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 헝가리 공장 전경.(사진=삼성SDI)
▲ 삼성SDI 헝가리 공장 전경.(사진=삼성SDI)

삼성SDI가 조만간 5번째 해외 생산기지 건설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미국에 생산거점을 건설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럽에 추가 공장을 지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는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중국 제외)에서 3위에 진입하는 등 성장세가 무섭다. 삼성SDI의 5번째 해외 생산기지 건설 계획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로 가닥을 잡았다. 유럽에 3번째 공장을 짓는 방안과 미국에 첫번째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 방안을 두고 고심했는데, 결국 미국으로 선회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 내 배터리팩 조립공장을 갖고 있지만, 배터리셀을 해외에서 들여와 조립한다.

그런데 현지에서 배터리셀까지 생산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미국 공장의 필요성이 생겼다. 미국 공장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생산기지를 둔 나라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BMW △볼보 △폭스바겐 △벤츠 등 유럽 메이커들도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다. BMW와 벤츠, 볼보는 삼성SDI와 공고한 납품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다.

이 때문에 미국공장을 설립할 경우 BMW 등 유럽 메이커에 현지 생산, 현지 납품할 수 있다.

삼성SDI의 미국공장은 ESS(에너지저장시스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북미는 글로벌 최대 ESS 시장이다. 삼성SDI는 일찍이 미국의 ESS 시장에 진출해 존재감을 높여왔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백악관)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백악관)

올해 미국 텍사스의 정전사태로 분산형 발전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ESS 시장은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청정에너지 및 기후 변화 대응 인프라에 4년 동안 2조 달러(한화 2400조원) 규모의 자금을 풀 계획이다. 배터리 및 ESS는 친환경 인프라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유럽공장을 추가로 짓는 것보다 미국공장을 짓는 편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올해 헝가리 2공장 증설에 1조원을 배정한 것도 미국공장 설립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삼성SDI는 국내에 울산과 천안에 배터리 공장이 있다. 유럽에는 헝가리 1·2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중국에는 텐진과 시안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도 미국공장 설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연내 해외 생산기지 건설 방안을 공식화한 전망이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지난 9일 서울 '인터배터리 2021' 행사에서 "미국 내 조인트벤처 설립이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붐'을 맞아 배터리 사업이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 매출은 8조7287억원, 영업이익은 241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4.8%(1858억원), 매출은 전년보다 13%(1조94억원) 증가했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보다 규모가 작고, SK이노베이션보다 크다. 그런데 수익성은 3사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마켓쉐어를 높이기 보다 수익성 중심의 수주를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도 상승세다. 시장 조사기관 SNE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점유율은 0.9GWh로 3위를 기록했다. 1위인 LG에너지솔루션(3.8GWh)과 격차는 2.7GWh, 2위인 파나소닉(1.6GWh)과는 0.7GWh이다. 삼성SDI의 점유율은 10.5%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43.5%, 10.1%이다.

연간으로 볼 때 삼성SDI의 성장율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삼성SDI의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은 8.2GWh, 점유율은 5.8%이다. 전년 사용량은 4.4GWh(점유율 3.8%)였는데 1년 새 2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삼성SDI의 시장 점유율은 5위로 중국 BYD를 턱 밑까지 따라잡았다.

▲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자료=SNE 리서치)
▲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자료=SNE 리서치)

삼성SDI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과 수주 모두 늘면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에 1조원을 신규 투자하기로 했고, 지난해 중국 텐진공장 증설을 진행했다. 2년 동안 해외 생산기지에 대규모 증설이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만개했고,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넷제로'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배터리 시장은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다.

삼성SDI는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수주 상황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SDI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0.6%, 유동비율은 115.7%이다. 1분기 현금성 자산은 1조5513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차입금은 3조9070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은 2조4322억원(비중 62.2%)이다.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투자금을 조달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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