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9월 ‘카카오톡’을 빼닮은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를 출시했다. 누적 사용자는 38만명으로 아직은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다. 올해 100만명이 목표다.
▲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9월 ‘카카오톡’을 빼닮은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워크’를 출시했다. 누적 사용자는 38만명으로 아직은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다. 올해 100만명이 목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다. 시가총액 170억원에 달하는 독일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회사인 SAP와 손잡고 ERP(전사적자원관리) 등 기업용 솔루션을 ‘카카오워크’에 연계하는 한편, 대화형 ‘업무용 봇(BOT)’ 공동개발에 나선다. 음성 인터페이스도 도입해 편의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9일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SAP 연례행사인 ‘SAP 사파이어 나우(SAP SAPPHIRE NOW)’에서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같이 밝혔다. ‘메신저’로 대화하듯이 손쉽게 품의·경비처리·구매·영업관리 등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디지털 환경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백 대표는 “업무에 필수적인 SAP 솔루션을 대화하듯 사용할 수 있게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시쳇말로 ‘공수가 줄어들게’ 돕겠다”고 말했다.

기안·결재도 카톡으로…카카오워크와 SAP가 만났을 때

우선 두 회사는 비대면 업무환경에서 기안·결재 등 업무를 카카오워크로 처리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2월 SAP와 협업을 통해 SAP ‘비즈니스테크놀로지플랫폼(BTP)’을 카카오워크에 탑재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워크의 ‘경비처리 봇’을 활용하면 법인카드 사용 알림부터 결재까지 전체 과정을 마치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듯이 할 수 있다. 직원이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알림봇이 자동으로 알림 메시지를 띄워주고, 메시지에 결제 정보·내용을 입력하면 결재권자에게 전달해주는 식이다. 상세내역을 확인하고 승인·반려 처리를 하면 경비처리가 완료된다. 별도 솔루션에 접속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 △SAP는 기업용 SW 시장의 글로벌 선두주자다. SAP와 비즈니스테크놀로지플랫폼(BTP) 협약을 맺은 기업은 국내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최초다.
▲ △SAP는 기업용 SW 시장의 글로벌 선두주자다. SAP와 비즈니스테크놀로지플랫폼(BTP) 협약을 맺은 기업은 국내에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최초다.

이외에도 두 회사는 발주·입고관리·품질 검사 등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구매요청·승인 봇, 주문 서류·전표 작성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영업관리 봇 등 올해 안에 50여개 업무용 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모바일 전자결재 시스템 외에 영업·구매·생산 관리 시스템 등 SAP의 다양한 업무 시스템도 선보인다. SAP의 주요 솔루션과 서드파티 서비스를 연결한 업무 생태계도 별도 구축한다.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는 “이번 협력은 SAP가 가진 딱딱한 이미지를 친숙한 카카오 라이언으로 대체할 좋은 기회”라며 “한국 특유의 사용자 중심 혁신이 SAP 솔루션에 탑재됐을 때의 파급력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두 회사의 역량이 결합되면 독특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같이 글로벌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카카오워크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SAP코리아는 ‘대화형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신사업에도 뛰어들기로 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자연어처리(NLP)·비전·번역 등 다양한 인공지능(AI)엔진과 기술을 SAP에 제공해, 한국어 기반의 대화형 AI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SAP의 각종 솔루션을 ‘음성’으로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언어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주요 언어를 포함하는 게 목표다.

백 대표는 “기술이 진보하는 방향은 ‘음성’으로 가고 있다”면서 “아무리 좋은 터치 시스템을 구현하더라도 각종 연구에 따르면 음성 기반 입력이 1.6배 더 빠르다고 한다. 음성 인터페이스는 필수이며 카카오워크에도 곧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는 말이 있다. SAP 같은 글로벌 강자와의 협력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게) 무한한 영광”이라며 “아직 글로벌을 얘기할 수준은 아니다. 북미 시장에 진출해 승부수를 둬야 하겠지만 지금은 동남아시아 기업들과 협력이 예정돼 있어 (동남아를) 먼저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빠른 시일 안에 카카오워크에 번역 기능을 도입하는 한편 오는 9월 화상회의·전자결재·AI 어시스턴트 기능 등을 추가한 ‘카카오워크 2.0’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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