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우리가 접하는 가장 비싼 ‘상품’이에요. 그런데 정보가 너무 없어요. 사는 사람이 아니라 공급자가 중심이고요. 직접 안 가도 될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직방의 목표입니다.”

‘10주년’을 맞은 직방이 영역을 넓힌다. 부동산 중개시장에 뛰어들어 아파트 매물을 3D로 구석구석 보여주고, 비대면 상담·계약도 도입한다. 가상의 업무공간을 구현한 ‘메타버스’형 협업도구도 내놓는다. 1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코사이어티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안성우 직방 대표는 “부동산 분야 디지털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을 선도하는 종합 프롭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 △직방 안성우 대표는 “커머스·배달 플랫폼은 이미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주거 관련 플랫폼도 다음 세대로 진화하기 위해 ‘온택트파트너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 △직방 안성우 대표는 “커머스·배달 플랫폼은 이미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주거 관련 플랫폼도 다음 세대로 진화하기 위해 ‘온택트파트너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망·시간별 일조량까지 직방에서...“부동산 ‘헛걸음’ 줄여드려요” 

직방은 새로운 프롭테크 모델인 ‘온택트파트너스’를 선보였다.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인 ‘온(On)’을 더했다. 공인중개사가 직방과 제휴를 맺으면 부동산 정보 조회·매매·계약 등을 비대면으로 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온택트파트너스에 참여하는 공인중개사는 직방을 통해 비대면 화상상담을 할 수 있다. 직방에 따르면 기존보다 손님을 배로 받을 수 있다. 매물을 온라인으로 띄워 놓고 둘러보는 원격중개도 가능하다. 대신 비대면으로 계약하면 직방 중개법인 자회사를 통해 공동날인하고 거래 수수료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책임도 나눈다. 거래사고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직방이 전액 보상한다. 이를 위해 직방은 100억원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계약과정에는 대형 법무법인이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서비스가 확대되면 이용자 편의도 커진다. 온택트파트너스에선 앱을 통한 ‘비대면 임장’이 가능하고, 계약도 전자계약으로 처리돼 발품을 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고층·저층만 확인할 수 있던 아파트 매물을 동·호수까지 투명하게 알 수 있고, 전망은 물론 시간대별 일조량도 3D로 파악이 가능하다. 가령 아파트 1층의 조경·설치물로 창밖에 어떤 전경이 나오는지도 현실감 있게 구현하고자 입주자 모집공고 웹사이트에 나온 정보까지 긁어 모았다. 실제 매물만 올라오기 때문에 허위매물도 근절할 수 있다. 직방은 부동산에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상세정보를 접할 수 없다는 데 착안해 비대면 임장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10년 동안 아파트 거래에서 안 풀린 문제는 ‘허위매물(거짓·과장·중복매물)’이었다. 집은 최고가 상품인데, 상담부터 정보를 얻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이 전부 공급자 중심이다”라고 지적하고, “가지 않고도 충분히 많은 정보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직방 앱에서는 아파트를 3D로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사진=직방)
▲ △직방 앱에서는 아파트를 3D로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사진=직방)

관건은 공인중개사의 참여에 달렸다. 작년 말 기준 국내 공인중개사 수는 46만여명으로 개업한 공인중개사가 11만명, 미개업한 공인중개사가 35만명이다. 직방은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당근’을 내걸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지만 개업을 하지 않은 경우 창업을 돕기로 했다. 초기 정착금을 지원하고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수익도 보장한다. 이를 넘기지 못하면 직방이 ‘개런티’로 보상해준다는 방침이다. 또, 토지·건물 등만 거래해온 공인중개사도 아파트 매물을 받을 수 있다는 유인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경쟁관계에 있는 공인중개사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사실 직방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인 방식은 중개사가 없이 부동산을 직거래하는 것이지만, (이용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봤다”며 “중개 보조인이 끼지 않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이들만 참여하는 새로운 부동산 시장을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물이 적어 중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중개사무소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구축할 것”이라며 “변호사·회계사처럼 중개사도 고수익을 창출하는 전문가의 위상을 갖도록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이외에 욕실·에어컨·냉장고 등 집 청소 전문가, 도배·장판·누수 등 집 수리·보수 전문가, 방충·방역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방과 제휴를 맺고 온택트파트너스로 활동하게 된다. 이 역시 결제·환불·보상 등 서비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직방이 직접 보장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안 대표는 “중개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지지 않는 게 플랫폼 1.0이라면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플랫폼 2.0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추후 직방은 온택트파트너스를 통해 아파트 관리비나 월세를 납부하는 등 주거 편의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 △직방의 ‘메타폴리스’ 모습. 아바타 가까이 가면 영상이 뜬다.(사진=직방) 
▲ △직방의 ‘메타폴리스’ 모습. 아바타 가까이 가면 영상이 뜬다.(사진=직방) 

한편 이날 직방은 자체 개발한 국내 최초 메타버스 협업도구 ‘메타폴리스’도 깜짝 공개했다. 가상 공간에 세워진 건물로 출근해 직원들끼리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다. 프로토타입 버전으로, 테스트를 마치면 다국어 버전으로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직방은 지난 2월부터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100% 원격근무’에 돌입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인류는 지금까지 ‘교통을 통한 통근’ 시대에 살았지만, 앞으로는 ‘통신을 통한 통근’ 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며 “메타폴리스는 우선은 메타버스 업무 공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디지털 시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제 직방은 단순히 부동산 광고로 매물 정보를 전달하는 앱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로 부동산과 ‘공간’에서 느끼는 경험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종합 프롭테크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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