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이베이 인수 앞선 신세계, 고개 드는 ‘혈맹의 덫’

발행일 2021-06-15 16:51:04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외관.(사진=신세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가 롯데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얘기가 벌써 흘러나오고 있죠. 두 그룹이 제시한 가격 차이가 크고 그 외 변수가 없다면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이베이 본사가 신세계의 조건을 받아들여 딜 자체가 유찰되지 않는다면 말이죠.

물론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너무 높아 벌써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는 있습니다. 아직 매각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신세계가 제시한 금액은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수주체인 이마트의 올 1분기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3200억원, 연결 기준으로는 1조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든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한 상태죠. 엄청난 빚을 끌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는데 예상보다 수익이 저조하면 이자 비용이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2020년 1분기 이마트 재무상태표.(자료=이마트 IR.)

다만 사업적인 효과만 놓고 본다면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할 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선식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세계는 공산품 분야로 단 번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겠죠. 또 신세계는 전국에 보유한 유통망을 통해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의 약점으로 꼽히는 배송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 경쟁을 사실상 ‘빠른배송’으로 압축시킨 이후 주요 사업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배송 인프라를 마련하느라 분주하죠. 신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신세계는 보유 점포를 리뉴얼해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는 전략에 힘을 주고 있죠. 매장 후방을 물류센터로 개조하는 방식인데요. 이른바 ‘PP(Picking&Packing) 센터’로 불리는 이 공간을 계속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신세계는 실제로 올해 들어 PP센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전국 140여곳 중 이미 110여곳에 PP센터가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죠.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다면 PP센터와 함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3곳을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쓱닷컴 물류센터 내부.(사진=쓱닷컴.)

단순 외형적인 성장만 보더라도 인수효과는 상당합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시장점유율(거래액 기준)은 12%로 네이버(17%), 쿠팡(13%)에 이어 국내 3위를 기록했습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을 경우 단숨에 쿠팡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도 있죠.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출처=교보증권.)

하지만 이처럼 꼭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에 분명 한계가 있다는 지적인데요. 그 근거 중 하나로는 네이버와의 ‘혈맹’이 꼽힙니다. 두 업체가 2500억원 수준의 지분을 교환하며 피의 동맹을 맺었다지만 사실상 신세계가 네이버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 초 네이버 사옥에 직접 찾아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만남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2개월 후 신세계와 네이버는 공식적인 지분교환과 함께 향후 협력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협력방안을 보면 두 업체가 충분히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이버는 다른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할 수 있고요. 또 동시에 다른 오픈마켓 사업자들처럼 배송 인프라를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신세계는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고객 흡수를 기대할 수도 있겠죠.

신세계와 네이버는 지분교환 소식을 알리며 두 업체의 시너지 효과를 △장보기·패션 ·뷰티 △물류 역량 △AI 기술 등으로 꼽았습니다.

관건은 신세계의 네이버 의존도 입니다. 두 업체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죠. 사실상 이커머스 사업에 있어서는 한 배를 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미래에도 신세계가 네이버 없이 이커머스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달리는 게 사실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플랫폼 장악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신세계 없는 네이버는 상상 가능하지만, 네이버 없는 신세계는 존재감이 떨어지죠. 실제로 네이버는 거래액 규모 기준 국내 1위 이커머스 사업자입니다. 굳이 신세계와 협력하지 않아도 나름 쿠팡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신세계가 시장에서 낙오되느니 네이버에 종속되는 것을 택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업계 전문가는 “신세계 입장에서 네이버와 협력은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큼 좋은 전략이다”라면서도 “그러나 반대로 보면 시장 1위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는 애당초 포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와 신세계의 협업을 통해 네이버가 얻어가는 게 더 크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네이버의 협력은 어차피 네이버가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쿠팡과 싸우는 것은 네이버지 신세계가 아니다”고까지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할 경우 플랫폼 영향력을 대폭 확대할 수 있지만 여기에도 네이버의 돈이 들어가 있습니다. 결국 신세계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네이버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인데요. 과연 신세계와 네이버는 10년 뒤에도 혈맹을 유지하고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댓글

(1)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최신순 과거순 공감순
  • 2021-06-15 20:15:42
    과거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종속되던 코스와 동일한듯. 다른점은 지분교환 유무일뿐. 쓱닷컴(인수한다면 지마켓, 옥션 포함)이 언론사사이트의 포지션으로 전락하고 네이버쇼핑은 또다른 네이버뉴스가 되겠지. 종속되는 과정에서 언론사는 돈이라도 안들었다지만 신세계는 3조나 들여서 얻는게 종속이라. 계산서가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저럴거라면 차라리 카카오의 틈새전략이나 대기업몰 처럼 다플랫폼 입점 전략이 현명한 선택처럼 보임.

요일별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