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먼데이]가상자산은 '규제', 블록체인은 '진흥'

발행일 2021-06-07 07:05:23
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요즘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안색이 어둡습니다. 대장주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과 횡보세는 길어지는 한편 각국의 가상자산 시장 규제는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블록체인 업계에 또다시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꼭 그렇게 보긴 어렵습니다. 사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이란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결과물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인데요. 우리 정부는 최근 가상자산 서비스 업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하면서 동시에 주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선 대규모 지원 계획을 발표하며 '기술 진흥'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진=Pixabay

정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집중 육성…'DID' 두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 올해 국내 블록체인 사업 지원 예산이 531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2018년 6월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 발표, 2020년 '블록체인 기술 확산전략'을 공개 등 단계적인 정책 발전 과정을 거쳐왔는데요. 그동안 공공·민간 분야에서는 블록체인을 적용한 시범사업만 34개에 달합니다. 간편인증, 기부, 보험청구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죠. 

올해는 시범사업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이 더욱 구체화됐습니다. 5월 27일 공개된 2021 블록체인 시범사업 추진 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는 15개 과제에 대한 우선 지원이 이뤄질 예정인데요. 특히 '블록체인 기반 신원증명(DID)' 서비스에서는 가장 많은 6개 과제가 할당됐습니다. 현재 기술 협상 중인 사업 3개를 포함하면 DID에서만 총 9개 과제가 수행될 예정이죠.

DID는 특정인의 식별정보(이름, 주민등록번호 등)를 스마트폰과 블록체인에 나눠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예컨대 사용자가 휴대폰에 저장된 DID를 신원인증 기관에 제출하면 '이 사람의 신원이 확인됐음'이란 서명을 담아 돌려줍니다. 그리고 DID 인증을 요구한 기관은 이를 다시 DID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 뒤 문제가 없으면 인증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블록체인 DID 기반 서비스 구조도 예시, 공통의 블록체인(파란 영역) 위에 개인정보 주체와 인증기관, 서비스 업체 등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인증정보를 주고받는다 (자료=람다256)

DID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각 기업 서버에 저장하는 대신 꼭 필요한 정보만 사용자가 임시로 제출해 신원인증을 받을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 오남용 위험이 낮고 발급 또한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찍이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유력 인증기술로도 주목받았는데요. 올해 시범 사업에서 눈에 띄는 DID 과제는 병무청이 라온시큐어와 손잡고 모바일 전자지갑 구축을 통해 병적증명서 등 병역 관련 전자문서 28종을 모바일 전자지갑에서 발급받고 민간 서비스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자료=라온시큐어

이를 응용하면 자주 쓰지는 않지만 한 번씩 제출하려면 매번 복잡한 절차를 통해 재발급 받고, 종이 문서의 경우 사후처리도 번거로웠던 서류들을 모바일 지갑에 담아뒀다가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병역 민원 외에도 학교, 직장, 은행 등에서 요구하는 각종 신원인증 문서들 역시 점차 DID 기반 모바일 지갑으로 대체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DID 집중사업'으로 별도 분류된 내용을 보면 한국전자투표와 코스콤은 DID 기반 주주증명기반 전자주주총회 시스템 개발에 나섭니다. 주주들이 꼭 주총장에 가지 않더라도 DID로 비대면 신원인증을 하고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코인플러그는 DID 기반 무인편의점 출입증 발급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도 QR코드로 무인편의점 출입이 가능한 시스템인데 올해 하반기 블록체인 시범사업 특구인 부산시 소재 GS25 편의점들을 대상으로 실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마약류 유통 관리, 저작권 증명도 블록체인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물류, 공유경제, 주거 영역 등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오퍼스엠과 비디젠이 협력한 '블록체인 기반 의료용 마약류 관리 플랫폼' 사업은 의료용 마약류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해 투명성 강화 및 관리체계의 효율화를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령 '프로포폴(속칭 우유주사)'처럼 유명인들이 오남용했다가 적발돼 사회적 파장이 큰 약물들도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하면 유통·사용 내용이 보다 투명하게 기록될 수 있습니다.

KT는 예술인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블록체인으로 동영상 콘텐츠 저작권을 관리하고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세정아이앤씨는 공동주택의 자금 관리, 회계 감사 등 주요 정보를 입주민에게 블록체인으로 실시간 제공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아파트 관리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들 과제에 포함된 블록체인 사업들은 모두 기존 기술로도 구현 가능하지만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이용해 더 적은 비용과 간단한 이용 절차만으로 동일한 기능, 더 높은 신뢰성을 지닌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 가상자산 외 블록체인 기술의 효율성, 사업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기정통부는 3일 주요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과 만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해 듣는 등 관련 사업 진흥과 환경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 밖에 과기정통부는 올해 데이터 경제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도 추진합니다. 2025년까지 총 1133억원(국비 916억원, 민자 21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4대 전략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는 각각 △완전 탈중앙화를 위한 고성능 합의기술 △스마트계약 보안 기술 △블록체인 암호화를 통한 프라이버시 보호기술 △대규모 블록체인 데이터 분산 저장 기술 등인데요. 얼핏 듣기엔 어렵지만 모두 기존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차세대 주요 기술 육성 사업으로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정부 예산을 투입한 시범 사업과 별개로 실제 블록체인 서비스 상용화 및 대중화가 이어지려면 기술적 완성도를 실제 서비스 접근에 불편이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미국과 2.3년의 격차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매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간극인데요. 기존 블록체인 개발사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블록체인 기술 개발 속도와 범주를 다각화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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