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사진=네이버)
▲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외 이사진에게 의뢰해 외부 기관 등을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받는 과정을 갖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사진=네이버)

네이버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네이버도 ‘리스크 관리위원회’를 통해 진상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31일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는 직원들의 뜻에 따라 추모 장소가 마련됐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만 1000여명이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네이버 직원 A씨는 지난 25일 오후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메모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정황이 적혀 있어 동료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내망 데이터 확보해야” 노조의 호소

노조는 A씨가 지나친 업무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폭언 등의 폭력을 겪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부당한 업무지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 52시간 초과근무 등 물리적인 정황도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폭언 등 괴롭힘 여부에 관해서는 정확한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한 입증이 필요하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 등도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사망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7일부터 회사 내부망인 ‘커넥트’에서 계정이 삭제돼 업무 기록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사원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은 퇴직 절차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퇴사 처리한 이유는 법적으로 임금·퇴직금을 정산하려면 14일 안에 해야 하기 때문으로 통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블로터>에 “회사 출입부터 업무지시, 이력, 메일 등이 업무시스템에 담겨 있다”며 “업무 사내 시스템에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기록을 보고 확보할 수 있는데 계정이 삭제돼 있어 유가족이 아예 접근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가 보관돼 있겠지만 혹시 절차에 따라 추후 삭제될 가능성도 있으니 별도 보관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건 진상규명인데 자칫 잘못하면 이번 일이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기록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이메일·캘린더 등 업무기록 △인트라넷(내부망), 가상사설망(VPN) 접속기록 △출퇴근·휴가·업무결재 내역 △데스크톱·노트북 등 업무 기기 저장장치 등 사내 기록을 전부 보전할 것을 회사에 요구했다. 특히 ‘모든 데이터’가 로컬(기기조작)·원격을 통해 삭제되지 않도록 약속하라고도 촉구했다. 네이버는 노조에 별도의 대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고인의 데이터베이스(DB)는 전부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네이버는 이사회 산하의 리스크 관리위원회에 이 사안을 맡길 예정이다. 리스크 관리위원회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인 정의종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이인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장·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대 교수가 각각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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