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RM 윈도우10 기반 퀄컴 칩을 탑재한 노트북 ‘갤럭시 북 고’ 시리즈를 공개했다. 당초 지난 4월 ‘갤럭시 노트북 언팩’에서 선보일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대만 IT 박람회인 ‘컴퓨텍스(Computex) 2021’에서 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컴퓨텍스는 대만의 자국 최대 IT 연례행사이자 세계 5위급 전시행사이기도 하다.
공개된 제품은 ‘갤럭시 북 고’와 ‘갤럭시 북 고 5G’ 2종이다. 두 제품엔 각각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탑재됐다. 갤럭시 북 고 5G에는 지난해 만들어진 스냅드래곤 2세대 8cx가, 갤럭시 북 고에는 지난 5월 선보인 스냅드래곤 2세대 7c가 각각 들어간다. 이 가운데 LTE와 와이파이 버전(7c)의 갤럭시 북 고가 미국에서 출시되며, 5G가 들어가는 제품은 연말 출시된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의 하산 안줌(Hassan Anjum) 뉴컴퓨팅 수석은 “갤럭시 북 고 시리즈는 가볍고 얇은 디자인으로 어디서나 휴대가 가능하며 테두리를 최소화한 14인치 화면, 오래 가는 배터리가 특징”이라 설명했다.
미국에서 오는 10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는 갤럭시 북 고는 14인치 풀HD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며 720p 웹캠이 탑재됐다. 두께는 14.9mm, 무게는 1.38kg이다. 램은 4GB와 8GB, SSD는 64GB와 128GB 중 각각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USB-C 3.2타입 2개, USB 2.0 A타입 포트 1개를 지원하며 가격은 4GB 램, 64GB SSD 와이파이 버전 기준 349달러(약 39만원)에 책정됐다.
가격 상 엔트리급에 해당하지만 그 자체로 유의미한 건 ARM 기반의 저전력·저발열 칩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스템 온 칩(SoC) 설계가 수반돼 전력을 덜 써 배터리가 하루 가까이 지속되며 팬리스임에도 발열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애플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는 애플실리콘의 ‘M1’이 대표적인 ARM 기반 AP다.
스냅드래곤 8cx 2세대의 경우 인텔 10세대 코어 i5보다 속도가 18% 빠르고 전력 효율도 39% 개선됐다. 이는 CPU와 GPU, NPU(AIE), I/O 등이 통합된 구조 덕분이다. 스냅드래곤 AP엔 모뎀과 와이파이, 블루투스,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스펙트라)가 들어가며 4K HDR10 비디오 재생, 돌비 애트모스도 지원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인텔 x86-64 계열이 아닌 ARM 계열인 만큼 앱 호환성이 떨어진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10 ARM AP가 보편화되지 않아 네이티브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며, 기존 프로그램은 x86-64로 포팅(porting)해야 하는데 이 경우 속도가 떨어진다. 또 아예 접속되지 않는 사이트나 앱도 존재하는 만큼 구입을 희망한다면 이를 미리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ARM 윈도우10 노트북은 2019년 출시한 ‘갤럭시 북 S’가 처음이며, 이번 '갤럭시 북 고' 공개로 기존 S 라인업을 계승하게 됐다. 이를 통해 자사 노트북 라인업도 ‘갤럭시 북 고-갤럭시 북-갤럭시 북 프로’과 별도의 게이밍 랩탑인 ‘오디세이’로 사실상 정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