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아이티센그룹이 2024년 입주할 예정인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신사옥 조감도. (사진=아이티센)
▲  아이티센그룹이 2024년 입주할 예정인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신사옥 조감도. (사진=아이티센)
아이티센은 공공 SI(시스템통합) 시장에서 강한 중견 IT서비스 기업입니다. 삼성SDS·LG CNS·SK㈜C&C 등 그룹 계열사의 물량을 등에 업은 대기업들과 달리 같은 계열사 물량 없이 공공·교육·금융 SI 시장을 공략하며 회사를 키웠습니다. SI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IT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티센과 같은 IT서비스 기업은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발주하는 SI 프로젝트를 경쟁을 통해 수주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가를 받습니다.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는 운영과 유지보수도 해야겠죠? 이는 SM(시스템 운영) 프로젝트로 별도로 발주되는데 SI를 수행한 기업이 SM까지 수주해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티센은 중앙 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의 프로젝트도 수주하며 공공 SI 역량을 차근차근 쌓았습니다. 

아이티센은 △소프트센 △콤텍시스템 △쌍용정보통신 △케이지홀딩스 등의 자회사도 거느리고 다양한 IT 관련 사업을 펼쳤습니다. 공공 SI 시장에서 선전하고 사업 분야도 확장하면서 회사의 매출은 우상향을 이어갔습니다. 아이티센의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기준 매출은 2016년 1분기 416억원에서 지속 늘어나 올해 1분기에는 83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기존에 하던 SI사업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한국금거래소 쓰리엠(이하 쓰리엠)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이티센은 지난 2018년 쓰리엠을 인수했는데요. SI를 주로 하던 IT서비스 기업이 금거래소를 인수한 것에 대해 의아할 수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금 거래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티센은 금 거래에 IT를 접목해 보다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금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분야를 확장하고자 쓰리엠을 인수했습니다. 아이티센의 기술력이 적용된 온라인 금거래 플랫폼 '센골드'와 '금방금방'은 현재 아이티센의 자회사 중 한 곳인 한국금거래소 디지털에셋이 운영 중입니다. 쓰리엠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골드바와 실버바를 판매하면서 공업용 도급제 화합물과 반도체에 들어가는 금은 기업들에게도 공급하며 다양한 금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 자료=아이티센 분기보고서
▲ 자료=아이티센 분기보고서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낮은 은행금리에 불만을 갖고 주식시장에서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은 금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습니다. 때문에 쓰리엠을 통한 금 거래도 이어졌습니다. 금 거래시 발생하는 수수료로 매출을 올리는 쓰리엠의 매출도 늘었죠. 이는 아이티센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티센의 영업손익은 매출만큼 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최근 5년간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손실을 냈다가 소폭 이익을 내는 등 영업손익은 들쭉날쭉했습니다. 이는 많은 이익을 내기 어려운 공공 SI의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요 공공기관들은 SI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경쟁입찰을 하는데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종합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합니다. 하지만 공공 SI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기술보다 가격점수가 당락을 가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술적 차이보다 가장 낮은 금액을 써 낸곳이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시스템 구축은 대표적인 지식 집약형 산업으로 초급부터 특급까지 다양한 경력의 개발자들이 투입됩니다. 인건비가 프로젝트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입니다. 정해진 기한 내에 시스템을 완성하려면 많은 개발자를 투입하면 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비 생각을 해야겠죠. 때문에 프로젝트를 제 기간에 마칠 수 있을만큼 인력을 투입하면서도 전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다보니 이익을 제대로 남길수가 없습니다. 쓰리엠에서 금 거래로 매출을 내고 있지만 공공 SI에 비용이 지속 투입되다보니 전체 영업손익은 좋지 못한 것입니다. 

때문에 공공 SI 시장의 최저가 수주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죠. SI 기업들이 개발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요구한 원격개발은 개정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에 포함됐습니다. 개정안에는 공공기관이 소프트웨어 사업을 발주할 때 사업자가 사업수행 장소를 제안하도록 했죠. 하지만 이는 발주자가 참고하는 사안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SI와 쓰리엠 등 사업들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제대로 내지 못한 아이티센은 현금흐름도 좋은편은 아닙니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05억원입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직전 분기 912억원에서 676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회사의 외상값인 매입채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1분기 매입채무는 629억원으로 직전 분기 920억원에서 291억원이 줄었습니다. 그만큼 외상값을 갚다보니 현금이 빠져나간 셈이죠.

아이티센의 다른 재무지표는 성장을 이어간 매출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전문 자회사들과 서비스 및 솔루션 사업을 이어가며 이익을 내기 어려운 공공 SI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계획입니다. 아이티센은 오는 2024년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신사옥으로 계열사들이 모두 입주할 예정입니다. 계열사들이 함께 모여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직원들의 근무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아이티센이 SI를 넘어 대표적인 토종 IT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