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세이]삼성 '샘'과 LG '김래아', 가상인간 마케팅 전환점 될까

발행일 2021-06-13 19:08:39
잘 만든 광고 하나, 잘 캐스팅한 연예인 하나가 제품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즘, 기업 마케터들의 고민은 '어떡하면 비용은 줄이면서 차별화된 광고 효과를 줄 수 있을까'에 있을 겁니다. 특히 잘 만든 디지털 캐릭터 하나면 몸값 비싼 열 연예인 안 부럽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오늘날 카카오를 상징하는 '라이언'이 대표적이죠. 코카콜라의 유명한 북극곰 캐릭터 '폴라베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언이나 폴라베어처럼 성공하는 마스코트가 꼭 동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고정관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영상 SNS '틱톡'의 영어권 사용자들 사이에선 때아닌 한국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끈 사건을 보면 말이죠. 바로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에서 제작한 영업 교육용 가상인간 캐릭터 '삼성 샘(Samsung Sam)'입니다.
삼성 티셔츠를 입고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가상인간 캐릭터 '삼성 샘' (사진=라이트팜)

샘은 지난 5월 31일 브라질 아트 프로덕션인 '라이트팜'이 제일기획과 협업해 만든 3G CG 캐릭터입니다. 애초에 광고용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님에도 공개와 함께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틱톡 내에선 다수의 밈(Meam)으로 재생산될 만큼 큰 반향을 얻었습니다. '삼성걸'이란 닉네임도 얻었죠.

샘의 인기는 영어권 사용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외모에 있습니다. 갈색 단발에 갸름한 턱선, 오밀조밀한 코와 입, 이에 대비되는 파란색의 큰 눈이 특징입니다. 동·서양인의 외형적 특징이 적절히 어우러진 이질적 느낌입니다. 또 겨울왕국의 '엘사'와 유사한 디즈니 픽사 캐릭터 풍의 디자인도 이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해외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게다가 복장도 단순해 이미 다수의 샘 코스프레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틱톡에 게시된 삼성 샘 코스프레, 패러디 영상들 (사진=틱톡 갈무리)

샘과 관련한 한 인기 영상 댓글에는 "삼성이 샘에게 올인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가장 큰 역사상 마케팅 실수를 벌이는 것"이란 다소 극단적인(?) 지지 댓글에 무려 4400명이 공감했는데요. '외모지상주의' 논란이 따를 것은 염려되지만 한동안 외면당했던 3D 인간형 캐릭터가 이만한 인기를 단기간에 끌어모았단 점은 한동안 찬밥 신세였던 가상인간 마케팅에 대한 기존 관점을 다시 고민해보기에 적절한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샘이 주목받으면서 재조명된 또 하나의 가상인간이 있습니다. 바로 LG전자의 '김래아'입니다. 김래아는 LG전자가 올해 1월 CES 2021에서 선보인 23살 여성 음악가 캐릭터입니다. CES 콘텐츠 내에서 다양한 LG전자 제품을 소개했죠. 이 김래아의 독특한 점은 일회성 캐릭터가 아니라 SNS를 통해 실제 팬들과 소통하는 진짜 '가상인간'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래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현재 김래아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1만1000명의 팔로워가 있고 게시글도 80개에 달하는데요. LG전자 제품 홍보보단 실제 인간처럼 셀카를 찍고, 사진 합성을 즐기며 감성적인 멘트를 남기는 게시물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글과 컨셉은 사람이 작업하는 일이지만 광고 콘텐츠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기존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차별화된 요소가 다분합니다. 또 래아의 글을 읽다 보면 자신이 가상인간임을 자각하고 쓰는 재치 있는 글도 많아 친근감과 편안함이 생깁니다. 단순히 제품을 내세우기보단 감성적인 브랜드 이미지 만들기가 트렌드인 요즘 기업 마케팅과도 결이 맞는 대목이죠. 
목소리를 갖고 싶다는 래아의 소망이 담긴 게시글 (사진=김래아 인스타그램)

샘과 김래아의 사례는 '로봇이나 3D 캐릭터가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유명한 이론 '불쾌한 골짜기'를 절묘하게 피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샘은 실제 인간과 유사하게 디자인됐으면서도 커다란 눈과 과장된 액션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느낌을 살렸고, 김래아는 반대로 극사실주의를 표방하며 인간을 어설프게 닮는 문제를 피한 모습입니다. 상반된 특징이지만 이 또한 가상인간 캐릭터가 주목받고 성공하기 위한 힌트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죠.

안타까운 건 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삼성전자와 LG전자입니다. 삼성은 샘이 브라질 지사 전용 캐릭터인 만큼 이를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고 김래아 인스타그램 업로드는 3월19일을 끝으로 멈춘 상태입니다. 이미 전세계적 인지도를 얻고 있는 두 기업 입장에선 뒤늦게 낯선 캐릭터 마케팅에 나설 요인이 크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물 들어올 때 노 한 번 저어보지 않고' 이들을 사장시키는 것 또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추후 신제품 발표 행사 등에서의 컴백 소식이나 이들을 힌트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사랑받는 가상인간 마스코트가 스타트업 등에서 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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