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하이텍 부천공장. (사진=DB하이텍)
▲ DB하이텍 부천공장. (사진=DB하이텍)

국내 대표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이 ‘차량용 반도체’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힐지 주목된다. 그간 DB하이텍은 PMIC(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전력 관리 반도체)와 DDI(Display Driver IC·디스플레이구동칩), 이미지센서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주로 생산해왔다.

지난 14일 <매일경제신문>은 현대모비스가 DB하이텍에 전력 반도체, MCU(Micro Controller Unit·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등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생산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DB하이텍은 “잘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MCU는 집적회로 안에 프로세서, 메모리 등 최소한의 컴퓨터 요소를 내장한 전자기기의 필수 부품이다. 자동차용 MCU는 파워트레인, 섀시,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DB하이텍은 PMIC와 DDI, 이미지센서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주로 생산한다. 차량용 반도체를 일부 생산하고 있으나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 DB하이텍 실적 추이. (자료=DB하이텍 사업보고서)
▲ DB하이텍 실적 추이. (자료=DB하이텍 사업보고서)

DB하이텍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규모는 전체 매출액의 5% 수준이다. DB하이텍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437억원이다. 2437억원의 5%는 약 121억원이다. 이 관계자는 “MCU 관련 설비가 있긴 하다. 마진이 남는 시장은 아닌 탓에 규모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 등 파운드리 업체가 MCU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먼저 MCU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코트라(KOTRA)가 지난 2월 발간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현황과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MCU는 평균 40나노밀리미터(40nm)의 초소형 칩으로, 이 칩을 제조하는 공정은 매우 높은 자본과 기술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MCU 칩을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이 한정적이다”라고 평가한다.

요구되는 자본과 기술력에 비해 수익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가격이 오르긴 했으나 모바일용, PC용, 디스플레이용 반도체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이자 전 세계 차량용 MCU의 70%를 공급하는 TSMC도 2020년부터 MCU 생산량을 제한하고 매출액의 3% 정도로만 유지하고 있다.

DB하이텍도 지난 4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당시 이윤종 DB하이텍 부사장은 “차량용 반도체는 수요기업과의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고 신뢰성, 안정성을 필요로 해 수요-공급간 장기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파운드리 제조업체 입장에선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 DB하이텍 평균가동률 추이. (자료=DB하이텍 사업보고서)
▲ DB하이텍 평균가동률 추이. (자료=DB하이텍 사업보고서)

이미 ‘풀 생산체제’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DB하이텍은 부천공장과 상우공장을 운영한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부천 공장의 평균가동률은 100%이고 상우 공장 평균가동률은 97.6%로 추가 생산 여력이 없는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일감을 받기 위해서는 증설 등 설비 보완이 필수적인 셈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한 증설 등이 이어지면 안전 관리 등 공정에 필요한 인증 절차를 통과하는 데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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