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현대자동차의 구형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이 서행 중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음에도 최대 시속 90km까지 급가속한 급발진 의심 사례가 나왔다. 국내에서 발생한 첫 전기차 급발진 의심 사례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의 질서가 이제 막 바뀌고 있는 지금이 해결 방안을 만들 최적의 시기일 지 모른다. 현상의 실체, 급발진의 이유, 제조사측의 반응, 전문가의 조언을 종합, 전기차 급발진 의심 현상에 대해 알아봤다.
▲ 니로 EV(2019년형)가 지난 7일 서울 인근에서 주행 중 급발진 의심 증상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차량.(사진=블로터)
▲ 니로 EV(2019년형)가 지난 7일 서울 인근에서 주행 중 급발진 의심 증상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차량.(사진=블로터)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의 급발진 의심 사례를 <블로터>가 최초 보도한 이후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현대차·기아 전기차 차주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9일 <블로터>에는 서울에서 거주하는 전기차 차주의 기아 니로 EV 급발진 사례가 접수됐다. 11년째 무사고 운전 경력을 보유한 B씨는 2019년 3월 기아 니로 EV를 구매했다.

B씨는 지난 7일 서울 인근을 주행하던 중 차량에 이상을 느꼈다. B씨는 "핸들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느낌이 나면서 조향이 안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직후 차량이 급가속됐고, 서둘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이전과 다른 무거운 느낌을 받았고 제동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의 차량은 인도 방지턱과 충돌했고, 10여 m를 달린 후에야 멈췄다.

다행히 B씨는 부상을 입진 않았다. B씨의 차량은 충돌로 바퀴를 지탱하는 로우암이 파손됐다. B씨는 이번 사고가 급발진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차량이 멈춘 후 모터에서 굉음이 들렸고, 타는 냄새가 났다"며 "주행 가능거리가 397km 남은 상황에서 저전력 경고 문구가 계기판에 표시됐다"고 말했다.

B씨의 설명과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모터가 과회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 차량은 50km 미만으로 서행하고 있었고 운전자는 11년 경력이다.

B씨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음에도 차량이 저절로 가속됐다"고 주장했다. B씨는 사고 직후 기아의 현장출동을 요청했고, 차량을 정비센터로 보냈다. 점검 결과 차량에는 이상이 없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증상은 차량 결함인지, 운전자의 과실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이전 전북 아이오닉EV 차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례처럼 차량 결함일 가능성이 있다고 B씨는 주장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경우 가속 페달 센서 또는 모터 내 센서 장애로 급발진 의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현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 코나EV.(사진=현대차)
▲ 코나EV.(사진=현대차)

네이버카페 '전기차동호회'에서는 코나 EV에서도 급발진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따르면 택시기사인 C씨는 2019년 택시용 코나 EV를 구입했다. 그는 연비를 절감해 수입을 늘리기 위해 전기차로 결정했다. 다년 동안 버스기사로 운전했고,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그는 2019년 9월 처음으로 급발진 의심 증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당시 정차 중이던 차량에 급발진 의심 증상이 나타나 벽과 충돌했다고 C씨는 주장했다.

그 이후 지난달에는 차량이 주행 중 급가속하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C씨는 밝힌다. C씨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제동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씨의 차량은 대구 수성구에서 약 1.4km를 달렸고, 갓길에 부딪힌 끝에 멈췄다. C씨는 게시글에서 "브레이크도 먹통이었고, 기어를 중립에 두고 시동도 껐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외에도 네이버카페 '전기차 동호회'의 다른 차주는 "니로 운행할 때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는데 속도가 엄청 올라간 경험을 했다"며 "조향과 브레이크는 작동이 됐는데 순간 움찔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댓글은 전기차 급발진 관련 게시물에 달린 댓글이다.

또 다른 차주는 "코나 EV를 급발진으로 폐차했다"며 "현대차에서 판독했는데 결함이 없다고 결론났다"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렇듯 차종은 다르지만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지속해서 네이버카페에 올라오고 있고 <블로터>에도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급발진 의심 상황은 비슷해보인다. 운전자들은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상황에서 저절로 가속되는 현상을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브레이크페달을 즉시 밟아 차를 제어할 수 있었지만, 일부는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는 현상도 있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자동차 리콜센터에 접수된 현대차·기아의 급발진 의심 사례는 총 7건으로 알려졌다. 이중 4건이 아이오닉 일렉트릭 모델이다.

▲ 현대차가 2019년 작성한 아이오닉EV 정비 매뉴얼. 매뉴얼에는 '회생제동 시 모터 노이즈가 유입돼 통신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자료=블로터)
▲ 현대차가 2019년 작성한 아이오닉EV 정비 매뉴얼. 매뉴얼에는 "회생제동 시 모터 노이즈가 유입돼 통신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자료=블로터)

한편 급발진 의심 증상이 나타나 차량 점검 중인 전북 익산의 아이오닉 일렉트릭(2017년형) 차주인 A씨는 지난달 29일 현대차로부터 '3상 모터 접지 케이블 키트'를 모터에 장착했다. 그런데 A씨에 따르면 현대차가 전기차 급발진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만한 정황이 담긴 차량 정비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블로터>가 확보한 이 매뉴얼은 '[필드픽스]AE EV 회생제동 후 간헐적 재가속 불량'이라는 제목의 정비 매뉴얼이다. 또 이 외에 '정비통신'이라는 제목의 문건도 존재했다.

이 매뉴얼과 문건에서 현대차는 "회생제동시 간헐적 레디램프 점멸 및 가속 지연"이라는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또 "(원인은) 회생제동 시 모터 노이즈가 CAN 라인 유입돼 통신에 이상"이라는 문장도 있다. 이 말은 회생제동 계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급발진이라고 볼만한 차량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음을 현대차가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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