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ESG 위기①]탄소배출 애플 '2배'….2030년 제품경쟁력 상실 가능성

발행일 2021-06-01 10:57:17

기업에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단순한 환경보호운동이 아니다. 21세기 기업의 존폐를 가를 새로운 생존게임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감축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선제적으로 나서는 기업들도 있는 반면, 새로운 질서에 허덕이며 도태될 기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사례를 통해 ESG가 얼마나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됐는지 알아본다.

친환경 펄프로 만들어진 포터블 SSD T7 터치 포장재.(사진=삼성전자)


지난해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애플의 발표는 전 세계 반도체∙IT 시장에 큰 충격파를 일으켰다. 세계 각국과 단체들이 2050년으로 설정한 탄소중립 목표를 20년이나 앞당긴 데다, 자사뿐 아니라 협력업체의 탄소배출까지 관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애플의 탄소배출 감축 로드맵은 ESG(환경∙사회∙거버넌스)가 단순 유행이 아닌 기업들이 직면한 큰 위기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파워게임’이 펼쳐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탄소배출 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 시장을 선점해 표준을 만들고, 이를 경쟁력 삼아 다른 업체들과 격차를 벌이기 위한 주도권 경쟁의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다”고 했다.

이처럼 글로벌 탄소배출 시장에서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지만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 삼성전자의 ESG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RE 100’ 선언에 여전히 동참하고 있지 않은 데다, 2030년 까지 공급망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애플의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에도 가입되지 않은 상태다.

ESG가 단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 현재, '삼성이 과연 2030년 이후 애플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은 단순히 망상이라고 여기기만은 어렵다. 애플 주도로 가속화된 전 세계 탄소배출 전쟁에서 삼성이 과연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더욱 가깝다.

애플, Scope 1∙2 탄소중립 이미 실현

애플은 지난해 7월 2030년까지 제조 공급망 및 제품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기업 활동 전반에서 탄소 중립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제로(0)’로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이미 자사 기업 운영에 있어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한 상태며, 이를 협력업체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탄소배출 Scope 1, Scope 2, Scope 3 단계.(이미지=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우선 탄소 배출은 성격과 범위에 따라 Scope 1, Scope 2, Scope 3 등 3단계로 구분해 파악 및 집계된다. Scope 1은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탄소를 뜻하며, Scope 2는 각 사업장에서 구매하는 전기와 스팀을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간접배출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전기를 사용했다면, 그 전기가 석탄발전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재생에너지로 생성됐는지까지 따지는 것이다.

Scope 3는 물류, 출장, 공급망 및 제품 사용으로 인한 배출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완전한 외부배출도 함께 집계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Scope 1과 Scope 2를 직간접 배출이라 하고 Scope 3을 외부배출이라 한다.

애플의 탄소중립 계획이 업계에 충격을 줬던 이유는 바로 Scope 3 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 역시도 2030년까지 애플 부품을 만드는데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뜻과도 같다.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한 협력업체의 제품은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한 것이다.

ESG 컨설팅 업계 전문가는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것은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 준비하지 못하면 향후 거대한 규모의 세금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애플이 그동안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고, 또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2020 환경보호 성과 보고서(Environmental Progress Report)’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애플 2020 사업연도 탄소발자국 그래프.(출처=애플 '2020 환경보호 성과 보고서.)


‘애플 2020년 탄소발자국’ 그래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총 2260만톤(metric tons of CO2e)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사실상 Scope 1과 Scope 2에서는 이미 탄소중립을 실현했다. 전체 탄소배출량 중 Scope 1에 해당하는 직접배출은 1% 미만이며, 간접배출 나타내는 Scope 2는 0%로 나타났다. 이는 애플 공장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며, 대부분의 탄소배출이 Scope 3 단계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Scope 3에서 가장 많은 배출 비중을 차지한 부문은 바로 ‘제조(Product Manufacturing)’로 전체 배출량 중 71%가 여기서 발생했다. Scope 3의 '제조'는 협력업체들의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의미한다. 애플이 협력업체의 탄소배출을 관리하지 않는 이상 완전한 의미의 탄소중립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제품사용(Product Use)’이 19%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운송(Product Transport)’ 8%, 출장∙통근(Business travel and employee commute)’이 1%의 비중을 기록했다.

애플 탄소배출 추이 및 저감계획 그래프.(출처=애플 '2020 환경보호 성과 보고서.)


애플은 2030년까지 2015년 배출량의 75%를 줄이고 나머지 25%는 탄소배출 제거 솔루션을 개발해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기술을 개발해 공정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차단하거나, 전 세계 삼림 및 자연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하는 펀드에 투자해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식이다.

애플 2배 넘는 탄소 뿜어내는 삼성전자

이미 애플은 빠른 속도로 탄소배출량을 줄여 나가고 있다. 2015년 3840만톤의 탄소를 배출해 정점을 찍은 이후 5년 만인 2020년 배출량은 2260만톤으로, 무려 1580만톤이나 감축했다. 애플 계획에 따르면 배출량은 매년 단계적으로 감소해 2030년에는 대략 1000만톤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설명했듯 애플의 탄소중립 정책은 Scope 3 단계, 즉 협력업체들을 모두 포함한 공급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애플과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그렇다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이자 오랜 기간 애플 협력사로 일해온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삼성전자의 탄소배출 저감 계획은 과연 애플이 주도하는 급진적인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수준일까.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2 OLED 물량의 총 75%를 차지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애플과 관계가 끈끈하다.

삼성전자의 탄소배출 실태와 미래 전략을 짚는 것은 단순히 애플에 제품 공급을 위해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ESG 파워게임이 펼쳐진 상태에서, 과연 삼성전자가 새로운 경쟁 시장에서 얼마큼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표면적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많다. 애플이 Scope 1∙2에서 사실상 탄소중립을 실현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2019년 Scope 1∙2에서 무려 1380만톤의 탄소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Scope 3을 포함한 배출량이 2260만톤인 점을 감안하면, 이중 절반을 초과하는 탄소를 삼성전자 한 업체가 뿜어내고 있는 셈이다.

CDP 홈페이지 화면.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글로벌 기후변화 프로젝트인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홈페이지에는 탄소배출과 관련한 기업들의 자세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CDP는 2000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영향력을 넓혀왔으며 현재 전 세계 7000개가 넘는 기업이 CDP에 탄소경영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CDP 홈페이지(www.cdp.net)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한 뒤 하단의 ‘Search and view company and city responses(회사 및 도시 응답 검색)’란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원하는 회사 혹은 도시의 탄소배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검색란에 ‘SAMSUNG’을 넣으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 상장사들의 기후변화(climate change), 수자원(water security), 삼림(forest) 등 3가지 영역의 응답서가 연도별로 제공된다.

삼성전자 Scope 1 탄소배출 추이.(출처=CDP)


삼성전자의 CDP 기후변화 보고서를 토대로 과거 5년치의 탄소배출량을 살펴보면 Scope 1의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 244만5000톤을 기록했던 탄소배출량은 2019년 5년 만에 무려 506만7000톤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애플이 Scope 1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한 것과 완전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대부분 탄소배출량은 DS(반도체) 부문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전체 탄소배출량 중 94%에 달하는 476만6000만톤이 DS 부문에서 발생했다. SET 부문(모바일, 가전)에서의 배출 비중은 6%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Scope 2(지역기반) 탄소배출 추이.(출처=CDP)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 및 스팀 에너지의 출처까지 추적하는 Scope 2에서의 탄소배출량은 훨씬 더 많다. Scope 2 지역 기반(location-based) 방식으로 측정한 삼성전자의 배출량은 2015년 774만7000톤에서 2019년 1099만8000톤으로 증가했다.

Scope 2를 시장 기반(market-based) 방식으로 측정한 경우 배출량은 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9년 기준 배출량은 873만3000톤으로 2018년 1029만6000톤 대비 156만3000톤이 줄어들었다. 지역 기반은 우리나라와 같이 한전이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경우 탄소배출량의 평균치로 계산하고, 시장 기반은 사업자가 선택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경우 이를 반영해 나타낸다. 2019년 삼성전자의 Scope 2 시장 기반 배출량은 지역 기반보다 226만5000톤 적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곧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226만5000톤의 탄소배출을 줄였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가 기재된 환경성과.(출처=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2020.)


이처럼 Scope 2까지만 보더라도 이미 애플 Scope 3 배출량 절반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로 Scope 3까지 확대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된 Scope 3 배출량을 보면 2019년 삼성전자는 Scope 3에서 무려 1660만7000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Scope 1∙2∙3을 모두 더한 총 배출량은 3000만톤을 초과해 애플의 총 탄소배출량을 훨씬 웃돈다.

물론 아직 애플이 협력업체들에게 어느정도 수준의 탄소중립을 요구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이 탄소중립을 Scope 2로 설정해야 할지, 아니면 협력업체의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는 Scope 3으로 맞춰야 하는지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받지 못했다”며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상쇄시키는 것까지 포함되는지 여부도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애플이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에 따른 세부 계획은 앞으로 유동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애플 협력업체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 계획.


애플은 2015년 10월 협력업체 ‘청정 에너지 프로 그램(Supplier Clean Energy Program)’을 출범시키며 공급망 전체가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도록 목표를 세웠다. 2019년 4월 기준 SK하이닉스, TSMC 등 전 세계 71개 업체가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지만 삼성은 아직 가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2019년 미국∙중국∙유럽 사업장의 전력 92%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데 이어, 2020년에는 100% 전환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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