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앤에프 사옥 전경.(사진=엘앤에프)
▲ 엘앤에프 사옥 전경.(사진=엘앤에프)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 제조사인 엘앤에프가 미국 전기차 업체와 장기 납품 계약을 맺었다. 엘앤에프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소재 납품사다.

납품처가 배터리 소재 내재화를 추진하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높아졌다. 엘앤에프의 이번 계약은 국내 업체의 의존도를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양극재 소재 업체들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내재화에 대비해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미국 전기차 업체와 양극활물질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엘앤에프는 고객사와 비밀유지협약(NDA)에 따라 해당 업체의 정보는 비공개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양극재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고객사와의 장기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1조4547억원의 양극재 납품 계약을 맺었다. 지난 4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1조2175억원 규모의 NCM(니켈, 코발트, 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용 양극재 계약을 체결했다.

엘앤에프의 매출 중 94.4%는 양극활물질에서 나온다. 주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납품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 리서치가 지난 1일 발표한 '1~4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21.5%로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5.1%로 글로벌 6위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을 발판으로 성장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올해 1분기 매출 1444억원, 영업손실 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5%(424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47억원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원가율은 93.4%였는데, 올해 1분기 97.7%로 4.3% 포인트 높아졌다. 고정비 부담이 커진 결과 적자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 엘앤에프 실적 추이.(자료=금융감독원)
▲ 엘앤에프 실적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엘앤에프는 '전기차붐'을 맞아 성장기를 맞았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납품처가 양극재 내재화를 추진하는 점은 부담이다.

엘앤에프는 전기차 배터리에 탑재될 양극활물질을 생산하기 위해 3680억원을 투자해 증설하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 집행된 투자금은 870억원으로 전체 투자계획의 23.6%가 집행됐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완제품 전지업체가 양극재를 직접 생산할 경우 배터리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성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소재다. 전지업체들은 양극재와 음극재 등 각종 산화물을 최적의 상태로 배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지업체가 양극재를 직접 생산할 경우 배터리 생산공정의 영업 비밀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양극재 내재화율을 4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인 LG화학은 배터리 소재를 확대 생산한다. LG화학은 청주와 익산, 구미에서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구미공장에 연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 LG전자의 분리막 생산공장도 LG화학에 이관해 생산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양극재 내재화율을 확대한다. SK이노베이션은 중장기적으로 양극재 내재화율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인 EVE 에너지와 음극재 업체인 BTR과 양극재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 생산기술이 없는 만큼 합작사를 설립해 기술 개발 부담과 재무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이 매년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전지업체의 양극재 내재화가 단기적으로 소재 업체에 미칠 영향은 없다. 다만 배터리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전고체전지로 바뀌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글로벌 업체가 내재화율을 높일수록 소재 업체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엘앤에프와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은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주 납품처다. 에코프로비엠은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납품 업체다. 포스코케미칼은 3사 모두에 납품하는데 핵심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LG에너지솔루션 등 3사를 발판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완제품 업체의 수직계열화가 변수될 전망"이라며 "해외 판로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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