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단순한 환경보호운동이 아니다. 21세기 기업의 존폐를 가를 새로운 생존게임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감축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선제적으로 나서는 기업들도 있는 반면, 새로운 질서에 허덕이며 도태될 기미를 보이는 기업도 있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사례를 통해 ESG가 얼마나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됐는지 알아본다.

탄소중립은 말 그대로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개인, 기업, 단체가 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자면 2019년 무려 1380만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2050년까지는 배출량을 줄이든 흡수량을 늘리든 이를 무조건 상쇄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단계들을 밟아 나가고 있을까. 자체적으로 세운 목표들은 모두 달성했을까.

2020년 원단위 1.55...달성 가능할까

글로벌 기후변화 프로젝트인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홈페이지에 제출된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원 단위 배출량(Intensity)’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원 단위 배출량은 총 배출량에서 매출액을 나눈 값으로, 실제 기업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추적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Scope 1과 Scope 2(시장기반)을 더한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원 단위를 1.55(t/억원)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8년 원 단위가 5.17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2년 안에 70% 이상 배출강도를 낮춰야 하는 것이다.

▲ 삼성전자가 CDP에 제출한 기후보고서 내 원 단위 감소 목표. 원 단위 배출 목표가 1.551로 적혀있다.(출처=CDP)
▲ 삼성전자가 CDP에 제출한 기후보고서 내 원 단위 감소 목표. 원 단위 배출 목표가 1.551로 적혀있다.(출처=CDP)

하지만 삼성전자의 배출량 및 원 단위를 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오히려 꾸준히 증가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원 단위가 2.34로 2008년 5.17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낮은 이유는 2012년 4월 LCD사업부 분사 및 삼성LED 합병 등 조직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고 보면 현재 기준과 비슷한 2012년부터 원 단위는 지속 상승해왔다고 볼 수 있다.

2019년도 원 단위는 3.1로 전년 3.6과 비교해 0.5나 떨어졌지만 목표 달성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설정한 2020년도 원 단위 1.5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배출강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데, 과연 지난해 이를 실현했을 지는 의문이다.

▲ 삼성전자 탄소배출(Scope 1+2) 추이.(출처=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삼성전자 탄소배출(Scope 1+2) 추이.(출처=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삼성전자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배출량 원 단위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3일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전 세계 반도체 업체 최초 전 사업장 탄소/물/폐기물 저감 인증’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 생산량 기준 환산시 약 130만 톤의 탄소 배출량을 저감했다(원단위 기준 9.6% 저감)”고 했다. 원 단위를 전년 대비 9.6% 저감한 것은 물론 긍정적이지만, 원 단위를 기존 목표인 1.55 수준으로 낮추는 데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아직 2020년도 사업장 배출기록이 담긴 ‘Climate Change 2021(기후보고서)’는 CDP 홈페이지에 올라오지 않아 구체적인 정보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다.

신재생에너지 사용확대 목표는 달성

삼성전자는 원 단위 배출량 감소 목표와 함께 재생에너지 사용량 확대 목표도 함께 세웠다. 미국, 유럽, 중국 내 모든 사업장의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태양광 발전시설 구축, 신재생에너지 인증 구매, PPA(전력구매약정), 신재생에너지 가격책정 등 지역별로 최적화된 계획을 수립했다.

▲ 삼성전자 미국, 중국 내 총 재생에너지 사용량 증가 추이.(출처=삼성전자 홈페이지.)
▲ 삼성전자 미국, 중국 내 총 재생에너지 사용량 증가 추이.(출처=삼성전자 홈페이지.)

계획을 수립했던 2018년 삼성전자의 해당 지역 신재생에너지 사용률은 39% 수준에 불과했으나 2년만인 2020년 신재생에너지 100% 대체 목표를 달성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는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중국 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18년 1202GWh에서 2020년 3559GWh로 3배 넘게 확대됐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서도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수원, 기흥, 평택사업장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산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사용확대는 총 배출량 감소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의 2019년 총 탄소배출량은 1380만톤으로 전년 1515만1000톤 대비 약 135만톤 줄어들었다. 삼성전자가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감축한 것은 2010년대 들어 2019년도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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