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사용료를 놓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CJ ENM과 대립 중인 IPTV 3사 KT·SK브로드밴드(SKB)·LG유플러스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CJ ENM을 비롯한 PP들에게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3사가 한 목소리를 냈지만 그 강도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SKB는 모기업인 SK텔레콤(SKT)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콘텐츠웨이브를 합작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종합편성채널, CJ ENM과 함께 대표 PP로 꼽힌다. SKB와 같은 SKT의 자회사인 콘텐츠웨이브는 플랫폼인 OTT를 운영하면서도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시장에서 콘텐츠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정받아야 하는 점에서는 PP와 유사한 CP(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입장이기도 하다. 또 콘텐츠웨이브의 주주인 지상파 3사는 SKB를 포함한 IPTV 및 케이블TV와 재송신료(CPS)를 놓고 매년 협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KB는 이번 CJ ENM의 콘텐츠 대가 외에도 CPS 등 방송가의 해묵은 이슈들에 대해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시장 1위 KT도 콘텐츠 대가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KT는 CJ ENM과 같은 PP들로부터 콘텐츠를 제공받아 IPTV와 OTT '시즌'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KT도 최근 자체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에 나섰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가 콘텐츠에서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KT는 콘텐츠 제작 전문 자회사 'KT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KT 콘텐츠 자회사 스토리위즈의 웹소설 IP(지적재산권)를 KT 스튜디오지니가 드라마로 제작해 IPTV와 OTT 등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KT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IPTV 가입자를 보유했지만 이처럼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며 CP로서의 입지도 키워가고 있다보니 이번 CJ ENM과의 대립에서도 전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사진=U+모바일tv의 공지사항
▲ 사진=U+모바일tv의 공지사항

LG유플러스는 KT와 SKB에 비해 상대적으로 CJ ENM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SKB처럼 모기업이 지상파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콘텐츠에 대해 투자를 하고 있지만 KT처럼 콘텐츠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정도는 아닌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콘텐츠 전문 기업에게 투자하는 등 외부 콘텐츠와 협력하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또 자체 OTT인 'U+모바일tv'의 콘텐츠에 대해 CJ ENM과의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U+모바일tv를 통해 'CJ ENM과 지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CJ ENM 채널들의 실시간 방송이 종료될 수 있다'고 이미 공지한 상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IPTV사들은 CJ ENM의 콘텐츠 대가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에서 회사별 위치와 전략이 다르다보니 목소리를 내는 강도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IPTV와 CJ ENM의 중재자로 나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중재안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콘텐츠 대가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큰 가운데 IPTV사들의 입장도 미묘하게 다르다보니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중재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양측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이어가며 중재안을 찾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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