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상반기 각종 시범 사업에 채택되는 한편 기업·소비자용 제품도 출시되면서 양자통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도·감청과 해킹이 불가능한 꿈의 통신 기술로 불린다. 양자는 물리적 특성상 사용 중 외부의 간섭이 발생하면 신호가 즉각 파괴되는 성질이 있는데 양자암호통신망 내에서는 제3자인 해커가 정보를 캐낼 수 없는 이유다. 또 신호의 깨짐이 발생하면 네트워크에서도 즉각 이를 알아챌 수 있어 보안 사고에 대한 대응 속도도 빨라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가 간 해저 광케이블 불법 도·감청이나 위성통신을 비롯한 무선망 해킹에 대응할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은 국가 안보와 기업의 보안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 양자기술 개념과 도입 효과 (자료=과기정통부)
▲ 양자기술 개념과 도입 효과 (자료=과기정통부)

국내 이동통신 3사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자체 양자암호통신 기술 연구에 나선 끝에 최근 가시적인 성과들을 도출해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연구소 수준을 넘어 실제 현장 도입이 가능한 수준의 실증 사례들이 나와 더욱 눈길을 끈다.

SKT, 기업용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

2011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한 SKT는 2019년 유럽연합(EU) 산하 프로젝트에서 38개국 양자통신 회사 중 가장 많은 구간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한 것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4월 B2B(기업간거래) 환경에 적용 가능한 양자암호통신 기술 '퀀텀 VPN'을 발표했으며 전용망을 구축하지 않은 기업도 양자암호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같은 달 일반 소비자들이 양자보안을 경험할 수 있는 양자보안기술 탑재 스마트폰 '갤럭시 퀀텀2'를 선보였으며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홍대 ICT 체험관 'T팩토리'에는 양자보안을 주제로 한 게임 체험존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어서 5월 말 정부 디지털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SKT·SK브로드밴드· IDQ 등이 포함된 SKB컨소시엄은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주요 핵심 산업시설의 비상 통신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수소차 핵심 기술 보호, 자율로봇이 취득한 개인정보 보호 등에 양자보안통신을 적용할 계획이다.

▲ 홍대 T팩토리에 구축된 양자보안 게임 스테이지 (사진=SKT)
▲ 홍대 T팩토리에 구축된 양자보안 게임 스테이지 (사진=SKT)

KT, 스마트폰에서도 작동하는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

KT는 올해 1월 서로 다른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장치 간 상호 운용을 위한 기술을 개발해 국내 표준으로 채택됐다. 이를 통해 양자 암호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3종의 양자암호통신 연동을 통한 다기종 인프라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서로 다른 양자 네트워크를 묶는 기술은 양자 생태계 확대에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3월과 4월에는 양자암호 기반의 비화(암호화)통신 기술을 발표했다. 통신 단말기의 음성 데이터를 암호화해 발신하면 수신자는 해당 데이터를 원음으로 전달받는 구조다. 비화기는 주로 군부대, 국가정보기관 등에서 쓰였지만 KT는 이를 일반 스마트폰에도 가능하도록 개발 양자암호통신의 대중성을 확보했다. 앞서 공개한 기술은 양자암호통신 전용 비화기가 필요했지만 이후 공개한 기술에선 스마트폰 앱(QS-VPN)만으로도 통신 전구간에 양자암호통신 구현이 가능하도록 해 접근성을 개선했다.

LG유플러스, 양자내성암호로 철통 보안 통신 구축

LG유플러스는 기존 디지털 컴퓨터보다 수십조배 빠른 연산 속도로 공격하는 양자컴퓨터 방어용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올해 선보였다. PQC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에 수십억년이 걸리는 복잡한 수학알고리즘이다. LG유플러스는 이를 탑재한 USB 형태의 보안토큰인 'Q-PUF USB'를 지난 1월 개발해 LG이노텍 공장 640km 구간, 서울과 대전 사이 을지대병원 207km 구간에서 실증했다. 특히 양자내성암호는 별도의 장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 가능해 경제성이 높고 소형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부터 유무선 거의 대부분의 통신망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5월에는 디지털 뉴딜 사업 시범 과제로 충남도청과 공무원 교육권 사이 QDC 기반 전용 회선 구축을 시작했으며 도민의 민감 정보 데이터베이스 암호화에도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달 6일에는 QDC를 공연·엔터테인먼트 분야 응용 서비스까지 확대, 공연티켓 발권 시 양자보안이 적용된 인증 기술로 티켓 구매자를 투명하게 인증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해당 솔루션이 만연한 티켓 암표거래 방지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양자내성암호 USB 개념도 (자료=LGU+)
▲ LG유플러스 양자내성암호 USB 개념도 (자료=LGU+)

갈 길 먼 5G…즉각적 혁신 보여주는 양자암호통신

현재 이 같은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이 이통사에 즉각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불러오진 않는다. 다만 정체된 이동통신산업 혁신과 브랜드 가치 제고 측면에선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자암호통신은 이통 3사의 '아픈 손가락'인 28기가헤르츠(GHz) 주파수 5G보다 도입 효과가 뚜렷하고 경제성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강력한 보안망 구축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통신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 범위가 넓고 잠재적 수요도 크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지난 수년간 미래 이동통신 혁신 기술로 5G를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나 상용화 2년을 맞은 현재 그 결과는 미미하다. LTE 대비 불완전한 전국망, 5G의 특성을 활용할 특화 콘텐츠 부재, 고가 요금제는 지금도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초고속·초저지연 5G' 구현이 가능한 28GHz 주파수는 짧은 도달거리 문제로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망 구축이 어렵고 구축 비용도 비싸 기업 시장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도 28GHz 5G 상용화에 대한 기대치를 점차 낮추는 중이다. 대신 '통신 강국'으로서 올해는 선진국 대비 뒤처진 국내 양자기술 개발 규모를 확대하고 2030년 4대 양자기술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세우는 등 국가기술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3일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미국과의 양자 기술 공동연구와 인력교류 확대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대비 우리나라의 양자기술력은 약 81.3% 수준으로 국내 주요 ICT 기술 내 최하위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양자기술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2019년 대비 200% 이상 증가한 326억원으로 확대하고 적극적인 기술 진흥을 약속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양자 기술 개발 추진 의지 아래 이통사들의 양자암호통신 기술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양자암호통신 분야는 상용화 및 보급에 앞서 각종 글로벌 표준 기술이 제정되고 있는 단계다. 2030년 전세계 양자 기술 분야 규모가 13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표준 기술 선점에 성공한 이통사는 적잖은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 더불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