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실적 고착화된 LS전선, '전기차'와 함께 다시 뛴다

발행일 2021-06-10 11:20:46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2010년대 이후 오랫동안 실적이 고착화됐던 LS전선이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단초를 제공한 건 바로 전기차입니다. 내연기관으로 구동되던 차가 전기로 바뀌면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전선의 역할이 더 커진 겁니다. ‘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LS전선은 ‘패스트 팔로워’로서 전기차 시장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LS전선 본사.(사진=LS전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225만대였던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2025년 850만대로 급증하게 됩니다. 2025년은 전기차에 매우 상징적인 해가 될 수 있는 게, 내연기관 차와 가격이 동일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기입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차 가격이 더 내려간다면 자연스럽게 수요도 늘어날 겁니다.

(그래프=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전기차는 크게 배터리와 구동 모터, 제어장치,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으로 구성됩니다. 부품 수는 약 1만여 개에 달하지만 전기로 움직이는 만큼 동력원인 배터리, 동력장치인 모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기 자동차인 만큼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옮겨주는 수단도 필요하겠죠. 배터리나 모터에 비해 간과되고 있는 전선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기차 전선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건 바로 구동 모터에 코일 형태로 들어가는 ‘권선(Enamel Wire)’입니다. 일반적 구동 모터는 영구자석이 있는 ‘회전자’와 코일이 감긴 ‘고정자’로 구성되는데요. 권선의 역할은 배터리에서 전기에너지를 받아 영구자석과 상호작용해 회전 에너지를 만드는 겁니다. 쉽게 말해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바꾸는 것이죠.

LS전선 각선 권선(왼쪽)과 모터 고정자에 감긴 단면.(사진=LS전선 홈페이지 갈무리)

고전압 권선은 까다로운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기존 내연기관 전선이 12볼트만 버티면 됐다면, 고압의 충전이 요구되는 전기차 전선은 그 30배를 넘는 400볼트 이상을 견뎌야 합니다. 복잡한 성형·밴딩에도 절연성이 확보돼야 하며, 높은 온도에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권선의 특수코팅도료인 폴리이미드 바니쉬는 공예용 마감재로 쓰이는데, 이를 절연 도료로 균일하게 도포하는 게 기술의 핵심이라 합니다.

그간 세계 권선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독점해왔습니다. 히타치나 후루카와전기, 스미토모전기 등이 대표적이었는데요. 그랬던 걸 2009년 LS전선이 자동차용 권선을 만들며 국내 최초로 이 시장에 진출했고, 2014년 GM의 요청으로 개발에 착수해 2017년 400V급 권선으로 ‘볼트 EV’에 처음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LS전선이 자동차 권선을 개발한 건 2009년이었지만 전기차용 권선 수주는 전무했습니다. 그런데 GM 납품에 이어 최근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에 800V급 권선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기로 하면서 활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관련 예상 매출은 향후 6년간 2000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300억~400억원이라 전체 매출 대비 크진 않습니다. 다만 전기차 업계가 충전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전압 시스템을 늘리는 걸 봤을 때 800V급 권선의 수요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LS전선은 권선 시장이 2025년까지 6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고요.

LS전선은 자동차와 전기차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을 만들고 있다.(사진=LS전선 홈페이지 갈무리)

LS전선은 전기차 부품에서 권선 말고도 자동차 전기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고전압 와이어링 하네스와 기존 무거운 구리선을 대체할 알루미늄 동선도 만듭니다. 자회사 LS EV코리아에선 배터리 부품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등을, LS알스코는 알루미늄 동선에 들어가는 고강도 알루미늄을 만들고요.

고전압 하네스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둥펑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 3대 중국 완성차 업체에 납품했습니다. 2017년에는 폴란드에도 공장을 짓고 배터리팩 부품인 인터커넥션보드를 LG화학 등 현지 업체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전선 사용률 5% 이하인 알루미늄 전선도 전기차 경량화 추세에 따라 2025년 30%까지 늘어난다고 하니, 관련 성과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LS전선의 최근 실적도 상승세입니다. 연결 기준으로 2016년 3조49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조831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35억원에서 1649억원으로 늘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매출, 영업이익 상승률은 각각 12.20%, 18.55%입니다. 성숙기 산업으로 여겨져 온 전선업임을 감안할 때 꽤 큰 상승세입니다.

2021년 1분기 매출은 1조3356억원, 영업이익은 53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소 거칠지만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매출 5조3424억원, 영업이익 2124억원이 됩니다. 5조원이 넘는 매출이나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은 LS전선에게 2010년대 초반에나 들을 수 있었던 수치입니다.

전기차 부품 실적 확대는 LS전선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에서 전선업체는 2차 내지 3차 협력사로 분류됩니다. 그만큼 산업에서 ‘뒷단’으로 취급돼왔죠. 하지만 시장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로 재편되면서 전기의 중요성이 높아졌고, 이에 전선업이 영향력 있는 2차 협력사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습니다.

2017년 GM이 볼트 EV의 권선을 LS전선으로부터 받을 때도 모터를 만드는 LG전자를 통해 제품을 공급했는데, GM이 직접 LS전선을 권선 협력사 지정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죠. 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에 들어가는 권선 또한 이런 형태로 모비스에 납품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S전선은 공시보고서에서 통해 별도의 전기차 실적을 추리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회사의 2020년 전기차 관련 매출은 1000억원으로 2019년 600억원 대비 66.7% 오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LS전선 측도 향후 전기차 실적 성장성이 더 뚜렷이 나타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진다면 전기차 부품은 회사의 주 수입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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