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소니 향한 의구심, 살펴봐야 할 ‘3가지’ 지표

발행일 2021-06-18 15:23:52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소니 스튜디오 모니터링 헤드폰 MDR-M1ST.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소니 홈페이지)

소니코리아가 지난 17일 감사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소니코리아는 2018년 10월 ‘엑스페리아XZ3’를 끝으로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한국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죠. 소니코리아 측 공식 입장은 “스마트폰 사업 철수 계획 없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니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 안 한다는 기사 댓글도 자주 보입니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도 있고, 수익도 떨어졌을 테니 다른 일본 기업처럼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거죠.

소니코리아는 1990년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충성 고객도 많죠. 소니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혹여나 사업을 철수할 우려는 없는지 궁금할 텐데요. 소니코리아가 지난 17일 공시한 감사보고서 내 3가지 지표로 현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수익성 바닥

소니코리아의 국내 주력 판매 제품은 헤드폰, 카메라, 카오디오, 플레이스테이션 등 전자제품입니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3년째 출시되지 않고 있지만 소니코리아 전체 매출액은 계속해서 불어났습니다.

최근 5년간 매출액을 살펴봤습니다. 외형은 꾸준히 커졌습니다. 2016년 1조1197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조5335억원까지 늘었습니다. 2018년 한 해를 제외하면 매출액은 매년 상승했죠. 

소니코리아 수익성 추이. (자료=소니코리아 감사보고서)

외형과 달리 수익성은 바닥입니다. 수익성을 측정할 때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을 따져보는데요. 영업활동 수익성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은 2016년 2.4%에서 지난해 1.3%까지 하락했습니다. 매출에서 모든 비용과 세금을 공제한 후 기업이 갖게 되는 수익성을 계산하는 순이익률도 2016년 1.9%에서 지난해 0.9%까지 떨어집니다.

소니코리아가 직접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게 아닌 탓에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낮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비슷한 상황의 기업과 비교해도 차이는 큽니다. 소니코리아와 사실상 동일한 영업 구조를 갖고 있는 캐논코리아를 비교해봤습니다. 캐논코리아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줄었음에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각각 4.9%, 3.6%로 나타났습니다.

당기순이익 넘어서는 본사 배당금

수익성만 놓고 보면 한국 시장 실적은 많이 아쉽죠. 돈을 벌어들이는 곳은 아니니까요. 글로벌 사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습니다. 소니코리아는 소니그룹 사업 부문 중 ‘All Other’에 속하는데요. 해당 부문 매출액은 전체 사업부 중 눈에 띄게 적습니다. 

소니그룹 Corporate Report 2020 자료중 일부. (자료=소니)

그럼에도 소니그룹이 한국 시장을 아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배당금이죠. 소니 오버시즈 홀딩스(Sony Overseas Holding B.V.)가 소니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소니 오버시즈 홀딩스는 일본, 유럽 주요 법인을 제외한 나머지 법인들을 관리하는 지배회사입니다. 소니코리아 배당금은 모두 이곳으로 향하죠.

배당금은 당기순익 규모 내에서 지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소니코리아 배당금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최근 5년 배당금은 총 1012억원입니다. 5년 동안 기록한 총 당기순이익이 80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금액이죠. 쉽게 말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큰 금액이 소니 오버시즈 홀딩스로 흘러갔다는 겁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2017년 배당금이 670억원으로 많았던 것은 2014년 이전까지 소니코리아의 여유자금이 2000억원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절반을 2014년에 배당하고 남은 부분을 2017년에 추가로 배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니코리아 배당금 추이. (자료=소니코리아 감사보고서)

당연히 사회 환원 등은 기대하기 어렵죠. 모든 외국계 기업이 그렇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등은 2012년부터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 사업을 이행하고 있고 2014년 이후에는 기부 활동에도 적극적입니다. 지난 4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유산 보호 공로를 인정해 한복사랑 감사장을 수여했습니다.

계열사에 아낌없이 베푸는 소니코리아

소니코리아는 제품이 아닌 ‘상품’을 판매합니다. 원재료를 구매해 제조한 뒤 판매하면 제품이고, 완성품을 구매해 판매하면 상품이라고 표기합니다. 소니코리아가 상품을 판매한다는 건 소니그룹 계열사가 제조한 완성품을 구매해온다는 뜻이죠.

소니코리아는 감사보고서 특수관계자 거래 항목에서 이를 설명하는데요. 지난해 기준 소니코리아가 거래하고 있는 계열사는 총 26곳입니다. 지난해 계열사에서 완성품을 구매하는데 쓴 돈은 1조4697억원입니다. 지난해 매출액(1조5335억원)의 95.8%에 달하는 수준이죠. 마진(매매 차익금)이 거의 남지 않는 장사를 하고 있는 거죠.

모든 외국계 상품 판매 업체들이 소니코리아처럼 완성품을 비싼 값에 구매하는 건 아닙니다. 또 한번 캐논코리아 사례를 비교해볼까요. 캐논코리아가 지난해 캐논그룹 계열사로부터 사들인 모든 완성품 및 각종 기기 비용은 615억원입니다. 작년 매출액(992억원)의 61.9% 수준이죠. 

소니코리아 특수관계자 거래액 추이. (자료=소니코리아 감사보고서)

반면 소니코리아가 계열사 덕에 매출을 올리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계열사에 판매한 비용은 310억원입니다. 소니코리아가 따로 부품 등을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남는 재고를 계열사에 판매한 거라고 볼 수 있겠죠.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입니다.

정리하면 소니가 한국 시장에서 얻는 수익성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니코리아가 소니그룹 계열사에 가져다주는 이익을 고려하면 한국은 소니의 알짜 시장인 셈이죠. 앞으로 소니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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