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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연초 한 흥미로운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분실물이나 반려동물 등의 위치를 추적해주는 ‘갤럭시 스마트태그’란 제품입니다. 블루투스를 쓰는 '스마트태그'와 초광대역(UWB)을 함께 쓰는 '스마트태그 플러스' 두 종류로 출시됐죠. 그런데 이 제품, 위치추적기인데 위치를 제대로 찾아주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왜 그럴까요?

▲ (영상디자인=박수혁)
▲ (영상디자인=박수혁)

실제로 스마트태그에 대한 인터넷 후기를 찾아보니 부정적인 평이 몇몇 보입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선 잘 찾아주는데, 막상 먼 거리에선 제품을 잘 찾지 못한다는 겁니다. 설마 위치추적기인데 실제로 그럴까 싶었는데, 저희도 시험해보니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제품엔 블루투스 5.0과 초광대역(UWB)이란 기술이 들어갑니다. 블루투스 5.0은 120미터 안팎의 비교적 원거리를 잡아주는 기술이고요. 초광대역은 10미터 안팎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잡아줍니다. 저희는 120미터 내의 근거리, 그리고 120미터 밖의 원거리에 태그를 숨겨놓고, 갤럭시S21 울트라를 활용해 각각 한 차례 제품을 찾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 제품을 숨겨놓고 스마트폰으로 찾으려 했으나 실제 위치와 동떨어진 곳이 나타나 찾을 수 없었다.
▲ 제품을 숨겨놓고 스마트폰으로 찾으려 했으나 실제 위치와 동떨어진 곳이 나타나 찾을 수 없었다.

실험 결과 근거리, 특히 한 번 제품이 초광대역의 감지 거리에 들어오면 정확도는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블루투스가 작동하면서 처음 제품이 어디 있는지 찾는 단계는 실패했습니다. 위치추적기임에도 이처럼 제품이 잘 찾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제품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앞서 블루투스 5.0은 120미터 안팎의 거리까지 무선통신을 지원하는 기술이라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120미터를 넘는 곳은 어떻게 할까요? 삼성전자는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갤럭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예컨대 내가 120미터 내에 없더라도, 다른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가 태그 근처에 있다면 제품을 대신 잡아 내게 알려주는 겁니다. 다른 갤럭시 기기들이 일종의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죠.

▲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태그 위치 추적에 타인의 갤럭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스마트싱스 파인드라는 기능을 쓰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영상 갈무리)
▲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태그 위치 추적에 타인의 갤럭시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스마트싱스 파인드라는 기능을 쓰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영상 갈무리)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 제품의 위치추적은 ‘스마트싱스 파인드(Smart Things Find)’라는 기능으로 작동하는데요. 다른 사람이 위치를 대신 찾아주려면, 그 사람 또한 자기 스마트 기기가 네트워크가 되도록 하는 기능에 동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스마트싱스 파인드를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기능에 동의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시 말해 이렇습니다. 주변에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아무리 많더라도, 누구든 스마트싱스 파인드를 쓰고 있지 않다면, 태그의 정확도는 그만큼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겁니다. 예컨대 서울 중심가와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면 태그를 찾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태그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쉽게 추정할 수 있죠.

▲ 갤럭시 파인드 네트워크가 쓰이려면 이런 동의 절차가 필요한데,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라도 이런 절차에 동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갤럭시 파인드 네트워크가 쓰이려면 이런 동의 절차가 필요한데,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라도 이런 절차에 동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 보신 분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들 겁니다. 100미터 바깥의 원거리에선 이해가 가는데, 비교적 근거리에서도 제품을 제대로 못 찾은 이유가 뭘까요? 이 제품의 위치추적에는 인공위성을 쓰는 위치추적용 IT기기인 GPS가 아니라 블루투스 5.0이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블루투스는 무선통신에서 굉장히 유용한 기술입니다. 고주파를 활용해 기기와 기기를 연결하고 상호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죠. 일정 함수에 따라 시시각각 주파수를 바꾸는 ‘주파수 도약’ 기술을 활용해 보안에도 강합니죠. 오늘날 사물인터넷 기기엔 블루투스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다만 블루투스는 기술적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데 적합하진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태그가 블루투스 연결 범위 내에 있는지를 확인하고요, 또 주변의 ‘비콘’들이 대략적인 거리와 위치를 계산하는데요. 주변에 전파 간섭이 있거나 벽 등 장애물이 있을 경우 그 정확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실제로 블루투스5.0은 100미터 이상 커버가 가능하다지만, 실제 유효거리는 10m 내외로 평가받습니다.

▲ 애플 에어태그도 위치 추적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애플)
▲ 애플 에어태그도 위치 추적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애플)

이는 애플에서 최근 출시한 ‘에어태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블루투스와 초광대역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지만, 만약 애플의 스마트 디바이스 사용자들이 적은 곳에 있다면 그 자체로 위치추적 정확도는 낮아지겠죠. 에어태그나 스마트태그 모두 GPS를 달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추정컨대, 실제 위치추적 정확도를 높이기보단 단가를 낮추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제품류는 아예 초광대역이 잡히는 10미터 이내 근접거리에 제품을 놓을 때 그 사용성이 극대화됩니다. 예컨대 집안에서 내가 물건을 어디에 놨는지 잘 모르겠을 때 태그를 붙여놨다면 제품에 소리가 나도록 해 쉽게 찾을 수 있겠죠. 하지만 10미터 바깥의 야외 공간일 경우, 특히 주변에 인적이 드문 경우엔 본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앞서 말했듯 GPS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모두 스마트 기기의 연결성을 높여 ‘에코 시스템’을 형성하는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태그’는 단순 판매용이기도 하지만, 자사 기기 사용자들 간 알게 모르게 연결성을 높이는 일종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블루투스나 초광대역 기술 모두 보편화한다면 우리 삶의 편의를 높여줄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위치추적’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런 제품이 실제 위치추적에서 무용지물이라면, 과연 몇 만원을 내고 제품을 산 사용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소중한 반려동물이나 귀중품에 태그를 달아놨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을 알려준다면 사용자들은 분통이 터질 겁니다. IoT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은 좋지만, IT회사들의 세부 제품 전술이 제대로 된 건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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