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너지 전기차 충전소.(사진=SK에너지)
▲ SK에너지 전기차 충전소.(사진=SK에너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가 보유 주유소 115곳을 SK그룹의 부동산 투자회사 SK리츠에 매각했다. SK에너지는 주유소 매각으로 확보한 7638억원을 전기차 충전소와 수소 충전소 등을 짓는데 활용한다. SK이노베이션의 포트폴리오가 친환경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SK에너지는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가양주유소 115곳을 SK릿츠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처분금액은 7638억원이다. SK에너지는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고 주유소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을 전기차와 수소 충전소를 짓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2019년 SK주유소를 거점으로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브랜드 홍보를 위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전기차 붐'을 맞으면서 유료 서비스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23년까지 전국 190개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최근 소프트베리와 '전기차 충전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소프트베리는 국내 전기차 사용자의 90% 이상이 이용하는 전기차 충전정보 제공 플랫폼 '이브이 인프라'를 운영하는 회사다.

SK에너지는 전기차 충전시장의 '톱티어' 진입을 목표로 했다. 현재 전기차 충전소는 충전요금이 낮은 탓에 인프라 구축이 더딘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기 한 대를 설치하는데 통상 5000만원이 들어간다. 충전기 6기를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3억원 가량으로 주유소와 비교해 저렴하다. 하지만 낮은 충전비용과 부동산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사업주가 충전소로 버는 수익은 상대적으로 적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려면 충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이 때문에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보유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대기업이 나서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할 경우 충전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전기차 충전소가 늘어나면 전기차 판매 또한 늘어 배터리 판매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SK에너지는 수소 충전소도 건설한다. 수소 충전소를 건설하는데 30억원의 비용이 든다. SK E&S와 SK가스 등 주력 계열사들은 수소 생산에 나서고 있다. 수소를 효율적으로 유통하려면 수소 충전소를 구축해야 한다. SK에너지는 주유소 매각 대금을 활용해 수소 충전소를 짓는데 쓸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세일 앤 리스백' 형태로 주유소를 임차해 운영한다. SK에너지의 주유소 115곳 중 절반 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SK에너지로부터 주유소를 매입한 SK릿츠는 주유소 임대 수익을 낸다.

SK에너지는 매각 대금을 활용해 수소 및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하고, SK릿츠는 임대료 수입을 벌 수 있어 계열회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을 전망이다.

▲ SK에너지 현금성 자산.(자료=금융감독원)
▲ SK에너지 현금성 자산.(자료=금융감독원)

한편 SK에너지의 지난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927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각 대금까지 합산하면 현금성 자산은 약 2조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SK에너지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및 수소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