일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 두나무와 마찬가지로 공포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료=얼터너티브)
▲ 얼터너티브의 31일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 두나무와 마찬가지로 공포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료=얼터너티브)

같은 날 해외 소프트웨어 비교 플랫폼 '얼터너티브(Alternatvie)'가 제공하는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도 18점으로 '극한 공포(Extreme fear)'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곳의 공포 탐욕 수치는 비트코인 가격이 10% 이상 폭락한 12일 이후 크게 하락한 뒤 공포 단계를 유지 중이다. 다만, 이곳의 수치는 두나무와 달리 비트코인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현재 두 지표의 수치가 비슷하다는 건 그만큼 비트코인 가격 변동이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가상자산 업계는 최근 6개월여의 호황을 뒤로 하고 잠재적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거래소 기준 지난 4월 13일 최고 8000만원을 기록한 이후 여러 악재에 당면하고 있다. 같은 달 중순 '미국 재무부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돈세탁 여부를 조사할 것'이란 트위터발 소문을 시작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의 "비트코인은 투기 수단"이란 강경 발언,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테슬라 차량 비트코인 결제 옵션 지원 중단 발표가 가격 폭락을 주도했다.

정부, 가상자산 관리 방안 발표…미국도 규제 의지 드러내

이 같은 시장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가상자산 투기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자 사태를 관망하던 각국 정부는 속속 시장 개입을 선언하고 나선 모습이다. 그동안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꺼려왔던 한국 정부는 이달 29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골자는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선정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의 합법적이고 안전한 경영을 유도하는 한편 이용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7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가상자산 시세 조종 등을 규제하는 '가상자산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21일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직접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등을 금지한다는 중국 정부 입장을 다시 강조하면서 가상자산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직접 관리·감독이 어려운 가상자산과 관련 채굴기업들이 배출하는 막대한 탄소배출량은 눈엣가시다. 일각에선 디지털 법정화폐(CBDC)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 자국 국민들의 관심을 CBDC에 집중시키기 위한 비트코인 때리기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국장인 마이클 추는 "가상자산 시장을 감독하는 매뉴얼을 도출해야 할 때"라며 "재무부 통화감독실, 연준, 예금보험공사 등 3개 기관이 가상자산 관련 팀을 조직하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에 닥쳐오는 위기를 방지하는 것이 당국의 주요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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