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이 ‘차량용 반도체’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힐지 주목된다. 그간 DB하이텍은 PMIC(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전력 관리 반도체)와 DDI(Display Driver IC·디스플레이구동칩), 이미지센서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주로 생산해왔다.
지난 14일 <매일경제신문>은 현대모비스가 DB하이텍에 전력 반도체, MCU(Micro Controller Unit·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등 차량용 반도체 공동 개발·생산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DB하이텍은 “잘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MCU는 집적회로 안에 프로세서, 메모리 등 최소한의 컴퓨터 요소를 내장한 전자기기의 필수 부품이다. 자동차용 MCU는 파워트레인, 섀시,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실제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DB하이텍은 PMIC와 DDI, 이미지센서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주로 생산한다. 차량용 반도체를 일부 생산하고 있으나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DB하이텍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규모는 전체 매출액의 5% 수준이다. DB하이텍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437억원이다. 2437억원의 5%는 약 121억원이다. 이 관계자는 “MCU 관련 설비가 있긴 하다. 마진이 남는 시장은 아닌 탓에 규모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 등 파운드리 업체가 MCU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먼저 MCU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코트라(KOTRA)가 지난 2월 발간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현황과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MCU는 평균 40나노밀리미터(40nm)의 초소형 칩으로, 이 칩을 제조하는 공정은 매우 높은 자본과 기술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MCU 칩을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이 한정적이다”라고 평가한다.
요구되는 자본과 기술력에 비해 수익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가격이 오르긴 했으나 모바일용, PC용, 디스플레이용 반도체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이자 전 세계 차량용 MCU의 70%를 공급하는 TSMC도 2020년부터 MCU 생산량을 제한하고 매출액의 3% 정도로만 유지하고 있다.
DB하이텍도 지난 4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당시 이윤종 DB하이텍 부사장은 “차량용 반도체는 수요기업과의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고 신뢰성, 안정성을 필요로 해 수요-공급간 장기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파운드리 제조업체 입장에선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미 ‘풀 생산체제’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DB하이텍은 부천공장과 상우공장을 운영한다.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부천 공장의 평균가동률은 100%이고 상우 공장 평균가동률은 97.6%로 추가 생산 여력이 없는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일감을 받기 위해서는 증설 등 설비 보완이 필수적인 셈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한 증설 등이 이어지면 안전 관리 등 공정에 필요한 인증 절차를 통과하는 데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