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한 금융사가 운영하고 있는 앱 2곳의 해외송금 서비스 이용 화면 캡처
▲ 국내 한 금융사가 운영하고 있는 앱 2곳의 해외송금 서비스 이용 화면 캡처

금융사들이 불필요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폐합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원앱(하나의 앱)' 전략에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사별로 고객 편의에 따라 수십 개 앱을 제공하는 곳도 있는 데다 단기간에 빠르게 통폐합할 경우 기존 앱 사용 고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3일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앱 스토어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이 출시한 모바일 앱은 46개(해외법인 앱 제외)로 집계된다.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 앱을 포함하면 전체 숫자는 100개가 넘는다.

앱 별로 특성을 살펴보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콘텐츠가 차별화된 앱이 있지만 기능 측면에서는 중복되는 앱이 많은 것으로 조사된다. 송금과 계좌 잔액 조회 같은 기본 금융 업무 외에 서비스 1~2개만을 추가해 출시한 것도 있다.

이러한 탓에 은행들이 앱을 출시할 때마다 금융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한해 3~4개에 달하는 앱을 출시하는 금융사가 있는가 하면, 각각의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추가로 설치해야 될 앱 수도 많아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앱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에 대해 은행들은 IT 기술의 발전 속도와 고객 특성에 맞춰 각각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출시해왔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한 달에 10만 원 정도 소액 이체만 진행하는 고객이라면, 공인인증서 로그인 없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편하게 소액 송금 업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최근의 디지털 금융 트렌드를 빗겨나가는 전략이라 '원앱' 전략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업체들은 소비자의 편리성을 확보하면서 필요한 기능만 제공하는 '원앱' 전략으로 급성장했고, 이에 대응해 전통 금융사들 또한 앱 구조조정에 나서려는 추세다.

현재 NH농협은행은 스마트뱅킹, 스마트인증 등 여러 개로 분산된 앱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원뱅크'와 'NH스마트뱅킹' 등으로 통합해 운영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뱅킹 앱을 7개에서 3개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만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출시한 앱을 없애는 것은 추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기존 '스타뱅킹'을 '뉴 스타뱅킹'으로 재편하는 작업에 나섰다. 스타뱅킹은 국민은행의 '풀뱅킹' 앱 서비스다. 단순 계좌 조회와 이체 거래를 비롯해 퇴직연금과 대출 등 복잡한 금융 업무까지 볼 수 있다. 리뉴얼 계획에 따라 기능이 중복되는 일부 앱을 '뉴 스타뱅킹'으로 일원화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원앱 가능성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모든 금융거래를 하나의 앱에 담기에는 구동 속도 등이 현저히 느려질 수 있다"며 "리브와 같이 타깃 고객이 특화된 앱도 있기 때문에 단기간 원앱 전략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은 비금융 서비스 확대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세와 데이터에 강점을 두고 있는 국민은행은 기존 'KB부동산리브온' 운영을 종료하고 '리브부동산'으로 통폐합해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신한은행의 '음식 주문중개를 통한 소상공인 상생 플랫폼'을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바 있고,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뱅킹 앱에 접속해 단순히 계좌 조회만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은행마다 비금융 서비스 추가에 힘을 싣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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