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삼성SDS 사옥. (사진=삼성SDS)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삼성SDS 사옥. (사진=삼성SDS)
최근 ESG는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필수 경영이념이 됐습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입니다. 과거에는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다면 이젠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 즉 얼마나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속에서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며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업이 돈을 잘 벌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 기여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각국의 정부도 ESG를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스웨덴·독일 등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고 한국도 금융위원회가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했습니다.

▲ 삼성SDS의 'ESG 플랫폼' 구조도. (그래픽=삼성SDS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삼성SDS의 'ESG 플랫폼' 구조도. (그래픽=삼성SDS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주요 기업들은 ESG 전담 조직을 만들며 ESG 경영에 힘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 그룹의 IT서비스 전문기업 삼성SDS가 'ESG 플랫폼' 구축에 나섰습니다. 삼성SDS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플랫폼을 △전략 수립 △정보관리 △모니터링 △과제관리 △공시관리 등 ESG 경영 관련 일련의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한 플랫폼으로 설명합니다.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주요 기업에게는 정부·평가기관·투자자들의 ESG 관련 문의가 늘었습니다. 문의가 들어오면 기업은 수작업으로 ESG 관련 데이터를 추출해 제공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업무를 하는데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삼성SDS는 여기에 착안, ESG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적시에 공개하고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죠.

ESG 플랫폼에는 기업의 ESG 활동과 관련된 데이터가 입력되고 플랫폼은 이를 분석해 ESG 관련 통계로 전환합니다. 예를 들면 입력되는 데이터에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원산지·구매처·자재성분·협력사 관련 내용과 전력·용수 사용량, 직원현황, 물류·판매 정보, 고객 건의사항 등이 있습니다. ESG 플랫폼은 이러한 데이터들을 분석해 환경 부문과 관련해 친환경 제품이나 재생 가능한 자원을 얼마나 썼는지, 폐기물은 얼마나 배출했고 재활용은 얼마나 했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사회 부문과 관련해서는 직원과 외주 기업의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를 얼마나 취했는지 고객안전과 개인정보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삼성SDS는 ESG 플랫폼을 통해 수질과 대기 등 환경 관련 데이터와 같은 민감한 ESG 데이터의 실시간 관리가 가능해지고 엑셀 등 수작업 관리로 인한 부정확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는 ESG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고 올해 연말 쯤 사내에서 파일럿 서비스를 할 계획입니다. 사내에서 먼저 사용해본 후 보완할 점이 발견되면 적용한 후 다른 기업들을 대상으로 판매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삼성SDS는 외부 공급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렇다면 제조시설이 없는 IT서비스 기업 삼성SDS는 어떻게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을까요? 삼성SDS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환경 측면에서는 지난해 △친환경 데이터센터 운영 △글로벌 환경 이니셔티브 참여 확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스마트 업무환경 확대 등을 성과로 꼽았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서비스하는 대용량의 서버와 스토리지가 24시간 운영됩니다. 기기들의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기기도 필요합니다. 전력 소모량이 많을 수밖에 없죠. 때문에 최적의 환경 구축을 통한 전력사용량을 절약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삼성SDS는 수원데이터센터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 대비 9%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했다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적시했습니다. 또 임직원이 사용하는 노후 노트북PC나 모니터를 재활용업체에서 수거하며 가상화 데스크톱 인프라(VDI)를 구축해 IT 인프라의 사용량을 줄였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사회적으로는 IT서비스 기업답게 최근 업종을 막론하고 필수 역량으로 떠오른 데이터 분석 교육을 제공하거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IT 교육에 나선 것이 꼽았습니다. 회사 구성원들의 핵심 역량을 사회적 IT 역량을 제고하는데 활용한 사례입니다.

삼성SDS는 ESG의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에서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조합니다. 회사는 지난해 지배구조 관련 성과로 △사외이사 출석률 98.1% △사외이사 대상 교육 4회 시행 △경영진 IR 활동 강화 등을 꼽았습니다. 삼성SDS는 이사회의 ESG 감독기능도 신설했습니다. 이사회는 ESG 협의체를 통해 ESG 경영계획을 보고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ESG에 힘을 쏟고 있는 삼성SDS가 구축한 ESG 플랫폼이 ESG 경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네요. 회사의 ESG 활동에 대해 정량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즉각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도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IT서비스 기업이 구축한 ESG 플랫폼의 기능이 입증된다면 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회사의 또 하나의 매출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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