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조항목 NS쇼핑 대표이사가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NS쇼핑.)
▲ 조항목 NS쇼핑 대표이사가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NS쇼핑.)

NS쇼핑은 국내 주요 홈쇼핑 사업자 중에서도 독특한 지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른 홈쇼핑 업체들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NS쇼핑의 과거 이름을 보면 확실한 정체성을 알 수 있는데요. 과거 채널명은 농수산홈쇼핑으로 초기부터 지금까지 식품판매량이 상당합니다. 

NS쇼핑이 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차별화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은 규제 탓입니다. 2001년 출범 당시 농수축임산물 관련 상품 의무편성 비율 80% 이상을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받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60%로 조정되며 공산품 판매에 여유가 좀 생기긴 했지만 농수산품 의무 판매 비중은 사업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NS쇼핑 판매 품목별 비중.(출처=NS쇼핑 IR자료.)
▲ NS쇼핑 판매 품목별 비중.(출처=NS쇼핑 IR자료.)

실제 최근 품목별 판매비중을 살펴보면 식품이 대부분입니다. 올 1분기 기준 전체 판매된 상품 중 일반 식품이 31.2% 비중을 차지했구요. 건강식품이 27.5%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미용(11.7%), 전자제품(10.3%), 의류(8.7%) 순이었죠.

취급품목의 한계는 결국 취급액 확대의 한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 당 거래금액이 큰 전자제품 등의 판매를 태생적으로 늘릴 수 없는 탓이죠. 식품 판매가 많다는 것은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뜻이고, 또 규제 때문에 구조적으로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바꾸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 홈쇼핑 시장 점유율.(출처=한국기업평가.)
▲ 홈쇼핑 시장 점유율.(출처=한국기업평가.)

시장점유율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개 사업연도 동안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2017년 9.2%였던 점유율은 2019년 8.7%로 떨어졌죠. 같은 기간 CJ오쇼핑의 점유율이 22%에서 23.4%로 1.4% 늘어나고, GS홈쇼핑의 점유율도 마찬가지로 20.4%에서 21.5%로 증가한 것과 반대 추이를 보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는 있습니다. 바로 편성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T-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죠. T-커머스는 TV와 커머스(commerce)가 결합된 단어로 텔레비전을 통한 상거래를 말합니다. 상품 광고방송을 일방적으로 편성하는 기존 TV홈쇼핑과 달리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해 골라 살 수 있는 양방향 홈쇼핑입니다.

▲ NS쇼핑 매체별 취급고 현황(출처=NS쇼핑 IR자료.)
▲ NS쇼핑 매체별 취급고 현황(출처=NS쇼핑 IR자료.)

최근 5년간의 매체별 취급고 현황을 보면 T커머스의 뚜렷한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6년만 하더라도 T커머스 취급액 규모는 300억원이 채 안됐었는데요. 매년 쭉쭉 성장하더니 2020년에는 15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5년 만에 5배 넘게 성장한 것이죠.

그렇지만 T커머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단지 방어수단일 뿐이죠. 같은 기간 대부분 매출이 일어나는 라이브 TV 취급고는 쭉쭉 감소했습니다. 2016년 9400억원 수준의 취급액 규모는 2020년 7200억원으로 2200억원이나 감소했습니다.

▲ NS쇼핑 수익성 추이.(출처=NS쇼핑 IR자료.)
▲ NS쇼핑 수익성 추이.(출처=NS쇼핑 IR자료.)

게다가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5개 분기 동안 매 분기 영업이익률이 하락해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은 4.9%에 달했지만 올 1분기에는 3.6%로 1.3% 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판관비 내역을 보면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1%, 24.2% 큰 폭으로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NS쇼핑의 수익률은 그동안 다른 홈쇼핑업체와 비교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데요. 내부적으로는 좋은 수익성을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자회사들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NS쇼핑 지배구조.(출처=NS쇼핑 IR자료.)
▲ NS쇼핑 지배구조.(출처=NS쇼핑 IR자료.)

밑에 달린 자회사들의 업종도 다양한데요.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하림산업, 프랜차이즈사업자 엔바이콘, 광고대행 사업자 앤디, 전자상거래업자 글라이드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자회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죠. 가장 규모가 큰 하림산업은 지난해 약 300억원의 순손실을 냈구요 엔바이콘은 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흑자를 낸 회사는 NS홈쇼핑미디어센터와 앤디 두 회사뿐이었는데 두 회사의 순손익 규모는 합쳐봤자 10억원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NS쇼핑의 연결기준 실적과 별도기준 실적이 점차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실적추이를 쭉 살펴보면 2015년을 기점으로 연결기준 실적이 별도기준보다 낮게 형성돼 있죠. 2020년에 NS쇼핑 혼자서 640억원을 벌어들였지만 자회사 적자를 포함하면 총 수익은 그 절반도 안 되는 3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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