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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버블’이 일던 밀레니엄 시기를 상징하는 인터넷 소프트웨어는 뭘까요?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모자이크 브라우저를 인수해 바꾼 뒤 윈도우즈 OS에 편승해 웹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습니다. 2010년엔 한국인 100명 중 97명이 익스플로러를 쓸 정도로 지배력은 독보적이었는데요.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바뀌죠. 2008년 처음 등장한 구글의 ‘크롬’에게 2016년 자리를 내주더니 최근까지 국내 기준 5%로 떨어졌습니다.

▲ (영상 디자인=박수혁)
▲ (영상 디자인=박수혁)

그리고 지난 5월, MS는 드디어 익스플로러의 종언을 선언했습니다. MS의 새 브라우저인 ‘엣지’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만큼 이제 보내줄 때가 됐다는 겁니다.

지금의 브라우저 시장은 마치 중국 고대 ‘춘추전국시대’와 같습니다. 점유율 기준으로 크롬이 70%에 육박해 크긴 하지만, 아직 과거 익스플로러만큼의 절대적 지배력은 없죠. 엣지가 12.83%, 네이버 웨일이 5.54%로 조금씩 입지를 키우고 있습니다.

각각의 브라우저 중 뭐가 좋은지는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그래서 블로터 IT흥신소에서, 어떤 브라우저가 무엇에 특장점이 있는지 대신 비교해봤습니다. 내게 맞는 브라우저가 궁금하신 분들은 따라와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구글 크롬과 MS 엣지, 네이버 웨일 모두 구글이 개발한 오픈소스인 ‘크로미움’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크로미움은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로 구글이 안전하고 빠른 브라우저를 만들기 위해 처음 만들었습니다. 엣지와 오페라, 삼성 인터넷 등 오늘날 유명한 브라우저들이 다 크로미움 기반이죠.

▲ 크롬과 엣지, 웨일 모두 구글의 크로니움 프로젝트 기반 브라우저다.(사진=크로니움 프로젝트 홈페이지 갈무리)
▲ 크롬과 엣지, 웨일 모두 구글의 크로니움 프로젝트 기반 브라우저다.(사진=크로니움 프로젝트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크로미움은 기본적인 뼈대만 주고 각 회사의 제작자들이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것인 만큼, 이들 브라우저의 성격은 정말 다릅니다. 이번에 비교해 볼 크롬과 엣지, 웨일 모두 속도와 기능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죠.

속도는 비슷? 창 많아지니 웨일 크게 느려져

우선 속도입니다. 익스플로러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느린 속도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모바일에 부적합한 점, 특히 국내에서 악명 높았던 액티브X 문제 등이 있었지만, 사용자가 크롬으로 옮겨간 건 더 빠르기 때문이었죠.

크롬과 엣지, 웨일 모두 익스플로러에 비해 속도는 빠른 편입니다. 그래서 세 브라우저 중 뭐가 더 빠른지를 테스트해봤습니다. 창 하나 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볼 거고요. 또 창을 여러 개 띄울 때 얼마나 빨리 열리는지도 확인해봤습니다. 컴퓨터는 저전력 제품인 인텔 10세대 코어 i5-10210U 프로세서, DDR4 8GB 램이 탑재된 사무용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브라우저 기본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처음 활성화하는 데는 웨일이 1초 아래로 약간 빨랐지만 웨일과 엣지도 1초 안팎으로 큰 차이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창 개수가 한 자릿수일 때도 속도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속도 차이는 복수의 창을 한꺼번에 띄울 때 발생했습니다. 한 번에 20개의 창을 띄울 때 가장 빠르게 창들을 활성화한 것은 엣지로 15초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크롬이 약 45초가 걸렸으며, 웨일은 무려 1분 15초나 소요됐습니다. 웨일은 창 활성화 과정에서 버벅임이 심했고 열렸던 창도 리프레시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네이티브 기능 '각양각색'

물론 속도가 빠른 브라우저라도 기능이 딸린다면 매력이 떨어지겠죠. 세 개의 브라우저가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브라우저가 자체 지원하는 네이티브 기능 기준이고요. 별도의 확장 프로그램도 있다는 점 참고 바랍니다. 

▲ 크롬은 이런 식으로 영문 음성을 실시간 자막화하는 네이티브 기능이 있다.
▲ 크롬은 이런 식으로 영문 음성을 실시간 자막화하는 네이티브 기능이 있다.

우선 크롬엔 영문 음성을 실시간으로 텍스트화하는 ‘실시간 자막’이란 강력한 기능이 있습니다. 영문 음성파일을 완성도 높게 텍스트화할 수 있어 스크립트를 만드시는 분들은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합니다.

또 크롬은 페이지를 QR코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페이지에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손쉽게 QR코드를 만들 수 있죠. 대단한 기능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특정 홈페이지를 알리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하네요.

▲ 엣지는 미지수 값을 캡쳐하면 답을 찾고 그래프도 그려주는 수학해결사라는 기능이 유용하다.
▲ 엣지는 미지수 값을 캡쳐하면 답을 찾고 그래프도 그려주는 수학해결사라는 기능이 유용하다.

엣지는 어떨까요. 가장 주목할 건 바로 스크롤링입니다. 역대 모든 웹브라우저 가운데 가장 부드러운 스크롤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이것 때문에 엣지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다른 브라우저엔 없는 ‘수학해결사’라는 기능도 눈에 띕니다. 이미지로 된 수학 공식을 캡쳐하면 금방 정답을 뽑아주고, 미지수의 해를 찾고 그래프까지 만들어주니 매우 유용합니다. 다만 문장으로 된 문제나 복잡한 수식은 안 됩니다. 학교 숙제에 편법으로 쓰긴 어렵겠죠.

▲ 네이버는 UI/UX가 좋고, 텍스트를 드래그하면 바로 검색까지 이어지는 '퀵서치' 기능이 있다.
▲ 네이버는 UI/UX가 좋고, 텍스트를 드래그하면 바로 검색까지 이어지는 '퀵서치' 기능이 있다.

웨일은 UI/UX에 엄청 집중한 모습인데요. 대표적인 게 바로 위젯입니다. 네이버 검색부터 알람, 계산기, 단위변환, 환율, 맞춤법 검사, 번역 등을 할 수 있고요. 또 네이버에서 지원하는 메일이나 뮤직 플레이어, 오디오클립, 웹툰, 지도 등도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넣도록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죠.

웨일엔 또 글자를 드래그하면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퀵서치’라는 기능도 있습니다. 드래그한 특정 문장을 사이드바에서 바로 검색할 수 있고요, 또 번역도 바로 가능합니다. 특정 종목을 드래그하면 주가를 보여주기도 하죠. 별도의 키보드 활용 없이 쓸 수 있어 매우 유용합니다.

번역은 크롬·웨일이 우위, 엣지는 '뭔말이야?'

요즘엔 브라우저로 번역기를 쓰는 일도 많습니다. 특히 영문 번역할 일이 많은 분들은 그 퀄리티도 신경 쓰일 텐데요. 이에 최근 브라우저들이 번역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같은 영문창을 띄워놓고 브라우저 기본 번역기를 돌려봤습니다. 가장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엣지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텍스트가 완성되지 못한 모습입니다. 반면 크롬과 웨일의 번역 완성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 기반을 둔 웨일이 크롬보다 번역에서 더 앞서는 모습입니다.

또 웨일의 번역기인 ‘파파고’는 번역문을 누르면 원문을 바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이는 웨일만의 기능으로, 이것 때문에 기계 번역을 돌릴 때 한층 편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한글을 영문화하는 브라우저 번역 기능을 쓴다면 웨일이 가장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상단부터 엣지, 크롬, 웨일 순으로 번역을 돌린 모습.
▲ 상단부터 엣지, 크롬, 웨일 순으로 번역을 돌린 모습.

자 이제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브라우저의 성능이 가장 우수할까요? 블로터의 기준으로 각각의 분야마다 3점 만점으로 평가해봤습니다.

▲ 블로터 자체 평가 결과 크롬과 웨일이 7점으로 동점, 엣지가 6점으로 약간 뒤쳐졌다.
▲ 블로터 자체 평가 결과 크롬과 웨일이 7점으로 동점, 엣지가 6점으로 약간 뒤쳐졌다.

총점 기준 웨일과 크롬이 7점, 엣지가 6점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점수화하는 걸론 어떤 브라우저가 우수하다, 또 어떤 건 그렇지 않다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사용자마다 브라우저 사용 환경이 다르고 체감이 다르며, 또 개개인의 정성적 요인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저희가 보여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들께 맞는 브라우저를 찾아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예를 들어 빠르고 번역이 잘 되는 브라우저가 필요하면 크롬을,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게 필요하다면 엣지를, 네이버 앱의 강력한 기능이 필요하다면 웨일을 선택하는 식입니다. 저희의 실험이 여러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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