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이후 시중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DT)을 위한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면 미래도 없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모든 것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 주요 은행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 권준학 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제공)
▲ 권준학 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제공)

올해 NH농협은행은 전략목표로 ‘비욘드 뱅크(Beyond Bank), 고객중심 종합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을 내걸었다. 기존의 은행업을 넘어 핀테크·IT 기업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디지털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지난 1월 취임한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디지털 혁신에 회사의 사활이 걸렸다고 보고 “디지털 금융 혁신은 농협은행의 미래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며 “고객 이해 기반의 차별화된 디지털 생활금융 플랫폼 구현을 통해 고객 중심 디지털 금융 선도은행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애자일 조직 확대…유연하게 디지털 시대 대응

▲ NH농협은행 조직도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NH농협은행 조직도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농협은행은 DT 추진에 속도를 내고자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해 애자일(Agile) 조직인 ‘셀(Cell)’을 시범 운영했고 올해는 15개 셀로 확대했다. 애자일 조직은 고정된 부서나 팀을 벗어나 목적에 맞춰 유연하게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 장점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수평적 소통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셀의 종류 중에서 ‘개인금융 관련 셀’은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금융 관련 셀’은 비대면 프로세스 개선에 집중하는 동시에 소상공인 비대면 거래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러한 애자일 조직의 성과로 ‘중도금대출 프로세스 개선’ 및 ‘올원뱅크 UI·UX 개선을 통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을 들었다. 

권 행장은 “진정한 DT는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업무방식부터 의사결정, 기업문화까지 디지털화하는 것”이라며 “향후 고객의 눈높이나 기대에 맞춰 상품, 서비스를 즉시 출시하는 등 다양한 업무로 애자일 조직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사업 통해 차별화된 가치 제공

▲ (NH농협은행 제공)
▲ (NH농협은행 제공)

최근 농협은행은 흩어진 금융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고객 금융자산 증대를 위한 ‘종합금융 서비스 플랫폼’ △고객의 금융 관련 요구사항 관리를 위한 ‘생활금융 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 및 제휴 사업을 발굴하는 ‘지속상생 플랫폼’을 마련 중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출시된 ‘NH자산+’는 누구나 자신의 금융자산 조회 및 소비 분석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이데이터가 본격화되면 정부지원금 확인하기, 연말정산 서비스, 금융플래너, 차량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10월 중에는 컨설팅 기능 강화와 UI 개선 등이 계획돼 있다. 

또한 농협은행은 대표 앱인 ‘올원뱅크’을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이용객 데이터를 수집해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올원뱅크에 ‘OCR촬영납부 서비스’, ‘아이폰 교통카드’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생활 서비스를 담고, 올해 중 ‘전자고지서비스’, ‘꽃배달’, ‘택배서비스’, ‘해외 결제’ 등 여러 서비스를 더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개인형 데이터 플랫폼인 ‘마이디(my:D)’의 경우 출시 한 달 만에 이용고객 수 5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용자의 생활·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안하고 포인트·할인혜택 등의 보상을 주는 것이 호평을 받았다. 

범농협 네트워크 활용으로 장점 극대화

농협은행은 자사의 강점을 범농협 네트워크로 꼽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의 보험, 결제, 투자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유통 데이터, 마케팅, 신사업 등을 결합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타행보다 우수한 디지털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장점 강화를 위해 농협은행은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도 발 벗고 나섰다. 최근에는 ‘디지털금융 표준플랫폼 구축’ 사업에 대한 입찰등록을 받고 뱅킹 앱 ‘올원뱅크’ 등 간편 업무의 클라우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표준플랫폼 마련에 들어갔다. 디지털금융 전 업무의 클라우드화를 위한 작업의 첫 단계다. 차후에는 올원뱅크뿐만 아니라 스마트·인터넷뱅킹 등을 모두 클라우드 안에 담는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투자도 뒤따르고 있다. 지난 1일 농협은행의 모회사 농협금융지주는 디지털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IT 부문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에 가장 많은 32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총 4866억원을 IT 부문에 투자할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올원뱅크를 관문으로 삼고 중앙회의 콕뱅크, NH멤버스까지 아우르는 통합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농협금융 각 계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경험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권 행장은 “금융 데이터뿐 아니라 범농협 유통 계열사 및 NH멤버스 사업을 통해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타사 대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금융 플랫폼 기업 꿈꾼다

농협은행의 향후 중점 사항은 기업 디지털금융 강화다. 기업고객 관련 디지털 업무를 전담하는 ‘기업디지털금융 셀’ 조직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1000여명에 이르는 기업 경리 담당자들의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이용자의 고충과 요구사항을 분석해 ‘기업형 생활금융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소기업·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NH기업디지털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서비스는 물론 세무, 마케팅, 상권분석 등 비금융 솔루션을 비롯해 사무용품 구입부터 환율 등 각종 정보들을 취득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구현해 나갈 방침이다. 

▲ 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빅데이터 실무협의회’에 참석한 권준학 농협은행장
▲ 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빅데이터 실무협의회’에 참석한 권준학 농협은행장

빅데이터 역시 화두로 떠올랐다. 농협은행은 은행업무 외에 카드 사업을 같이하고 있어 기본적인 금융 및 카드데이터는 물론 NH멤버스를 통한 유통·경제데이터 등도 활용할 수 있다. 보다 효과적인 데이터 분석 등을 위해 농협은행은 ‘빅데이터 실무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 중이다. 전사적 데이터 활용, 데이터 플랫폼 운영, 데이터 비즈니스 발굴 등을 위한 협의회다. 

모든 것은 차별화된 고객 중심 종합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올 한해는 농협은행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디지털 종합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해”라며 “임직원 모두가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고객 중심의 디지털 금융 선도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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