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효성중공업, 수소 사업의 역설③

발행일 2021-06-21 09:43:11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오른쪽)이 MOU를 체결했다.(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이 효성그룹의 '수소 시대'를 이끌 계열사로 급부상했습니다. 효성중공업은 변압기 등 배전설비와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통산업에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생산하는 계열사로 변신을 추진 중입니다.

효성중공업은 '중후장대(크고 길고 두껍고 무거운 산업)' 사업을 해왔는데요. 효성중공업은 2000년부터 CNG(압축천연가스) 충전에 진출해 2008년부터 수소 충전소를 보급해 왔습니다.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 점유율은 40%로 1위입니다.

효성중공업도, 효성그룹도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은 처음입니다. '수소 경제'가 효성그룹 제 2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담대한 도전'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무모한 도전'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수소는 생산부터 유통·저장, 활용에 이르기까지 불확실성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수소의 질량당 에너지 밀도는 휘발유의 4배, 천연가스의 3배 수준입니다. 수소는 태양광과 풍력과 비교해 친환경적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비교하면 친환경적이며, 에너지원으로서 우수하죠.

이번에는 불확실성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고 있는 효성중공업의 수소 사업을 살펴보겠습니다.

린데그룹과 '동맹'...조현준 회장 "안전한 수소 생태계"

효성중공업은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손잡았습니다. 효성중공업과 린데그룹은 지난해 4월 액화수소 생산과 운송, 판매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린데그룹은 세계에서 수소 충전소를 가장 많이 구축한 회사입니다. 전세계에서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 수는 350여곳인데, 린데그룹이 150여곳을 구축했습니다. 약 42%의 충전소를 린데그룹이 구축한거죠.

린데그룹의 '트랙 레코즈'를 보면 글로벌 1위의 수소 충전사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1위의 수소 충전사업자입니다. 글로벌 1위와 국내 1위가 만난 셈입니다.

효성중공업의 수소충전소 모습(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과 린데그룹은 2023년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단일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이들은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전국 120여곳에 수소 충전소를 건설해 액화수소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들은 액화수소 합작 생산공장을 린데하이드로젠으로, 판매법인은 효성하이드로젠으로 설립할 계획입니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수소 생산공장의 최대주주는 51% 지분을 보유한 린데그룹이, 판매법인의 최대주주는 51% 지분을 확보한 효성중공업이 갖는 방식이 유력합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이 있습니다. 글로벌 1위와 국내 1위 수소 충전사업자가 만나 수소 생산공장과 수소 충전소를 짓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소 충전소 120여곳은 국내에 지어질 계획이죠.

린데그룹 수소 충전소 전경.(사진=린데그룹)

세계 최대 규모 수소 생산공장의 최대주주는 린데그룹이 맡는다는거죠. 양사가 비교우위에 있는 품목은 확연히 구분됩니다. 린데그룹은 수소 충전사업에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효성은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발생한 부생수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죠.

양사는 각자 비교 우위에 있는 점을 활용해 합작사를 설립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린데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액화기술을 갖고 있죠. 양사의 '동맹'은 효성중공업에 유리한 것처럼 보입니다. 린데그룹과의 동맹으로 효성은 기체 수소에 이어 액화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와 비교해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를 영하 253도 극저온으로 액화해 만들어 집니다. 기체 수소와 비교해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으로 저장과 운송이 용이합니다. 수소전기차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액화수소가 4배 빠릅니다. 이 때문에 액화수소는 운송용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수소를 액화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하루에 액화수소가 2~3%씩 증발해 에너지 손실이 크죠. 수소전기차에 액화수소에 탑재할 경우 주차만 해도 실시간으로 에너지가 손실됩니다. 액화수소는 운송용에 최적화돼 있는데, 역설적으로 운송용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수소항공기에 사용할 경우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이죠.

린데그룹이 생산한 액화수소 탱크 모습.(사진=린데그룹)

이런 점을 이유로 액화수소는 보다 미래를 내다 본 수소 에너지로 꼽힙니다. 효성중공업이 린데그룹과 협력을 통해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요. 충전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까요. 액화 기술을 얻기 위한 것일까요.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이 추진하는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가 향후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보면 오너의 '빅픽처'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액화수소 대중화'까지 버틸까

액화수소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이상적인 에너지원임은 분명합니다. 2018년 공업화학에 실린 '수소액화, 저장 기술 및 응용' 논문에 따르면 액화수소의 기화는 외기온도와 액화수소의 온도차에 의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논문은 저장용기의 단열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액화수소를 저장하는 내조와 내조를 수용하는 외조 사이에 필러를 채워 고진공 상태를 유지할 경우 기화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기술 개발을 통해 액화수소의 단점은 극복할 수 있는 셈이죠.

글로벌 수소 소비량 전망.(자료=현대차)

문제는 액화수소가 상용화되는 시기입니다. 수소 경제는 '다가온 미래'이지만, 수소 에너지가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활용되려면 최소 10년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2050년 경에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7%를 수소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소 에너지를 대중화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죠.

현재 수소 시장은 고압으로 수소를 압축한 기체 수소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효성첨단소재가 제작한 탄소섬유를 감아만든 수소 저장 탱크에도 기체수소를 넣고 있습니다.

그런데다 효성중공업과 린데그룹이 생산할 수소는 그레이수소로 생산 공정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친환경도를 기준으로 물을 전기분해한 그린수소가 가장 친환경적이며, 부생수소의 이산화탄소를 블루수소와 그레이수소 순이죠.

효성중공업의 수소 사업을 간추리면 '친환경적이지 않은 수소를, 중장기적인 미래에 쓰일 공법'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소 의문점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효성중공업 차입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자료=금융감독원)

게다가 효성중공업의 살림살이는 여유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합작 사업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올해 1분기 기준 효성중공업의 현금성 자산은 51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동비율은 72.2%로 유동성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부채비율은 270.5%로 재무건전성을 주의깊게 봐야하는 상황입니다. 차입금은 1조1767억원으로 이중 3338억원을 1년 내 상환해야 합니다. 지난해 영업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된 점은 다행입니다. 지난해 영업 현금흐름은 3865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413.9%(3113억원) 증가했습니다.

효성중공업 실적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매출은 21.0%(7974억원) 줄었고, 영업이익은 66.0%(861억원) 줄었습니다. 본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소 사업은 효성중공업의 경영 상황을 더 불확실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소 사업이 효성중공업의 미래를 밝게 할 수도 있죠.

효성중공업이 수소와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뻗어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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