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증권가에서는 2분기 LG전자 VS사업 부문 흑자전환을 예상한다. (사진=LG전자)
▲ 증권가에서는 2분기 LG전자 VS사업 부문 흑자전환을 예상한다. (사진=LG전자)

유진투자증권이 지난 15일 ‘모빌리티가 미래다’ 리포트에서 2분기 LG전자 VS(Vehicle Solution·전장) 사업 부문의 흑자전환을 예상했습니다.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죠.

그간 VS 부문은 사업을 중단한 MC(Mobile Communication·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함께 LG전자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습니다. 

막대한 투자에도 적자 확대

LG전자는 2013년 9월 본격적으로 전장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전장 사업 부문 명칭은 VC(Vehicle Components·자동차 부품)였습니다. LG전자는 인천에 VC연구소를 설립하고 자동차용 부품 연구 개발에 나섰죠. 당시 정도현 LG 부사장은 2013년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그룹 내 자동차 사업 관련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며, 친환경 자동차 부품사업을 미래 육성사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장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었던 거죠.

▲ VS(당시 VC)사업 부문은 2013년 사업보고서에 연구개발 설비로 처음 표기됐다. (자료=LG전자 사업보고서)
▲ VS(당시 VC)사업 부문은 2013년 사업보고서에 연구개발 설비로 처음 표기됐다. (자료=LG전자 사업보고서)

                                                   
VS 부문은 LG전자 신성장동력으로 꼽혔지만 지금까지는 돈을 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지난 9년 동안 흑자를 낸 해는 2015년 뿐이었죠. 그마저도 영업이익이 50억원에 그쳤습니다. 이후 이듬해 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적자 폭은 꾸준히 커져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3675억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손실의 대부분은 2분기(영업손실 2025억원)에 발생했는데요. LG전자는 2020년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주요 완성차 업체 공장 가동 중단 및 이에 따른 자동차 부품 수요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LG전자 사업부문별 투자 추이. (자료=LG전자 사업보고서)
▲ LG전자 사업부문별 투자 추이. (자료=LG전자 사업보고서)

적자 확대가 뼈아팠던 건 쏟아부은 투자 금액 때문입니다. LG전자는 사업보고서에서 각 부문에 투자한 비용(설비투자 및 연구개발)을 안내하는데요. VS(당시 VC) 부문은 2015년 사업보고서부터 등장합니다.

2015년 투자금액부터 올해 계획한 VS부문 투자금액까지 합하면 4조5603억원입니다. 이는 LG전자의 5개 주요 사업 부문(H&A, HE, MC, VS, BS) 투자금액 중 2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LG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H&A(Home Appliance&Air Solution·생활가전) 사업 부문(5조1298억원)과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실적만 놓고 보면 투자 대비 성과가 없었던 거죠.

외형 확대로 9년 만에 수익성 개선

LG전자는 적자 확대와 막대한 투자 부담에도 M&A(인수합병)로 사업 외형을 키웠는데요.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회사 ZKW를 1조4392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인수 이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4% 늘었습니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큰 도움이 안 됐습니다. 영업손실만 놓고 보면 적자 폭은 오히려 커졌죠. 그럼에도 LG전자는 2018년 3분기 기업설명회에서 “VC 부문은 2020년 초 정도면 흑자 달성할 것이다”라며 VC 부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결국 LG전자가 2018년 예고한 VC 부문의 흑자 전환은 지난해에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다만 지난해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수익성은 개선됐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규모 적자(2025억원)를 기록한 2분기를 제외하면 지난해 분기별 VS 부문 영업손실은 1분기 967억원에서 4분기 20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 LG전자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추이.(자료=LG전자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 LG전자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추이.(자료=LG전자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수익성 개선에는 전기차 시장 성장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등 커넥티드의 수요 증가 추세 지속돼 올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30.0% 성장한 7조5400억원으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 매출 2조원을 달성해 수익성도 흑자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산업은 앞으로도 커질 전망입니다. 최근 블룸버그NEF는 ‘연간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 전기차 시장 규모가 46조 달러(약 5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VS 부문에는 큰 호재인 거죠. 이는 증권사에서 VC 부문 흑자전환을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LG전자가 VS 부문에 투자한 금액을 고려하면 단순히 ‘흑자전환’에 만족하는 건 힘들어 보입니다. 깜짝 놀랄만한 ‘호실적’이 필요한 거죠. LG전자가 한온시스템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시스템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입니다. 한온시스템 인수는 LG전자 VS 부문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인 거죠. 다만 인수 가격이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측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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