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발진④]'센서 알고리즘 너무 믿지 말라'...테슬라 사례 교훈

발행일 2021-06-05 09:58:40
테슬라 모델S.(사진=테슬라)

토요타와 테슬라, 현대자동차까지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급발진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운전자는 차량 결함을 주장하고, 제조사는 운전자 과실이라고 맞선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급발진의 80%는 운전자 부주의이며, 20%가 실제 급발진 사고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급발진과 관련한 당국의 조사는 대부분 운전자의 과실로 결론난다.

하지만 무조건 운전자의 과실로만 보기 어려운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의 전직 자동차 엔지니어가 테슬라의 급발진 사고 당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과전압과 고온 등으로 인한 모터의 비정상정인 상황과 센서 오작동이 원인이었다. 운전자는 테슬라 모델S가 급발진할 당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결과는 <블로터>가 단독 보도한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의 급발진 의심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아이오닉EV 차주인 A씨는 지난달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급발진이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영상을 촬영해 <블로터>에 전달했다. 당시 A씨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는데, 차량이 저절로 가속됐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가정할 경우 A씨의 급발진 의심 사례의 원인은 전자기파 장해가 아닌 차량 결함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보고서는 로날드 벨트(Ronald A. Belt) 박사가 작성했다. 벨트 박사는 학술지 '오토 세이프티(Auto Safety)'를 발행한 은퇴한 엔지니어다. 그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급발진 사례를 조사한 이력이 있는 전문가다.

벨트 박사는 2018년 5월 '테슬라 모델S의 급발진, 로그 자료가 말하는 것(Tesla's Sudden Acceleration Log Data, What is shows)' 제목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급발진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테슬라의 차주로부터 로그 데이터를 담은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는 차주가 테슬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벨트 박사에게 전달한 것이다. <블로터>는 지난 3일 이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테슬라 급발진 "모터의 불안정한 알고리즘...가속페달에 잘못된 신호 전달"

벨트 박사는 가속 페달의 APP(Accelate Pedal Position) 센서 오작동이 급발진의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운전자가 페달을 밟지 않았는데 APP 센서가 오작동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같은 신호로 인식했다는 설명이다. 벨트 박사는 APP 센서의 오작동은 모터 속도 센서의 알고리즘에서 문제가 발생해 생겼다고 분석했다.

벨트 박사는 급발진을 경험했다고 주장한 차주의 로그 데이터를 예로 들었다.

급발진이 발생할 당시 APP 센서의 변화.(자료=Ronald A. Belt)

이 그래프를 보면 APP 센서의 수치는 충돌이 발생한 3초에서 4초 사이 97%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돌 직전까지 시속 5.6km로 사실상 정차된 상황이었다. APP 센서의 수치는 사고 직전까지 0%에서 22%로 올라간 후 다시 0%를 기록했다. 그러다 3초에서 4초 사이 APP 센서의 수치가 97%까지 증가했고 시속 24km로 가속한 후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테슬라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아 수치가 증가했다고 주장했고,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벨트 박사는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APP 센서의 급격한 수치 변화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운전자 과실이 아닌 이유를 설명했다.

벨트 박사는 구동 모터 센서로 인해 APP 센서의 오작동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모터 속도 센서의 온도가 급격하게 증가해 과전류(허용전류 값 이상으로 전류가 흐르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벨트 박사는 "모터 속도 센서의 온도가 섭씨 100도 이상 상승할 경우 누출 전류는 10³배 증가할 수 있다"며 "APP 센서의 전압이 5V 이상으로 상승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전류로 인해 모터 센서 속도 내 홀스위치의 전방으로 치우치게 되고, 장치의 기능이 중단된다"며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APP 센서가 올라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래와 같이 모터 속도 센서의 온도 증가가 APP 센서의 과출력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모터 센서의 온도 증가가 APP 센서의 과출력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회로도.(사진=Ronald A. Belt) 

설명을 종합하면, '구동 모터의 온도 증가→모터 센서의 과전류 발생→모터 센서의 홀스위치 치우침 발생→APP 센서의 출력 저하→모터 센서 리셋→APP 출력 저하' 등이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테슬라의 차량에는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 각각에 센서가 부착돼 있다. 구동 모터에도 센서가 달려 있다.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구조가 단순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페달이 눌린 정도를 센서가 감지한다. 신호가 스로틀 밸브로 보내지고, 연료를 분무하고 폭발이 일어나 그 힘으로 피스톤이 가속된다.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바로 모터로 전류를 보내고 바퀴를 잡아 돌린다.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적 신호로 모든 구동이 이뤄진다. 페달이 눌린 정도를 감지하는 센서와 브레이크 페달을 감지하는 센서 등이 있다. 그런데 모터는 정속 주행할 때보다 30km 미만으로 서행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이때 모터 내 비정상적인 알고리즘이 발생해 APP 센서의 오작동을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모터 센서와 모터 속도와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자료=Ronald A. Belt)


이 그림은 2초(t=2)에서 모터 센서가 고장나는데, 모터 속도가 꾸준히 가속되는 현상을 나타낸 것이다. 벨트 박사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급발진은 가능하다"며 "페달을 밟지 않은 상황에서도 APP 센서와 모터 센서의 알고리즘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급발진이란 없어"...도로교통안전국 "운전자 실수"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1월 연이은 테슬라의 급발진 의심 사례에 대해 운전자 과실로 결론냈다. NHTSA는 "사고 차량의 가속 페달 및 모터·브레이크 제어 시스템에서 결함이 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페달을 잘못 밟을 가능성을 야기할 설계 결함도 없었다"고 발표했다.

NHTSA는 지난해부터 1년 동안 232대의 테슬라 차량과 217건의 급발진 의심 사고를 조사했다. 테슬라 차량 소유주는 결함이 발견될 경우 리콜을 요구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월 성명을 내고 "급발진을 주장하는 청원은 거짓"이라며 "(급발진을 주장한 사건에서) 차량이 설계한 대로 운행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테슬라는 "자사의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멈추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 가속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급발진을 주장한 사고 중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례는 2010년 미국 토요타 사례 뿐이다. 2009년 8월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의 급발진 사고로 렉서스 차량을 탄 일가족이 숨졌다. 이후 토요타는 미국에서 급발진 관련 집단 소송에 휘말렸고, 1000여대를 매트 결함으로 리콜했다.

2013년 오클라호마주 1심법원은 차량의 전자식 엔진조절장치 불량으로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3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외에는 급발진과 관련한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 과실로 결론났다. 하지만 급발진 의심 사례 중에서 운전자 과실이 아니었던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어서 선입견을 가지고 운전자 과실로 몰기 보다 제조사 측이 정밀한 진단을 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면서 전기장치의 결함 가능성이 더 늘어난 만큼 우선 제조사측이 만반의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는게 소비자들의 분위기다. 누적 주행거리가 20만~30만km가 넘는 사례가 극히 드물지만 갈수록 레코드는 생길 것이고 사고 빈도는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차량 내 전장 장비 또는 외부의 전자파 장해로 전기적 신호를 잘못 전달할 수 있다"며 "저속 주행할 때 모터가 과열이 돼 잘못된 알고리즘이 발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기차도 급발진의 가능성이 있고, 오작동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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