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현대자동차의 구형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이 서행 중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음에도 최대 시속 90km까지 급가속한 급발진 의심 사례가 나왔다. 국내에서 발생한 첫 전기차 급발진 의심 사례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의 질서가 이제 막 바뀌고 있는 지금이 해결 방안을 만들 최적의 시기일 지 모른다. 현상의 실체, 급발진의 이유, 제조사측의 반응, 전문가의 조언을 종합, 전기차 급발진 의심 현상에 대해 알아봤다.
전북 익산에서 현대자동차의 구형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을 소유한 차주 A씨는 6개월 째 부정기적으로 급발진 의심 증상이 이어지고 있어 사고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전북서비스센터는 급발진 원인으로 '전자기파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을 꼽았다.

차에 이상이 있다는 차주의 호소에도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증거 영상을 직접 촬영해야 겠다고 결심한 A씨는 약 3개월간 위험을 무릎쓰고 차량을 운행하며 촬영을 시도했다. 그러다 5월초 13초 분량의 급가속 영상 촬영에 성공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있는 상태에서 차량은 시속 90km까지 치고 나간다.

다행히 브레이크 페달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급발진이 발생할 때 브레이크 페달이 제어되지 않는 상황과는 다소 다른 것이다. A씨는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급발진 위험에도 차량을 처분하지 않고 차량 운행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브레이크 제어는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안하다"고도 했다.

A씨가 네이버 카페 등에 영상을 올리고서야 현대차 측에서 연락이 왔다. 차량 점검을 해보자는 것이다. 약 2주간의 점검이 끝난 후 현대차측은 전자파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현대차 전주서비스센터 직원과 A씨간 전화 통화 내역에 따르면, 센터 직원은 "분석 결과 전자장비 노이즈의 전파 때문일 수 있다는 연락을 (본사에서)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급발진 의심 증상이 전자파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리고 최종 원인 분석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대차측은 현재 A씨의 차량에 추가 접지작업을 벌여 다른 검사 장비를 부착하고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가 A씨의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가 A씨의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블로터>와의 전화통화에서 A씨의 급발진 의심 증상이 전파 장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가속이 되는 건 구동 모터의 제어시스템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신호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대차가 말하는 노이즈는 일종의 전파 장애로 볼 수 있는데,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A씨의 경우) 전기차의 신호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기차도 잘못된 신호가 입력되면 내연기관 차량처럼 급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는 전기차를 소유한 차주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A씨의 차량은 누적주행거리 10만km가 넘으면서 발생한 문제다. 전기차가 노후화하면 전기전자 계통의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급발진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A씨 사례는 알려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지금처럼 전기차 역사가 짧은 초기에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다.

[영상 촬영/편집=박수혁 PD, 주용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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