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를 맞고 있는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들여다봅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블로터)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블로터)

롯데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패배는 사실상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신동빈 회장의 패배로 받아들여진다. 향후 국내 유통시장 명운을 가를 이번 초대형 인수전은 사실상 롯데와 신세계 두 리더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무대와 다름없었다.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이어진 롯데와 신세계 두 업체의 맞대결은 그동안 주로 오프라인 시장에서 이뤄져왔다. 백화점 사업을 기점으로 할인마트, 면세점, 호텔 등 두 업체의 경쟁은 모두 오프라인 유통 시장 전체로 뻗어갔다. 두 업체의 경쟁이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쿠팡으로부터 촉발된 온라인 시대 ‘이커머스 전쟁’은 ‘적자생존’의 새로운 경쟁방식을 강요하고 있다. 시장에는 승자만 살아남고 패자는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승리한 신세계에 대해 “승자의 저주 우려가 있지만 막차를 탔다고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신동빈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초대형 딜이었다. 그만큼 롯데도 전사 차원에서 이번 딜을 밀어 부쳤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신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거머쥔 뒤 롯데가 참여한 가장 규모가 큰 딜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롯데는 이미 2015년 초 발생한 형제의 난 탓에 성장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 자회사 세곳에서 갑작스레 해임되며 발발한 형제의 난은 햇수로 5년 만인 2020년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룹 역량을 경영권 사수에 ‘올인’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는 뜻과도 같다.

실제로 롯데는 국내 다른 대기업들이 동맹을 맺고 공격적으로 수소, 전기차 등 미래 사업에 진출하는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현대차-SK-포스코-한화-효성’이 형성한 수소 진출업체들이 총 42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서도 침묵했다.

‘현대차-LG-SK-삼성’의 전기차 동맹에도 끼지 못했다. 롯데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 진출 계획을 최근 내놓고 있지만 경쟁업체에 비해 이미 그 시기가 한참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성공한다면 단숨에 국내 이커머스 2위 사업자로 점프할 수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신세계의 승리로 끝났다. 주력 사업군이 유통, 화학인 롯데로서는 놓칠 수 없던 기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4조원이 넘는 금액이 너무 커 인수한다고 무조건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아이러니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외에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마땅한 매물이 없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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